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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만나는 지름길, 철학의 뒷계단 (탈레스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 위대한 철학자 34인의 생애와 사상)의 표지 이미지

철학을 만나는 지름길, 철학의 뒷계단

빌헬름 바이셰델 지음
김영사 펴냄

철학을 만나는 지름길/ 철학의 뒷계단 
 
책을 읽는 즐거움, 지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즐거움,
나는 이러한 즐거움을 추구한다. 
 
나의 박사 과정은 교육철학이다.
그리고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교육철학적 접근을 할 때 교과서 외의 다양한 이야기를 가미한다. 그러나 지식이란 끝이 없다. 
 
김영사에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줄 곳 관심을 두고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이상이다. 책 한 권에 내가 알고 싶었던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토요일 대학원 강의를 마치고 학교 도서관에서 몇 주를 읽었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학부생들에게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 사상을 이야기 할 때 가끔은 나의 사심이 들어갔다. 위대한 교육 사상가의 이면에 역기능적인 부분을 발견하고 실망했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책에서는 그의 행적을 더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는 언제나 매독 걱정을 하면서 그들과 상종했다. 그러다가 호텔에서 단순한 일을 하는 아가씨와 알게 되었고, 몹시 애를 써서 그녀에게 읽기를 가르쳤다. 그리고 23년 동안이나 함께 살고 난 다음 마침내 그녀와 결혼했다. 위대한 교육이론가인 루소는 자기 가족에 대해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자신의 다섯 아이를 모조리 고아원으로 보냈다. 아이들이 너무 시끄럽게 굴고 또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 학문적 성과를 거두었던 점은 정말 아이러니컬하다.  
 
우리는 흔히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를 악처로 기억한다.
남편의 철학 활동을 못하게 하려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창문에서 남편의 머리 위로 더러운 물을 쏟아 붓거나 남편의 뒤를 따라와 사람 많은 시장에서 외투를 벗겼다.  소크라테스는 크산티페를 다룰 수 있게 되면 다른 사람도 잘 다룰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고 지인들에게 이야기했다.
크산티페는 남편 소크라테스에게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무엇을 얻었을까?
소크라테스는 크산티페의 악행을 피해 못마땅한 집을 떠나 더욱 열심히 철학적인 토론에 몰두했다. 만일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서재에 틀어박혀 있었다면 그는 절대로 유명한 사상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그의 아내가 소크라테스에게 철학하기를 방해하려고 한 일로 그는 더욱 더 깊이 철학할 수 있었다. 
 
17세기 초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이자 근대철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데카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배우들이 이마에 부끄러움이 나타나지 않도록 가면을 쓰고 등장 하듯이 나도 세계라는 무대에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데카르트는 수수께끼의 철학자다. 오늘날 까지도 그의 가면은 완전히 벗겨지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에 속한 소아시아지역의 상업지역 밀레토스 출신의 영리한 남자 탈레스가 2500년 전에 최초로 철학을 시작한 이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파스칼,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을 대표하는 34명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압축해 놓은 책이다.

많은 사상가 중에는 이전에 깊이 알지 못했던 철학자도 있다.
한 권으로 압축된 분량 속에서 대표적인 사상과 철학 세계가 너무 쉽게 풀이되어 있다. 소설을 읽듯 한 시대를 풍미한 사상가의 내면으로 들어가 본 시간이었다.

철학이란 용어의 딱딱함과 지겨움에 대한 고민을 지워버리는 책이다.
너무나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학부생들의 시험기간 그리고 토요일을 포함한 주말의 시간을 이 책과 함께 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수업 내용과 곁들여서 첨가해 줄 내용은 요점을 정리해 저장해 두었다.

삶에서 철학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교육 철학 이란 학문을 만나면서 나에게 철학은 삶의 전반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철학 사상가의 전기나 그들의 저작을 통해 통찰의 순간을 맞이하길 원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길다고 해도 짧기만 하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바뀌어 있을 무상한 것들을 잠시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모한 짓도 서슴지 않았던 순간을 돌아보게 된다.

