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님의 프로필 이미지

토끼

@tokkiegbp

+ 팔로우
호밀밭의 파수꾼의 표지 이미지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고등학생 때 읽고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예전에는 콜필드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때 읽었을 때는 얘는 대체 왜이러는거지? 했는데
이제는 콜필드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면서
어느정도 공감도 됐다.

언뜻보면 세상에 불만이 많은 사춘기 소년처럼 보이지만
따지고보면 그럴 만한 일들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삐딱하게 바라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순수함과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여동생인 피비를 생각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 순수함과 따뜻함이 더 잘 느껴졌다.

p.254
“앨리가 죽은건 나도 알아. 내가 그것도 모르는 것 같니? 그래도 좋아할 순 있잖아? 누가 죽었다고 해서 좋아하던 것까지 그만 둘 순 없지 않니?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천배나 좋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지.“

p.256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 앞에 그려본다 말야. 몇 천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가서 붙잡아주는거지. 애들이란 달릴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거야. 바보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 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콜필드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독특한 사람 취급을 받는데
이게 안쓰럽게 느껴지다가도, 근데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반복하며 읽었다.

콜필드 주변에는 콜필드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외롭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외적인 부분이나 하는 행동은 어른이지만 아직 청소년이니)

특히 앨리나 피비를 생각할 때와 피비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에서는 울컥하기도 했다.

p. 231
무엇보다 그런 엉뚱한 장소에 있는 엘리를 본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죽은자들이니 비석이니 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공동묘지 구석구석 비가 내렸다. 그러자 묘지에 온 수많은 사람들은 미친 듯이 자기 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를 미치게 했다. 사람들은 자동차 안에 들어가서 라디오를 틀고 곧 저녁을 먹으러 근사한 장소로 향할 것이다. 앨리만 빼놓고 말이다. 내게는 그것이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친구들은 콜필드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부모님이나 선생님같이 주변 어른들이 콜필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고, 콜필드를 이해해주고 보듬어줬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
p.12
나는 여태까지 어떤 장소를 떠난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 채 떠나곤 했다. 그것이 싫다.
비록 슬픈 이별이든 언짢은 이별이든 상관없이, 내가 어떤 장소를 떠날때는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싶다는 말이다. 그렇지 못하면 더 한심한 기분이 든다.

p.182-183
이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것이 언제나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누구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가령 10만번을 가보아도 에스키모는 여전히 두 마리를 물고기를 방금 낚아내고 있을 것이고, 새는 여전히 남쪽으로 날아가는 중일테고, 사슴은 여전히 예쁜 뿔과 날씬한 다리를 하고 물 웅덩이에서 물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또한 젓가슴을 드러낸 인디언 여자는 여전히 같은 모포를 짜고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p.250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냐. 사실 나쁜 인간은 아닐테니까. 하지만 반드시 나쁜 사람만이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야. 착한 사람도 우울하게 할 수 있지.

p.272-273
”하지만 제가 말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이야기를 해보고 나서야 비로소 무엇이 가장 재미있는가를 알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말하는 사람이 흥미를 갖고 있는데다 흥분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면,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누군가 무엇에 흥분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은 간결하게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어요. 어떤 것은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쉽사리 간결하고 통일성을 띠게 할 수 없어요."

p.276
“지금 네가 뛰어들고 있는 타락은 일종의 특수한 타락인데, 그건 무서운거다. 타락해가는 인간에게는 감촉할 수 있다든가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바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본인은 자꾸 타락해가기만 할 뿐이야. 이 세상에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네가 바로 그런 사람이야.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환경이 자기가 바라는 걸 도저히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실제로는 찾으려는 시도도 해보지 않고 단념해 버리는 거야."

p.313
누구에게든 아무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0

토끼님의 다른 게시물

토끼님의 프로필 이미지

토끼

@tokkiegbp

  • 토끼님의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게시물 이미지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마음산책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0
토끼님의 프로필 이미지

토끼

@tokkiegbp

이 좋은 책을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사람들이 요즘 챗gpt와 대화를 나누면서 위로를 받기도하는데
책 속에서의 콜리가 현실에서의 챗gpt가 아닐까

콜리와 연재, 콜리와 보경, 은혜와 투데이, 콜리와 투데이의 관계에서 나도 많은 위로를 받았다
앞으로 점점 더 팍팍해져가는 삶 속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위로를 받기보다 동물이나 기계에 더 위로를 받는 세상이 올 것 같다. 아니… 이미 온 걸지도…


