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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생물과 인간, 그 40억 년의 딥 히스토리)의 표지 이미지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조지프 르두 (지은이), 박선진 (옮긴이)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학창시절 공부를 등한시한 까닭에 이 책에 나오는 거의 모든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다.

아득히 먼 옛날,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40억년 전, 중심에 핵을 가진 단세포가 탄생했고, 그러한 단세포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비롯한 온갖 생명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이 책의 처음 절반 정도는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식물과 동물의 출현까지의 머나먼 여정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데, 이는 저자의 탁월한 글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저자가 글머리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마지 않은 삽화의 영향이기도 한 것 같다.

참고로 난 이 책의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 보았는데, 그 과정도 무척 재미있고 책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후반부에서는 인간의 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보의 인지 및 처리과정, 의식과 무의식, 자주적 자아와 비자주적 자아, 인간만의 복잡다단한 감정에 이르기 까지.

우리 뇌의 각 부분은 기능이 매우 광범위하고, 여러 회선이 중첩되며, 각각의 이름 또한 복잡하고 생소해서 책 후반부는 쉽게 소화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

그러니까 우리 뇌에서 공포라는 감정이 먼저 생겨나서 그에 따른 반응(우뚝 멈춰 서거나, 심박수가 증가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갈래인 암묵적 감정 회로를 따라 신체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를 강조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감정이 신체 반응을 일으킨다는 그릇된 오해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오해를 종식시키기 위해 자신을 비롯한 학자들이 용어를 적절하고 정확히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튼 책을 다 읽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 폰처럼 복잡한 기계장치들도 작은 원자들이 모여 부품이 되고, 그 부품 하나 하나가 정교한 연결을 거쳐 새롭고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는데, 무수한 세포들이 모여 만들어진 인간도 어찌보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장구한 시간의 흐름과 대자연의 신비 속에서 과연 인간이 가장 우월한 존재일까?

나는 단호히 'No'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40억년이 후에 지구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세포 뿐이기 때문이다.
2024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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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기억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고찰

앙리 베르그송 지음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펴냄

읽었어요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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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큰 산을 넘은 것 같은 기분이다.

너무 어려워 지치고 힘들 때가 많았지만, 막힐 때마다 주석을 참고하며 꾸역꾸역 책장을 넘길 수 있았다.

역자의 해설이 담긴 주석은 정말이지 큰 도움이 되었다.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의 풀이과정을 보는 것처럼 쉽게 설명된 주석이 없었더라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의미 없이 글자만 읽으며 시간을 허비해 버렸을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가며 베르그송 사유의 핵심개념을 설명해주신 번역가 이명곤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베르그송은 이 책을 통해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새롭게 풀어냈다.

이 책의 제목인 ‘물질과 기억’은 아래와 같은 개념에 상응한다.

1. 육체와 정신

2. 연장성과 비연장성

3. 양과 질

4. 필연과 자유

5. 유물론과 관념론

이처럼 서양철학은 육체와 정신의 관계를 이원론적 대립관계로 설정해왔다.

베르그송은 이러한 이원론에 반론을 제기함과 동시에 깊은 통찰력과 빛나는 사유로 둘 사이의 통합을 이뤄냈다.

베르그송의 사유 속에서 통합의 주도적인 역할은 한 것은 바로 시간이다.

그러나 이 시간은 과학자들이 말하는 시간과는 다르다.

베르그송이 말하는 시간은 끊기지 않고 지속되는 시간이다.

지속을 동반한 핵심 개념으로 기억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는데, 베르그송에게 있어 우리 인간은 기억을 통해 사물을 지각하고 또 그 바탕위에서 균형감있게 현실을 살아간다.

기억은 육체(대뇌)에 파일 형식으로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의식속에 압축되어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뇌는 감각 대상을 의식에 전달할 뿐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와 기억이 결합해 우주를 구성한 것이다.

물질이 먼저냐? 정신이 먼저냐?

많은 철학자들이 오랜세월 동안 이 주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해왔다면 베르그송은 둘 중 누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정신이 결합될 때 비로소 우리가 현실을 그리고 우주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질에 깃든 정신,

그리고 그 대상과 끊임 없이 감응하는 우리의 정신.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을 때 뭔지 모를 강력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에 나의 정신이 담겨 있고, 책과 내 정신이 서로 교류하고 있다고?‘

언뜻 들으면 허무맹랑한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물론자들의 주장을 들을 땐 그들의 말이 맞는 것 같고, 관념론자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고, 또 둘을 멋지게 결합시킨 베르그송의 말도 전부 맞는 것 같다.

힘들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관점을 배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물질과 기억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고찰

앙리 베르그송 지음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펴냄

읽고있어요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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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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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로 등극한 아인슈타인과 시간 논쟁을 벌인 듯 하다.

참고로 베르그송은 우리의 시선이 포착한 운동을 시간으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운동은 그 자체로 지속적인 움직임일 뿐,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과 기억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고찰

앙리 베르그송 지음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펴냄

읽고있어요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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