언젠가 우리는 죽음이란 마지막 목표를 앞에 당도할 것이다. 본인의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세상일을 다시 본다면 아마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소크라테스의 조산술, 산파술,
플라톤의 형이상학
돌이켜보면 사물의 본질에서부터 우리는 질문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철학자의 길을 따라가며 이어진 질문들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사상을 해석하는 시간은 엄청난 즐거움이었다. 

철학적 물음과 사유의 시간, 논리학을 파고드는 길고 긴 여정.
수학적인 정교함을 갖춘 논리체계의 철학에 언제나 매료 된다.

철학은 우리의 삶을 지탱한다.
자신의 세계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다면 이 책 읽기를 권한다.
많은 사유의 시간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들은 
학문의 즐거움에 빠져있었던 나날이다.
2500년 서양철학사를 대변하는 사유의 전사 34명과 함께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철학 #철학의뒷계단 #책 #김영사 #헤겔 #스피노자 #파스칼 #데카르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서양철학 #독서 #독서모임 #루소 #사상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글귀 #글귀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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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댄 모든 것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중독에 관한 이야기다.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의존증'에 관한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우리나라와 문화적 차이가 있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래도 사회적으로 의사와 교수의 위치에 있는 두 저자가 본인의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한 본인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녹아있어 독자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더 공감하고 그 심각성과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름의 생각으로 문제점을 진단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의존증 치료 권위자인 마쓰모토 도시히코와 술을 끊지 못하는 문학 연구자 요코미치 마코토가 편지 형식으로 나눈 대화집이다. 
 
두 저자는 담배 의존증과 술 의존증을 가진 중독자로 '중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지극히 솔직하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들은 편지 형식의 대화를 통해 단순히 '끊어야 할 병'으로만, 치부 되던 의존증을 우리가 사는 사회와 인간관계, 고통의 문제로 확장해 바라보게 한다. 
 
두 저자는 의사와 환자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적 관계를 넘어, 자신들 과거의 부끄러울 수 있는 트라우마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중독에 얽힌 '진짜 이야기'를 전한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와 알코올, 절도, 성 등 다양한 중독 편력을 가진 문학 연구자의 대화는 그 자체로 편견과 낙인을 허무는 용기 있는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가감 없이 자신을 드러내며 사회의 불편한 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을까? 
 
솔직히 알코올, 성, 절도 등 다양한 중독 편력을 가진 사람을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는
학자로 인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특히, 마쓰모토 도시히코가 중독의 본질을 '쾌락 추구'가 아닌 '고통 경감'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놀랍기도 하고 신선한 지적이었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우리에게 중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촉구한다.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 무언가에 기대는 인간의 나약함과 필연성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이 시각은, 중독자를 단순히 '의지 박약'으로 비난하는 세상의 목소리와 확연히 대비된다. 
 
책은 중독 자체를 완전히 근절하기보다는 그로 인한 2차적 폐해를 줄이는 '위해성 감소'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당장의 완벽한 단절이 불가능한 현실적인 중독자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서 비롯된 실질적인 회복의 메시지다.
술, 담배, 마약 같은 전통적인 대상뿐만 아니라 게임, 쇼핑, SNS, 숏폼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일상 구석구석을 파고든 '끊을 수 없는 것'을 임상적, 사회적, 철학적 맥락 속에서 다루며 독자들의 공감대를 넓힌다. 
 
궁극적으로 저자들이 말하는 회복의 핵심은 '연결'이다.
의존증은 고독과 소외의 산물이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혼자가 아님'을 알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한다.
사회적 관계와 단절된 고독한 존재가 중독에 빠지기 쉽다는 '쥐 실험' 등의 예시를 통해, 중독의 문제를 개인의 병리 현상에만 국한 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게 한다. 
 
이 책은 중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책이다.
의존증을 병리적인 낙인 대신, 인간의 삶과 관계의 어려움을 비추는 정직한 거울로 제시하며, 깊은 공감과 함께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어준다.
중독은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고독한 현대인이 기댈 곳을 찾아 헤매는 보편적인 몸부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인간적인 대화록이다.
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뿐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나약함에 기댈 수 있는 따뜻한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기댄모든것 #김영사 #책 #책추천 #중독 #중독예방 #정신과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편지글 #대화 #의존 #발달장애인

우리가 기댄 모든 것

마쓰모토 도시히코 외 1명 지음
김영사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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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연봉 
 
왜 지금 정서적 연봉을 말해야 하는가?
일 잘하는 직원을 잡으려면 감정 급여를 챙겨야 한다. 
 
