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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시메노 나기 지음
더퀘스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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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는 사람마다 다르다. 자기 페이스를 유지한 결과 도도는 멸종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돌이킬 수 있는 일이라면 풀칠을 다시 해서 제자리로 돌려놓자. 가호는 그날 카페에서 건네받았던 세탁용 풀의 물컹한 촉감을 떠올리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경비 정산 마감일이 다가온다. 할 수 있는 것들은 미리 준비해 놓자. 가호는 자기 자리로 향했다.

“구부려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어요. 어때요?”
일단 구부러졌다고 해도 손을 쓰면 꼿꼿하게 펼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을 이었다.
“한번 밖으로 내뱉은 말에는 혼이 깃들죠. 그만큼 조심해야 합니다.”
말을 할 때는 일단 멈춰 서서 상대의 입장과 배경을 상상해보는 것이 좋다. 말이 갖고 있는 힘, 언령이다.
“하지만 너무 깊이 생각하다 보면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죠. 그러니까 훈련하는 겁니다. 원래 모양으로 돌려보기도 하고 다시 바꿔보기도 하면서요.”
소로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옷걸이를 양손으로 꾹꾹 눌러 동그랗게 만들었다가 사각형으로 바꾸었다가 했다. 소로리가 건네주는 걸 일단 받았지만 옷걸이는 집에도 잔뜩 쌓여 있다. 가지고 갈 필요는 없어서 거절했지만 어쨌든 방향을 잃고 헤매는 유나의 등을 떠미는 역할을 해주었다. 가게에서 나온 뒤 스마트폰을 꺼내자 아즈사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첨부된 사진을 보니 쌔근쌔근 잠자는 미쓰키 옆에 선물 상자에 담긴 유나네 회사 제품이 놓여 있었다.
‘유나 언니 그림으로 힐링한 날. 너무 예뻐.’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직접 구매를 한 것이다. 고맙다는 인사도 전하고 고이치 없을 때 따로 만날 약속을 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선물로 샤인 머스캣을 들고 가야지.
한 번 쏟아낸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지 말고 만회를 하자. 솔직하게 ‘미안합니다’라고 말하자. 자신이 들어서 싫었던 말을,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쏟아낸 것에 대해 사과하자. 그렇게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다.

“살아가는 의미는 뭘까요?”
아카리는 언제나 품고 있는 질문을 소로리에게 던져본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소로리는 한동안 팔짱을 낀 채 촛불이 흔들리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살아 있는 불빛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이렇게 골똘히 생각하면서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삶 자체일지도 모르겠어요.”
눈으로 촛불을 응시한 채 소로리가 조용히 말했다.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한 목적도 아닌, 단지 그 순간을 응시하는 것. 지금 이 순간 존재하며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곧 살아 있는 의미가 아닐까. 그렇게 소로리가 생각하는 나름의 삶의 의미를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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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어차피 나는 주위에서 고립되었을 거고, 호소오가 소년원에서 나오면 다시 사귀었을 테니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요리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토코가 말했다.
“결국 인간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해.”

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북플라자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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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까? 나는 여전히 그곳에 가.
하루도 빠짐 없이.

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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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 남 탓도 할 수 없고.”
“그래도 ‘성취하려던 뜻을 단 한 번의 실패 때문에 저버리면 안 된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 애는 가끔 요상한 말을 입에 올린다.
“격언이요. 어렸을 때부터 격언을 무지 좋아해서 뭔가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모조리 적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물론 경우에 안 맞는 격언을 인용해서 여기 마스터한테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많지만. 방금 그건 셰익스피어.....였나? 아무튼 한 번 실수했다고 그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요.”
“새로 시작하다니, 무리야.”
“단칼에 잘라버리네.”
아야코가 웃었다. 표정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도 저는 그런 생각이 항상 들더라고요. 뭔가 삐걱거리고 잘 안되는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실패도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게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귀찮은 것도 많지만 막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잖아요.”
“긍정적이네.”
“유일한 장점이죠. 3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넋이 나간 애처럼 지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군.”
커피잔은 내려다보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사나에는 대단한 딸은 둔 모양이다.
“네. 그러니까 아저씨나 저나 너무 열심히는 말고, 적당히 열심히 살아요. ‘세상은 아름답다.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건 미국의 대작가인 헤밍웨이의 말이에요.”
그녀는 그런 격언을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기적을 내리는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읽었어요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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