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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열린책들 펴냄

루이스 세풀베다를 처음 알게 된 건, 수업하고 있는 솔루니의 5학년 도서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덕분이다. 좋은 작가를 찾아낸다는 건, 그 작가를 따라 읽을 책이 많아진다는 걸 뜻한다. 이후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도 읽게 되었지만 아이들을 위한 동화 대신 좀 다른 책을 접해보고 싶어 하나씩 검색하고 몇 권의 책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구입했다.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선택했지만 가볍게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렇게 놓고 보니, 앞의 두 권의 동화를 제외한 다른 소설들은 제목을 포함해 아주 극명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그의 첫 책인 만큼 이 소설은 그의 가치관이 그득 담긴 책임에 분명하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이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칠레에서 태어나 피노체트 군부에서 체포, 투옥 후 남아메리카 적도 부근의 인접 국가를 떠돌며 망명 생활을 한 후 유럽으로 옮겨 독일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아마존 밀림을 떠돌았던 경험이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구상하는 기회가 된다.



때문에 소설을 읽다 보면 아마존 밀림과 그 주변의 마을이 눈에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디오와 밀림 속 동물들을 비롯해 정부의 개발 정책으로 이주하며 만들어진 이주민과 정부 사람들까지. 그리고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은 그런 혼란 속에서 한 걸음 떨어져 세상을 관망하듯 소설에 빠져 한 글자 한 글자 읽는 노인이다.



소설은 처음에 엘 이딜리오라는 이주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마을을 보여주고 그곳의 두 인물 치과 의사(정부에 회의적인)와 노인(연애 소설 읽으며 하루를 느긋하게 살아가는)의 대화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곧 한 백인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을 일으킨 밀림 속 아름다운 동물 암살쾡이와의 전쟁으로 점점 고조된다.



숨 막힐 듯 전개되는 이야기는 책장을 훌훌 넘기게 하지만 같은 이주민이지만 인디오들 속에서 몇 년을 지낸 이로써 자신만의 철학을 지니게 된 노인의 생각과 행동, 마치 인간인 것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암살쾡이의 이야기가 정말로 아름답다.



"친구, 미안하군. 그 빌어먹을 양키 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 놓고 만 거야."...160p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또 하나! 독서에 대한 갈망.

노인이 책을 읽는 방식은 내가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방법이다. 제발~! 하나하나 씹어먹듯 읽으라고~!라며...



너무너무 가슴이 웅장해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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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les

단순히 "책"이라는 글자가 책 제목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고른 책.ㅎㅎㅎ 평생 나는 내가 J인 줄 알고 살았는데 요즘 하는 행동을 보면 사실 난 P였나보다...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ㅋㅋㅋ



장 폴 뒤부아라는 작가는 그저 우리 집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는 책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분명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서평을 찾아보니 없다.ㅠㅠ 아마 안 읽었나보다) 때문에 기억하고 있던 작가다. 또 <프랑스적인 삶>(이 책도 있음. 아직 안 읽음)도 있다. 어쩌다 이 작가의 책을 세 권이나 갖게 되었는지는 생각나진 않지만(10년 넘게 사 모은 책, 이제 구매는 줄이고 소비-독서를 열심히 하는 중) 세 권이나 갖고 있다면 분명 이 작가에게 흥미가 있을 터. 하지만 막상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자 생각했던 내용과는 너무나 다른 내용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계속 읽어내려간다.



그러니까 이 책의 주인공은 중년의 남자다. 책 나부랑이를 쓰고 있지만 신통치 않고 그저 지금까지 어영부영 살아온 느낌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부인과 그쪽 집안에 의해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이혼한 후에도 정착하고, 안정적인 삶이 아닌 무언가 붕~ 뜬 것 같은 말하자면 아직도 정체성을 찾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런 자신을 대하는 주변의 사람들, 스트레스가 쌓여 몸으로 증상을 보내기 시작하는 자신에게 무언가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아버지가 일 년에 한동안은 낚시하러 떠나셨던 장소, 또한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소로 찾아가보기로 한다.



"이제 막 책 한 권을 끝냈다. 책을 쓰는 동안이나마 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은 물론 이미 죽은 사람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248p



맞서기 두려웠던 마냥 피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맞서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책 한 권 속에서 가장 강렬했던 숲을 통과하는 과정이 주인공에겐 바로 그 과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비록 목숨을 내놓고 한 행동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무모했지만. 끝이 좋으니 다 좋은 걸로. ㅎㅎ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장폴 뒤부아 지음
밝은세상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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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버네버님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게시물 이미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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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les

  • 에버네버님의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게시물 이미지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장폴 뒤부아 지음
밝은세상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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