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님의 프로필 이미지

god

@godd

+ 팔로우
블랙 스완 (위험 가득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의 표지 이미지

블랙 스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동녘사이언스 펴냄

이 책을 중간 정도 보았을 시점인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 됐다.

직장 동료들과 회식 도중 누군가가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고 말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어느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야말로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검은백조가 나타났음을 직감했고, 이 책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규모불가변성을 대변하는 평범의 왕국과 규모가변성이 존재하는 극단의 왕국으로 구분한다.

쉽게 말해 체중, 키, 나이, 식당이나 극장에 설치된 좌석처럼 한계가 있는 세상이 평범의 왕국이고, 음반이나 도서 판매지수, 주식시장, 금융시장처럼 수치가 어느 한쪽으로 급격히 치달을 수 있는 세상이 극단의 왕국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둘 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삶의 대부분이 평범의 왕국에서 이뤄지는 까닭에 많은 사람들은 극단의 왕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소위 전문가로 칭송받는 경제학자, 금융전문가, 주식시장 애널리스트들이 심각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섣불리 미래를 예측하고, 평범의 왕국에서만 통하는 측정도구(가우스 분포곡선)를 극단의 왕국으로 가져와 서슴없이 사용하며, 정규분포선을 벗어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하고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단의 왕국엔 한계가 없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대폭락,

1000년에 한 번 나올 수 있는 대홍수,

1만년에 한 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대지진과 쓰나미 등.

극단의 왕국에서 과거 데이터는 무용지물이며, 다음 강자에게 자리를 내어 줄 올림픽 신기록처럼 잠시 머물러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투자 비관주의에 빠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 또한 그 점을 예상하고 독자들에게 조언을 건네는데, 저자가 건네는 해법은 90%의 자산은 안전자산에 투입하고, 나머지 10%를 최대한 공격적으로 운용하라는 것이다.

나는 자산규모가 작기 때문에 그 뜻에 따를 생각이 없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데 대해서는 깊이 감사한다.
2024년 12월 13일
1

god님의 다른 게시물

god님의 프로필 이미지

god

@godd

  • god님의 안나 카레니나 게시물 이미지

안나 카레니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민음사 펴냄

읽고있어요
3일 전
0
god님의 프로필 이미지

god

@godd

  • god님의 사탄탱고 게시물 이미지

사탄탱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알마 펴냄

읽었어요
4일 전
0
god님의 프로필 이미지

god

@godd

어렵긴 해도, 뇌와 의식에 관해 새롭고 참신한 관점을 선사해준 고마운 책이다.

저자는 “의식을 온도처럼 숫자로 측정할 수 있을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책 첫머리에 제시한다.

다소 엉뚱한 질문같지만, 놀라운 사실은 실제 의식 측정기가 개발되어 의식을 잃은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의식 측정기가 100% 완벽성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더 정확하고 엄밀한 의식 측정을 위해 의식 발현의 토대인 정보성과 통합성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이 꽤 어려웠지만, 내가 이해한 바는 이렇다.

먼저 정보는 한 공간에 갇혀 있을 때보다 넓게 퍼져 있을 때 훨씬 더 크다.

예를 들어, 종이컵에 들어있는 물 보다 강물이나 바닷물이 담고 있는 정보량이 훨씬 크다.

그러나 정보량이 크고 널리 퍼져 있을 경우, 우리는 그것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통합성의 측면에서 보면 강물이나 바닷물보다 종이컵에 들어 있는 물이 더 통합적이라 할 수 있다.

비유가 다소 미흡하긴 하지만, 여하튼 나는 넓게 퍼져 있는 정보를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을 통합성의 정도로 이해했다 .

저자는 정보성과 통합성이 만나는 중간 어디 쯤에서 우리의 의식이 발현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정말이지 참신하면서도 그럴듯 한 추측이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각과 뇌의 관계를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에 빗대 설명하는 지점이다.

먼 옛날 우리 인류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보이니까….

지금은 지구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알지만 보이는 현상은 동일하다.

이처럼 뇌가 사물을 지각하는 것도 이와 같을 수 있다.

즉, 우리가 사물을 지각할 때 감각세포가 받아들인 정보를 뇌가 그대로 받아 표현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감각세포가 받아들인 정보를 토대로 뇌가 예측 시뮬레이션을 돌려 사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자는 정보가 밖에서 안으로 들어와 실체를 구성하는 형태인 반면, 후자는 뇌에서 구성한 사물이 밖으로 나가 표현되는 방식이다.

원리가 정 반대임에도 우리가 지각한 사물은 그대로다.

마치 태양이 움직이듯 보이는 것처럼…

겹겹이 둘러싸인 동그라미가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나 주위가 조용한데 잡음이 들리는 환청 같은 사례는 우리 뇌가 예측에 실패해 생기는 현상들의 좋은 본보기다.

저자는 뇌를 일컬어 잘 제어된 환각기계라고 칭한다.

매우 큰 사고나 마약에 노출되면 뇌의 제어 장치가 고장나 환각에 빠지거나 더 나아가 자아가 분리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아가 대체 뭘까?

생존을 위해 뇌가 만들어 낸 환각일까?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인류가 그 미지의 영역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내가 된다는 것

아닐 세스 지음
흐름출판 펴냄

1주 전
0

god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