——
p.28
투데이의 등에 앉아 달릴 때마다 콜리는 숨을 쉬었고, 호흡이 생명의 특권이라면 콜리는 그 순간만큼 생명이었으며, 생명은 살아 있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콜리는 살아 있었다.
콜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투데이가 달릴 때 만큼은 살아있다. 그렇다면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p.69
“왜 말을 타다가 하늘을 바라본거야 ?”
"하늘이 그곳에서 그렇게 빛나는데 어떻게 바라보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p.83
삶이 이따금씩 의사도 묻지 않고 제멋대로 방향을 틀어버린다고 할지라도, 그래서 벽에 부딪혀 심한 상처가 난다고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방향을 잡으면 그만인 일이라고.
우리에게 희망이 1%라도 있는 한 그것은 충분히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 이라고.

p.93
사람은 이따금씩 강렬하게 무언가에 끌렸다. 그게 사람일수도, 사랑일 수도, 음악일 수도, 물건일 수도 있었다. 그 강렬한 끌림 앞에서는 무엇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

p.157
지독히도 인간 중심적인 이 행성에서 동물들은 변화의 희생양일 뿐이었다. 보호받지 못하면 살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이제와서 자유를 주다니. 복회는 그것 역시도 착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이라 여겼다.

p.204
“그리움이 어떤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보경은 콜리의 질문을 받자마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콜리는 이가 나간 컵에서 식어가는 커피를 쳐다보며 보경의 말을 기다렸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거야."'
보경은 콜리가 아닌 주방에 난 창을 쳐다보며 말했다.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p.205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거야."
보경의 눈동자가 노을빛처럼 반짝거렸다. 반짝거리는 건 아름답다는 건데, 콜리 눈에 그 반짝거림은 슬픔에 가까워 보였다.
“행복이 만병통치약 이거든.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p.232
과거로 돌아가는 것만큼 완벽한 해결방법은 없을 것이다.
과거도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세상에는 어떤 고통이나 슬픔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누구도 현재들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겠지.

p.251
“언젠가는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시기가 올까 봐 두려워요."
복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민주가 잠자코 뒷말을 기다렸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는 아니겠지만 아주 먼 미래예요, 짐승이 이 행성을 포기하게 되는 거요. 이 곳에서는 더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한 동물의 유전자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거예요.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좁은 울타리에 갇혀 착취당하는 삶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유전자가 생존의 수단으로 죽음을 택할지도 모르잖아요.“

p.261
“고작 이틀에서 14일로 삶을 연장한다고 뭔가 달라질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길까?"
"당연하지. 살아간다는 건 늘 그런 기회를 맞닥뜨린다는 거잖아. 살아있어야 무언가를 바꿀 수 있기라도 하지.”

p.301-302
“네가 행복이 뭔지 알기나 하니?"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살아 있다는건 호흡을 한다는 건데, 호흡은 진동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 진동이 큰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그런데 너는 못 느끼잖아."'
행복이라는 건 결국 자신이 느끼지 못하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단어 아닌가.
“저도 느껴요.
저는 호흡을 못하지만 간접적으로 느껴요. 옆에 있는 당신이 행복하면 저도 행복해져요. 저를 행복하게 하고 싶으시다면 당신이 행복해지면 돼요. 괜찮지 않나요?"

p.312-313
“너는 모든 것에 꼭 이유가 다 필요해?"
“세상에 모든 것들에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런건 누구한테 들었는데?"
"들은게 아니에요. 그렇게 알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기수가 되기 위해서이고 인간이 저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도 이유가 있어서예요. 무의미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틀렸어. 네가 잘못 알고 있는거야. 세상에는 원래 이유가 없었어. 인간들이 이유를 가져다 붙인거지. 그러니까 순서를 따지자면 이유 없이 생겨난게 먼저야.”
"하지만 저는 틀릴수가 없는데...“
”누구라도 틀려. 원래 살아가는건 틀림의 연속이야.“

p.319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낯선 것에 도전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p.332
콜리가 옆에 있어 연재는 홀로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콜리에게는 생명체가 가진 체온이 없었다. 그럼에도 콜리는 언제나 이곳에 함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였다.

p.349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은이) 지음
허블 펴냄

1주 전
0
토끼님의 프로필 이미지

토끼

@tokkiegbp

  • 토끼님의 천 개의 파랑 게시물 이미지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은이) 지음
허블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0

토끼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