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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사냥 (차인표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해결책 펴냄

읽었어요
📚 각자 짊어지고 있는 짐들이 있었고 그 짐에서 밧어나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다. 하지만 소망이 선을 넘으면 욕망으로 변한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소망은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구별하지만 욕망은 물불을 안 가린다는 것을.(107쪽)

📚 그건 사람을 살리는 약이 아니다. 오히려 죽이는 약이야.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걸 먹으면 다시는 사람처럼 살 수 없게 된다. (186쪽)

📚 인어 기름을 한번 마시고 그 맛을 알아 버리면 내가 얼마너 더 마셔야 할지? 얼마나 더 마시고 싶은지 알 수가 없어지거든. 다른 생각은 다 없어지고 딱 한 가지 생각만 남는다네. 더 마시고 싶다는 생각. 그게 나머지 생각들을 다 집어삼켜 버리지. 그 다음부터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 어차피 한 생각밖에 없으니까. (197쪽)
➡️ 이에 덕무는 '그건 생각이 아니라 그릇된 욕망'이라고 한다. 위 부분에서 '인어 기름'은 '돈', '권세', '도박' 등 무엇으로 바꾸어도 말이 된다. 욕망의 추함을 잘 표현한 문장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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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그냥 좀 제발 놔두시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평생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만으로 살며 지내다가 결국 아무일도 해내지 못하고 그는 죽어 버렸다. 그는 사는 동안 오로지 자신이 되돌아가게 될 죽음에 대해서만 줄곧 생각하고 자연의 회귀 질서에 철저하게 복종한 사람이다. 지독히도 순결하고, 극단적으로 완고하게 전생에서부터 저승까지 이어지는 인생길을 끝까지 <걸어서> 가버린 그가, 살았지만 살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는 그가 나에게 던져 준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라>였다. 살아 있는 순간순간마다 정신과 육신이 혼연일체가 되어 참으로 살아 있는 자답게 깨어서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내 의식의 깊숙한 자락에서 꿈틀
댔다.
- 옮긴이의 말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책들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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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고증이 엄청난 소설. 묘사도 상세해서 영두와 같이 창경궁, 창덕궁, 원서동 곳곳을 함께 거니는 기분이다.
문화재를 발굴하듯 주인공 영두와 낙원하숙 할머니의 과거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건물을 지어 올리듯이 과거 파편들이 모여 인물의 일대기를 구축해 가는 방식이 이야기를 매우 촘촘하게 만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책에 빠져들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망 이후 조선에 있던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돌아가자 이들을 '조센 카에리'라 부르며 멸시했었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 옛날 '환향녀'들이 떠오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해 조선인 가정부의 도움을 받는 아기엄마 이야기도 가슴에 남았다.

일제의 잔재인 대온실을 철거하지 않고 수리해서 남겨두듯, 과거 나와 악연이었던 이를 완전히 파내어 버리지 않고 조심스레 다가가듯, 나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한번씩 직면하여 개선해 나가듯, 그래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머물다 돌아갈 수 있게끔 해 볼까, 하고 마음먹게 하는 책이다. 그러나 땅을 파고 과거를 마주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법.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수리 전엔 마음을 단단히 하자.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창비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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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적 시각장애인이 살아가는 법, 삶을 바라보는 법을 기록한 에세이집이다.

엄마가 지어주셨다는 '조승리'라는 이름만 봐도 엄마의 성정이 어떠하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 엄마는 열다섯에 찾아온 딸의 장애를 이기고 싶어했지만 그러지 못하자 딸을 부끄러워했고 딸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딸의 성정도 엄마에게 지지 않을만큼 강했다. 모든 치료가 효과없음을 받아들이고 같은 날 죽자는 엄마에게 "난 창창히 더 살 거거든? 어디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지려고 해! 난 엄마 없이도 잘 살 거거든!" 꽥 소리질렀고 말 그대로 굉장히 잘 살고 있다.

패기 있고 확신에 찬 문장들에서 이 사람이 이 지랄맞은 현실을 어떻게 마주하는가가 잘 느껴진다. 나는 이들을 어떤 태도로 마주해야 좋을지도 생각하게 된다.

📚 "수미씨는 장애인 자식 없어 봤잖아요. 그래본 적 없으면서 희생하지 않는다고 헐뜯을 자격 있어요? (...) 모든 사람이 부모를 존경하진 않아요. 또 존경할 만한 부모 밑에서 태어날 수도 없고요. 세상에 수미씨 부모님 같은 분만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편협한 사고예요."
(...) 나는 정오의 태양이 싫었다. 태양이 가장 높을 때 그림자는 가장 초라하게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어느 날 수미씨가 내게 언제 가장 행복한지를 물은 적이 있다. 나는 불행을 잊고 있을 때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수미씨는 장애가 불행의 원인이라 생각하느냐 물었다. 나는 눈이 먼 게 불행한 게 아니라 이 상태로 계속 살아야 하는 게 진짜 불행이라고 말했다. (...) 내 기준으로 팬데믹은 진짜 불행이 아니다. 그것에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층에서 결국 싸움이 났다. 참다못한 아래층 사람이 뛰어올라온 모양이었다. 겨우 몇 달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답답해 미치겠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평생을 그리 살기도 한다고. 방구석에서 자유를 상상하며 자기 위안에 빠져 평생을 사는 이들이 있다고. (159쪽, <정지된 도시> 중에서)

📚 나는 그동안 실패가 두려워 장애를 핑계 삼아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 왔다. 잃어버린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다르게 살려고 노력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들로 만들기 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다. 탱고 수업은 내게 첫 도전의 시작이었고 내 가슴에 열정을 심어 주었다. (203쪽, <탱고를 추는 시간> 중에서)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달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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