당신은 어떤 직장에서 근무하나?
당신의 회사는 출근하고 싶은 곳인가?
그렇다면 당신이 머물고 싶은 회사의 비밀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 생소한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정서적 연봉', '감정 급여' 
 
정서적 연봉이란? 일할 맛을 만드는 업무 환경, 인간관계, 성장 기회 등 금전적 보상 외에 직원이 얻을 수 있는 비금전적 보상을 의미한다. 
 
오늘날 직장인의 생각은 예전과 다르다.
단순히 높은 연봉을 받는 것 보다 직장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만족스러울 때
더 오랫동안 회사에 머무르고 열정적으로 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월급쟁이에게 돈보다 중요한 조직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당신이 다니는 조직 문화에 값을 매긴다면 얼마가 될까? 
 
책을 읽고 있으니 오늘날 사회 곳곳에서 우려로 쏟아지는 인구 감소 문제, 그로 인해  사라지는 청년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다. 
 
직장인들의 국내 이직률은 2022년 정점을 찍은 뒤로 지금은 이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한 때  직장을 다니던 아들도 이직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함께 입사했던 동료들이 하나 둘 이직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도 불안을 느꼈는지, 더 늦기 전에 이직을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으로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물론 지금은 이직 하기가 힘들기도 하고 마음에 다시 안정을? 찾았는지 더 이상 이직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인구 감소로 사람이 귀해지는 시대가 곧 도래한다.
나 또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우리 대학도 점점 줄어드는 학생 수 모집으로 다양한 정책을 펼친다. 
 
고교연계프로그램을 만들어 대학의 교원들이 고교에 파견되어 특강을 진행하며 학교의 좋은 이미지를 전달한다. 나 또한 지난주에 모 대학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5년 후면 기업에도 사람을 구하기 힘든 시대가 온다.
기업이 인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인재가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이제 '얼마를 주는가' 만으로 더 이상 좋은 인재를 데려올 수 없다.  '돈' 보다는 '일할 만한 곳인'와 같은 정서적 값이 중요하다. 
 
그동안 막연히 좋다, 나쁘다 만으로 의사를 표현했던 직장인들의 감정과 관계 되는 분야에 숫자를 부여하고 개선해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했다. 
 
사람이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그렇지만 그런 트렌드가 사회 구조적 흐름이라면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신 자료로 뽑아 낸 국내 연봉 Top 30 기업의 화폐 연봉과 정서적 연봉에 관한 이야기, 직원들이 왜 회사를 옮기는지? 기업의 자율성과 유연한 근무 환경이 왜 중요한지? 직장인들은 일과 행복 중 무엇을 우선 순위에 두는지? 등을 통해 앞으로는 정서적 연봉을 챙기는 기업만이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나아가서 회사의 존재 여부와도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업이 직원에게 유능감을 주는 환경을 제공하는 구체적인 요인으로 일의 의미, 성장과 발전, 인정과 존중이라고 한다. 예전의 '돈'을 많이 주는 회사가 최고인 시대는 지나갔다. 
 
모두가 선망하는 꿈의 직장, 자신의 노력과 기여에 상응하는 경제적인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회사의 비즈니스 철학과 본인의 신념이 공존할 수 없으면 이직을 하는 시대다.
화폐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정서적 연봉이 낮으면 이직을 하는 시대! 
 
직원의 잦은 이직은 남아있는 직원들의 사기와 업무 의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직 한 직원이 가지고 있는 축적된 역량과 지식이 빠져나가면서 업무 수행에 당장 차질이 생긴다.
 
앞으로 사람이 귀해지는 시대에 기업들은 정서적 연봉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지금은 다양한 SNS 등을 통해 세상 모두와 나를 비교하는 시대다.
다양한 사람들의 소식을 통해 자기를 비교하고 더 나은 삶을 사람들은 선택한다. 
 
정서적 연봉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사람이 일터에서 느끼는 가치를 정량적 화폐 가치로 측정한다. 
 
