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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큰글자도서) (김초엽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퍼블리온 펴냄

읽었어요
이적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세계였다.
인간 내부에 어떤 존재가 들어와서 포자처럼 외부세계로 퍼져나가고, 미생물 같은 그들간에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설정이 무척 새로웠다. 그러면서도 집단적으로 속삭이면서 의사소통하는 장면은 영화 <아바타-물의길>에서 대자연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연상됐다.
SF장르의 매력이 무언지 좀 알 것 같다. 읽는 동안 완전히 그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제프가 태린과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 대부분이 자아 분열을 견디지 못했다. 범람체를 온전히 믿고 온몸을 일정 시간 범람체에게 내맡긴 태린은 공존할 수 있었다.

🧨내 속에 자리잡은 그를 밀어낼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 그를 적으로 생각하여 없앨 것인가, 무리로 인정할 것인가.

🧨내게서 진짜 자아는 어디까지일까. '나'라는 존재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눈앞의 범람체들이 태린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어서 가까이 와서 자신을 살펴보라고. 직접 만지고 냄새를 맡고 먹어보라고.
“범람체는 인간을 미치게 한다. 이성을 집어삼켜 광기와 죽음에 빠뜨린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태린은 소리를 내어 중얼거렸다. 이 도시는 생명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득찬 곳이라고. 인간은 이 색채들 속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p.115)

📚 소란이 잠깐 멎은 후에 어떤 목소리가 물었다.
<그 의식은 너희의 머리 안에 있는 뭉치, 우리를 닮은 연결망 의 뭉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지?>
<인간의 뇌가 너희를 닮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의식이 뇌에서 시작되는 건 맞아.>
<우린 그 뭉치를 세세히 조사했어. 인간에 대해 학습할 때, 늪 에 던져진 인간을 소화할 때, 그리고 인간의 언어를 배울 때 말이야. 그리고 결론을 내렸어. 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 중심적 삶만을 경험해 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 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 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 없어. 우리랑 결합한 상태에서도 너희는 여전히 의식을 지닐 수 있어.>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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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그냥 좀 제발 놔두시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평생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만으로 살며 지내다가 결국 아무일도 해내지 못하고 그는 죽어 버렸다. 그는 사는 동안 오로지 자신이 되돌아가게 될 죽음에 대해서만 줄곧 생각하고 자연의 회귀 질서에 철저하게 복종한 사람이다. 지독히도 순결하고, 극단적으로 완고하게 전생에서부터 저승까지 이어지는 인생길을 끝까지 <걸어서> 가버린 그가, 살았지만 살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는 그가 나에게 던져 준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라>였다. 살아 있는 순간순간마다 정신과 육신이 혼연일체가 되어 참으로 살아 있는 자답게 깨어서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내 의식의 깊숙한 자락에서 꿈틀
댔다.
- 옮긴이의 말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책들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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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짊어지고 있는 짐들이 있었고 그 짐에서 밧어나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다. 하지만 소망이 선을 넘으면 욕망으로 변한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소망은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구별하지만 욕망은 물불을 안 가린다는 것을.(107쪽)

📚 그건 사람을 살리는 약이 아니다. 오히려 죽이는 약이야.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걸 먹으면 다시는 사람처럼 살 수 없게 된다. (186쪽)

📚 인어 기름을 한번 마시고 그 맛을 알아 버리면 내가 얼마너 더 마셔야 할지? 얼마나 더 마시고 싶은지 알 수가 없어지거든. 다른 생각은 다 없어지고 딱 한 가지 생각만 남는다네. 더 마시고 싶다는 생각. 그게 나머지 생각들을 다 집어삼켜 버리지. 그 다음부터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 어차피 한 생각밖에 없으니까. (197쪽)
➡️ 이에 덕무는 '그건 생각이 아니라 그릇된 욕망'이라고 한다. 위 부분에서 '인어 기름'은 '돈', '권세', '도박' 등 무엇으로 바꾸어도 말이 된다. 욕망의 추함을 잘 표현한 문장이라 생각한다.

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해결책 펴냄

읽었어요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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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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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고증이 엄청난 소설. 묘사도 상세해서 영두와 같이 창경궁, 창덕궁, 원서동 곳곳을 함께 거니는 기분이다.
문화재를 발굴하듯 주인공 영두와 낙원하숙 할머니의 과거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건물을 지어 올리듯이 과거 파편들이 모여 인물의 일대기를 구축해 가는 방식이 이야기를 매우 촘촘하게 만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책에 빠져들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망 이후 조선에 있던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돌아가자 이들을 '조센 카에리'라 부르며 멸시했었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 옛날 '환향녀'들이 떠오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해 조선인 가정부의 도움을 받는 아기엄마 이야기도 가슴에 남았다.

일제의 잔재인 대온실을 철거하지 않고 수리해서 남겨두듯, 과거 나와 악연이었던 이를 완전히 파내어 버리지 않고 조심스레 다가가듯, 나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한번씩 직면하여 개선해 나가듯, 그래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머물다 돌아갈 수 있게끔 해 볼까, 하고 마음먹게 하는 책이다. 그러나 땅을 파고 과거를 마주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법.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수리 전엔 마음을 단단히 하자.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창비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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