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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에서

서머싯 몸 지음
민음사 펴냄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하고, 죽는다.

책에 인용된 문장인데, 이 짧은 문장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아닌가 한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난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주인공 필립이 어렸을 땐 그에 대한 동정과 슬픔, 아픔을 느꼈고, 성인이 되어 누군가를 사랑할 땐 미움과 분노,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꼈으며, 책 말미에 필립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다양한 감정이 녹아있는 호수에 몸을 푹 담그고 있는 기분이었고, 동시에 아주 소중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그것은 ‘우리가 왜 소설을 읽어야만 하는가?’ 에 대한 답변이며, 끊임 없이 좋은 작품을 찾아 읽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문학 작품이 지식을 쌓는데 도움을 준다면, 문학작품은 감정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분명 타인을 폭넓게 이해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인간미 넘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면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리라.

아무튼 이 책의 저자인 서머싯 몸은 스피노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유튜브를 뒤져 스피노자 철학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맙소사!

그는 시대를 수백년 앞선 선구자였다.
언제가는 스피노자 사상의 핵심 저서인 ‘에티카’를 꼭 읽어봐야겠다.

인간 개개인은 나름의 무늬를 만든다.
그 무늬가 모여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고,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킨다.
무늬는 양탄자에 새겨진 프렉탈처럼 무한이다.
당장은 볼 수 없지만, 후세에는 그 무늬를 옅볼 수 있다.
그것이 역사다.
2024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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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탱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알마 펴냄

읽었어요
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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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긴 해도, 뇌와 의식에 관해 새롭고 참신한 관점을 선사해준 고마운 책이다.

저자는 “의식을 온도처럼 숫자로 측정할 수 있을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책 첫머리에 제시한다.

다소 엉뚱한 질문같지만, 놀라운 사실은 실제 의식 측정기가 개발되어 의식을 잃은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의식 측정기가 100% 완벽성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더 정확하고 엄밀한 의식 측정을 위해 의식 발현의 토대인 정보성과 통합성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이 꽤 어려웠지만, 내가 이해한 바는 이렇다.

먼저 정보는 한 공간에 갇혀 있을 때보다 넓게 퍼져 있을 때 훨씬 더 크다.

예를 들어, 종이컵에 들어있는 물 보다 강물이나 바닷물이 담고 있는 정보량이 훨씬 크다.

그러나 정보량이 크고 널리 퍼져 있을 경우, 우리는 그것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통합성의 측면에서 보면 강물이나 바닷물보다 종이컵에 들어 있는 물이 더 통합적이라 할 수 있다.

비유가 다소 미흡하긴 하지만, 여하튼 나는 넓게 퍼져 있는 정보를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을 통합성의 정도로 이해했다 .

저자는 정보성과 통합성이 만나는 중간 어디 쯤에서 우리의 의식이 발현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정말이지 참신하면서도 그럴듯 한 추측이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각과 뇌의 관계를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에 빗대 설명하는 지점이다.

먼 옛날 우리 인류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보이니까….

지금은 지구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알지만 보이는 현상은 동일하다.

이처럼 뇌가 사물을 지각하는 것도 이와 같을 수 있다.

즉, 우리가 사물을 지각할 때 감각세포가 받아들인 정보를 뇌가 그대로 받아 표현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감각세포가 받아들인 정보를 토대로 뇌가 예측 시뮬레이션을 돌려 사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자는 정보가 밖에서 안으로 들어와 실체를 구성하는 형태인 반면, 후자는 뇌에서 구성한 사물이 밖으로 나가 표현되는 방식이다.

원리가 정 반대임에도 우리가 지각한 사물은 그대로다.

마치 태양이 움직이듯 보이는 것처럼…

겹겹이 둘러싸인 동그라미가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나 주위가 조용한데 잡음이 들리는 환청 같은 사례는 우리 뇌가 예측에 실패해 생기는 현상들의 좋은 본보기다.

저자는 뇌를 일컬어 잘 제어된 환각기계라고 칭한다.

매우 큰 사고나 마약에 노출되면 뇌의 제어 장치가 고장나 환각에 빠지거나 더 나아가 자아가 분리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아가 대체 뭘까?

생존을 위해 뇌가 만들어 낸 환각일까?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인류가 그 미지의 영역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내가 된다는 것

아닐 세스 지음
흐름출판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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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d

경제학 비전공자가 읽기엔 쉽지 않은 책인것 같다.

특히 금과 은을 고정된 교환비로 묶어 화폐의 기준으로 삼았던 과거 복본위제에 대해 아주 깊이 파고드는 부분은 솔직히 궁금하지 않을 뿐더러 어렵기까지 해 집중력이 많이 흔들렸다.

이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절반에서 2/3 가량은 나름 읽을만 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이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이 화폐증가 속도가 생산증가 속도 보다 빠를 때 나타나는 화폐적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그걸 반복해서 강조한다.

과거 금 본위제에선 화폐의 총량이 보유한 금에 의해 제한 받았다.

그러나 금과의 연동을 폐지한 1971년 이후 화폐는 정부가 마음 먹으면 무제한 발행이 가능해 남미나 아프리카 등지의 여러 국가들이 여전히 초인플레이션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정치 체제가 안정적인 우리나라와 서방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선거로 정치인을 선출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임기제 관료는 국민 저항없이 손쉽게 세수를 늘리고, 정부 부채를 줄여주는 화폐 발행의 유혹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엔 인플레이션과 세금이 논리적으로 정확히 연결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명확해진 것 같다.

책에 나온 내용을 아주 짧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먼저, 정부에서 돈을 찍어 대규모 도로 건설사업을 시행한다고 해보자.

사업이 시행되는 동안 고용이 창출되고 새로운 도로가 생기겠지만, 투입된 돈의 양만큼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로인해 100원으로 살 수 있던 물건이 110원이 된다면 소비자들은 가만히 앉아 댐을 짓는데 필요한 돈을 10원씩 나누어 내게 되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국민 저항 없이 걷는 첫 번째 세금이다.

두 번째 세금은 과세제도와 관련되어 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명목상 월급이나 매출이 덩달아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과거에 지정한 과세구간이 그대로 적용돼 세수가 자연스레 증가한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누리는 세 번째 혜택은 화폐의 떨어진 가치만큼 정부부채가 감소하는 효과이다.

이처럼 선출직, 임기제 관료가 국가를 이끄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돈 찍기는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푸는 격이기에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거라 생각한다.

바야흐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저축하던 시대는 끝났다.

정부가 맘껏 찍어낼 수 있는 돈이 아닌 진짜 자산을 모아야 할 때다.

화폐경제학

밀턴 프리드먼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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