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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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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정체성은 시간을 견디기 위한 ‘허구’다.

중세의 공동체에서 나와 세속의 도시로 돌아오면, 영원의 세계는 간 곳이 없고, 모든 것이 속절없이 바뀌는 현대의 시간이 흐른다.

무엇엔가 쫓기듯 일어나 출근하고, "투자에는 나중이 없습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주식 시황을 살펴보고, 아파트 청약 상황을 점검하다가, 치주염을 다스리기 위해 치과에 다녀오다 보면, 어느덧 해가 뉘엿 뉘엿 진다.

그렇게 ✔️일용할 무의미와 고통을 모두 소진한 뒤에야 비로소 귀가하는 인간의 등 뒤로 덧없는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입을 아무리 앙다물어도 이빨 사이로 속절없이 흐른다. 눈물과 위로 사이를 비집고 뱀처럼 흐른다.

때가 오면 삶은 간신히 맞춘 퍼즐 조각처럼 결국 무너질 것이다. 사후에 펼쳐질 천국에 대한 믿음 같은 것은 없다. 그러니 모든 현대적 가치는 이 덧없는 현세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사후로 유예할 수 없으므로, 개별적 존재들이 우연 속에서 엉켜 몸부림치는 이 현세의 비빔밥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분투해야 한다. 이것이 중세가 아닌 현대를 사는 세속인에게 내려진 시간의 형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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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동화가 아이들의 이야기인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 쓰인 것이라서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인생의 초반기, 다른 사람들은 내게 힘을 행사하지만 정작 나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는 그 시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지음
반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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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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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기억이란 지나가는 물고기를 모두 잡는 일은 결코 없으면서, 종종 있지도 않은 나비를 잡아 버리는 그물 같은 것이었다.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지음
반비 펴냄

읽고있어요
3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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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21. 살구를 땄던 여름이 시작될 무렵, 마침내 우리는 두 형제가 사는 곳에서 가깝고, 내가 있는 집에서도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갈 수 있는,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근사한 노인 전용 아파트로 어머니의 거처를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모든 것이 진짜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둡고 엉망이 된 집에서 어머니를 데리고 나온 일이, ✔️사실은 익숙했던 일상과 사물의 배치로부터, 습관의 힘으로 버틸 수 있던 그곳으로부터 당신을 떼어 낸 셈이 되었다. 아니면 어머니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어느 정도인지 우리가 파악을 못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지음
반비 펴냄

읽고있어요
4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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