정서적 연봉이 높은 기업일수록 직원 간의 다양한 협업이 만들어지고, 구성원 스스로가 회사를 움직여 나간다. 
'출근이 기다려지는' 구성원 중심의 즐거운 직장, 자율성과 책임이 만드는 일에 대한 몰입은 기업의 성장을 앞당긴다. 
 
일 할 맛 나는 회사 직장인들의 꿈은 그런 곳에서 가능할 것이다.
'정서적 연봉'을  완전정복 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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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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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인류 
 
전문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학자들의 에세이는 어떨까?
대한민국 1호 고인류학자 이상희 교수의 첫 에세이 '사소한 인류'는
그런 이유에서 책이 오기를 무척 기다렸다. 
 
사실 고인류학? 인류학은 궁금한 분야이지만 딱딱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런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학자가 쓴 에세이라니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가 글에 스며들어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다. 
 
일상의 많은 부분에 전문적인 박식함이 스며들어 책 속 이야기가
나에게는 신선한 학문의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이 키우는 '개' 이야기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개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킬 때 손가락을 보지 않고
그 대상을 보면서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유일한 동물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개와 늑대는 종 분화가 아직도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서 
지금도 늑대와 개를 교배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도...... 
 
개는 스물 여덟 개의 젖니에서 두 달 만에 42개의 영구치를 가지게 된다. 
젖니보다 수적으로 크기 면에서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영구치 덕분에 개의 턱은
길고 깊어진다고 한다.
개의 이빨 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고인류학은 처음부터 과학에 뿌리를 둔 학문이다. 
인간의 조상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인체 해부학에서 다루는
현대인의 몸만 알아서는 안되며 인간이 되기 전
침팬지와 공동 조상으로부터 갈라진 수백 만 년 전
조상의 모습이 어떠했을지도 알아야 된다. 
 
나는 이미 EBS 방송에서 이상희 교수가 침팬지와 사람 등의
해골을 손으로 들고 '인류의 시작'이란 주제로 강연하던 영상을 보았기에
책을 읽으면서 방송처럼 본인의 삶 전반에 자신이 연구하는
고인류학을 이입해서 설명하는 저자를 상상했다.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왔다.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각에 있어서 후각의 중요성도 다시 인지했다.
특정 냄새가 즉각적으로 기억을 자극해 강렬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는 사실에 놀랐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중에서 우리네 인간에게 
가장 후진 감각인 후각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 
후각은 깊은 기억을 관장하는 일에도 관여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희미해져 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냄새는 순식간에 수면 위로 불러낸다. 
 
저자는 미국이란 거대 사회에서 소수민족 아시아인으로 특히 여성으로
겪었던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여자다웠던 순간을 기록한다. 
 
"여자다움은 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그중 가부장제가 원하는 몇 얼굴만이 여자다움으로 포장되어 왔을 뿐이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모든 여자다움을 인정하기 시작할 때,
우리 사회는 함께 살기 더 좋은 곳이 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길 바라나?
사람들은 다양하게 자신을 평가하고 표현한다.
100을 가지고 있는데 50만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
50만 가졌는데 100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 
 
그런데 인사 고과에서는 100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승진한다고 한다. 
 
오늘날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있다.
"여성의 경력 지속성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아기가 나온 다음 엄마의 삶에 확신을 줄 수 없다면
저출생 해결은 요원한 일이다.
모성 본이란 없다." 
 
우정과 사랑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 아니라는 것,
사랑은 차라리 우정의 한 형태로 우정이나 협동은 타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이타성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이타성은 20세기 진화론에서 설명할 수 없는 수수께기라고 한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듯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본인의 이야기 속에 
저자 특유의 연구 분야에 의한 이야기가 스며있다.
일상의 이야기를 의미 없이 쓰고 싶지 않았다는 그녀의 바램대로 
독자들은 삶의 연륜을 통해 경험한 지혜와 함께
그녀가 간직한 지식도 함께 얻게 된다. 
 
사소한 일은 어떤 색의 렌즈를 끼고 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그 렌즈의 뒤에는 자신과 자신의 눈이 있다. 
 
어려운 이야기를 일상의 다양한 주제로 모아 거대 담론으로 이끌어내는
이상희 교수에게 존경을 표한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새로움을 알았고
삶의 지혜도 함께 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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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생존

사소한 인류

이상희 지음
김영사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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