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대화들은 팔딱팔딱 살아 있다. 실제 현실에서 주고받는 대사처럼 실감나기도 하면서도 중요한 메세지 역시 대사에 담겨 있을 때가 많다.
지금까지 읽은 김금희 작가의 책들이 다 좋았지만, 이 책은 특히 키득거리는 순간이 많았다. 어쩌면 라디오 드라마 같은 '듣는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안성맞춤일지도 모르겠다.
📚 손열매> 방금 뭐예요? 정전기 같은 건가?
어저귀> 굳이 설명한다면 친교적 조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살아있는 것들이 살아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하는 마음. (157쪽)
📚 할머니>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인생은 독고다이, 혼자 심으로 가는 거야. 닭알도 있잖여? 지가 깨서 나오면 병아리, 남이 깨서 나오면 후라이라고 했어. (185쪽)
📚 할아버지> 사랑? 이, 사랑은 잃는 게 아니여. 내가 내 맘속에 지어놓은 걸 어떻게 잃어?
손열매> 눈앞에서 사라졌는디 그기 잃은 게 아니면 뭐여, 인자 찾을 수도 없은께 괜히 위로하지 말어.
할아버지> 위로고 아래로고 간 빼먹으려는 자라가 그리 용을 써 봤자 못 가져가는 게 토 선생 간이고 마음인 겨. (212쪽)
손열매> 암만 찾아도 읎는디 영영 이별이지 우째 아니여. 그런 갸갈 안 나는 말은 하지도 말어.
할아버지> 얼라리요? 개갈 안 나는 말이 뭐여. 개갈이 나는 말이지. (212쪽)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어저귀의 말처럼 서로를 도우며 끊임없는 관계를 이어 나가다가 결정적 순간에는 할머니 말씀처럼 혼자 힘으로 밀고 나가 깨뜨려야 한다. 열매는 목소리가 안 나와서 좌절했지만 어떻게든 배역을 따내야 한다. 고수미는 경제적으로 폭망했지만 어떻게든 빚을 갚고 새출발을 해야 한다.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많은 이들이 그 과정들을 돕지만 결국 깨쳐나가는 건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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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라는 이름의 환각제가 주는 안락 속에 사는 삶이 보편이 된 사회 속에 '존'이라는 야만인(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옴)이 오게 됐다. 고통, 눈물, 슬픔, 좌절, 극기가 없는 이곳에서 구역질을 느끼고는 원래 삶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현실 역시, 살면서 여러 과업을 수행해야 하고 그것을 잘해야 한다. 그렇게 살다가 지칠 때면 그저 꿀만 빠는 '개꿀 인생' 또는 '로또 인생', '금수저 인생'을 꿈꿔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최고의 기쁨은 그런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준 이상의 성취를 해냈을 때의 감정 아니던가. 그 경험을 쌓고 떠올리며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의 속도로 나아간다. 그것을 위해 나는 오늘도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한다. 힘들면 잠시 쉬어 가면 되니까.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수다👨👩👧👧, 기분 좋은 음악🎶 또는 커피 한 잔☕️과.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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