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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펴냄

읽고있어요
104. 정체성은 시간을 견디기 위한 ‘허구’다.

중세의 공동체에서 나와 세속의 도시로 돌아오면, 영원의 세계는 간 곳이 없고, 모든 것이 속절없이 바뀌는 현대의 시간이 흐른다.

무엇엔가 쫓기듯 일어나 출근하고, "투자에는 나중이 없습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주식 시황을 살펴보고, 아파트 청약 상황을 점검하다가, 치주염을 다스리기 위해 치과에 다녀오다 보면, 어느덧 해가 뉘엿 뉘엿 진다.

그렇게 ✔️일용할 무의미와 고통을 모두 소진한 뒤에야 비로소 귀가하는 인간의 등 뒤로 덧없는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입을 아무리 앙다물어도 이빨 사이로 속절없이 흐른다. 눈물과 위로 사이를 비집고 뱀처럼 흐른다.

때가 오면 삶은 간신히 맞춘 퍼즐 조각처럼 결국 무너질 것이다. 사후에 펼쳐질 천국에 대한 믿음 같은 것은 없다. 그러니 모든 현대적 가치는 이 덧없는 현세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사후로 유예할 수 없으므로, 개별적 존재들이 우연 속에서 엉켜 몸부림치는 이 현세의 비빔밥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분투해야 한다. 이것이 중세가 아닌 현대를 사는 세속인에게 내려진 시간의 형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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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250. 제 좌우명은 '위기를 기회로!'입니다.
부모님이 이혼 위기에 처해 계신데요, 그걸 이혼의 기회로 삼으시면 좋겠어요. 멸종위기종도 말이에요, 멸종의 기회를 잡아 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저, 위기에 처한 거 아닙니다. 스탠드업 코미디 그만둘 기회입니다?

할머니가 치매예요. 근데 '치매'라고 하면 안 된대요. '어리석을 치'에 '어리석을 매'로, 부정적인 사회적 낙인을 야기한다고. 하여튼 저희 할머니는 치매예요. 치매 걸리기 전부터 치매였어요. 어리석고 어리석은 분이셨거든요. 저도 치매예요. 여러분도 다 치매고요.

잡종도 '잡종'이라고 하면 안 되고 '믹스견'이라고 해야 한대요. '잡종'의 어감이 좀 부정적이라나. 근데 잡종을 영어로 하면 '믹스 종'이잖아요. 이번에 본가 가서 엄마한테 잡채, 아니 믹스채 해 달라고 하려고요. 아, 이건 좀 유치했네요.

옆집 아저씨가 키우는 개가 믹스견인데 되게 예뻐요. 믹스가 잘 됐나봐요. 노래도 리믹스 버전이 월등히 좋을 때가 있잖아요. 믹스견은 참 신비로운 것 같아요. 그렇게 믹스가 되었다는 게. 왜냐하면 견종 간 차이가 어마어마하잖아요. 인종 간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죠. 도베르만과 시추의 차이를 보세요. 그렇게나 다른 존재들이 서로에게 끌렸다는 게 신비로워요. 걔네 눈에는 그렇게나 다르지 않은 걸 수도 있고요.

잘 붙어먹는 견종이 따로 있어요. 비글이랑 푸들, 말티즈랑 푸들 그리고 웰시코시랑 푸들. 그러니까 푸들이 안 그렇게 생겨 가지고 애가 색기가 좀 있나 봐요.

마음이 좀 불편해지는 조합도 있어요. 포메라니안이랑 시베리안 허스키. 이거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100프로 확신할 수 있어요? 견력형 성범죄일 가능성이 0은 아니라고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요. 사람은 잘 안 만나죠.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지음
민음사 펴냄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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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170. "소리는 파동이라 사라지지 않는대."
🌱그는 그 앎에 의지하는 듯했다.

우리는 학교 운동장에 도착해 연두색 펜스에 등을 기댄 채 동이 틀 때까지 더 이야기했다. 그는 나와 계속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내가 그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 뭔지를 그가 이미 다 알고 있어서 나는 불안해졌다.

171. 사람이 저렇게나 많은데 나는 한 사람과 만났고 오래 이 야기했고 그럴 수 있어 기뻤다. 🌱동시에 두려웠다. 살아가는 데에 특별히 필요한 게 없는 사람이 되려 했는데 꼭 필요한 뭔가가 생길 것 같았다. 꼭 필요한 뭔가가 생긴 삶은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런 고민을 하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소리를 엿들었다.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지음
민음사 펴냄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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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213. 만약 이 일을 그만두면 엄마는 이제 무슨 일을 하지?
로비를 거닐며 엄마의 걱정을 들어 주다 나는 속엣말을 그대로 내뱉고 말았다.

"엄마는 커서… 뭐가 되려나?"

엄마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지음
민음사 펴냄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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