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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황선우 외 1명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홀로 살 수 없다고 확신하는 나에게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커다란 응원이 되어준다.

가끔 상상한다. '혼자 살면 어떨까?', '결혼하면 힘들까?'라며 늘어놓는 상상들은 결국 '혼자는 못 살겠어!'라는 결론에 다다르곤 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도 방에 자주 있지 않는 사람이 혼자 살면 얼마나 외로울까. 거실에 나와서 엄마와 종알종알 대화를 나누고, 동생 방에 가서 괜히 어슬렁거리고, 몽이를 핑계로 매트리스에 나눠 누운다. (내 방에 몽이 화장실이 있는 덕에 방문을 닫지도 못한다.) 그런 일상을 가지고 있는 내가 미래에 올 주거 형태를 생각하면 조금 아득해지는 건 사실이다. 언제까지고 가족과 함께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독서모임에서 『에이징솔로』를 읽었다. 친구들 사이에 미래의 주거 형태를 떠올리며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대부분 우울해진 분위기에 심지어 나는 독서모임 중 분위기를 띄워보기 위해 재미없는 농담을 던지기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혼자 살기 위해 필요한 자금과 집, 누군가와 함께 살 수 없다는 자신 등 온갖 걱정들이 합친 우울이었다. (나는 아니었지만) 『에이징솔로』를 읽고 우울을 느꼈다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읽고 나서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거하는 것과 별개로 이토록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났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싸우고 잘 화해할 수 있는 사이가 되기까지 황선우와 김하나의 시간들이 얼마나 쌓였을까. 그 시간들을 나도 누군가와 닮아갈 수 있을까.

만일 마음 맞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살아가보고 싶다. 이들처럼 유쾌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주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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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나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모른다는 사실에 깊이 안도하면서 그 자리에 함께 머물고 있었다."


1년 전, A를 만났을 때 '저 모습이 진짜가 아닌 것 같아'라고 느낀 적 있다. 그때 나는 A의 진짜 모습을 알기 위해 전화도 하고, 만나도 보고, 인터뷰까지 했던 적 있다. 그래서 A의 진짜 모습을 보았는가? 아니다. 진짜 모습은 누구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물론, 어쩌면 A 자신조차도.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면 자주 "나는 나를 모르겠어"라는 말이 나온다. 답변 모두 기록해야 하는 일의 입장에서 애매한 말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대답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질문에 있어서 나를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용기는 마치 진짜처럼 느껴져서.

​우리는 서로를, 나를 다 안다고 착각한다. 내가 아는 나는 전부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진짜'는 진짜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일기에 쓰는 말이 다 진짜인가? 나를 꾸미고 정의내리고 쓰는 말들은 모두 진짜가 아니다. 어쩌면 그건 "내가 진짜라고 믿어온 것들"일 뿐이다. (드라마 <안나>의 유명한 문구,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유미의 행동 안에서 도덕과 외모로 운운하는 건 이 책 안에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다. 『친밀한 이방인』은 경찰이 유미의 범죄를 처벌하려는 내용도, 범죄의 허술함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 소설은 화자를 통해 유미의 행적을 쫓아가면서 지금까지 믿어온 것들이 진짜냐고 물음표를 던질 뿐이다. 나는 그 물음표만으로 읽을 이유가 충분했고, 충실히 이야기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었다.

내가 A의 진짜 삶을 알 수 없었듯, 인터뷰에 모르겠다고 답변을 하듯 나는 진짜 유미의 삶을 몰라도 될 것 같았다. 마침내 카페에서 서로의 삶을 모르는 것에 안도하는 화자처럼.

친밀한 이방인

정한아 지음
문학동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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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408

서로 오해하는 마음을 다시 추적하는 소설 『영원에 빚을 져서』.

"그러니까 기억을 추적하는 과정은 고통 그 자체이지만, 그 고통 너머에 존재하는 희미한 마음이 있다."

예소연이 그리는 우정은 반짝반짝하지 않다. 우정의 그늘진 순간을 끄집어내어 이야기한다. 『영원에 빚을 져서』의 그늘진 순간은 참사 안에서 일어난다.

동이, 혜란, 석은 프놈펜에서 세월호 참사를 겪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제자 삐썻은 공감하며 자신의 나라에서 일어난 참사를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석이는 말한다. "그거랑 세월호는 다르지."

우리는 참사 앞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가? 누군가는 허무한 죽음에 축 늘어져 생각하는 것조차 고통이라고 느낀다. 또다른 누군가는 죽음을 입으로 말하면서 참사를 잊는 것이 고통이라고 느낀다.

소설은 동이와 석이를 통해 두 고통 모두 이해한다고 말하는 동시에 고통을 비교관계에 두는 행위를 지적한다. 누군가의 고통을 함부로 가늠하는 것. 석이가 삐낏에게 실수했듯, 혜란과 화자가 함부로 석이의 행동을 가늠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과거를 추적하는 소설의 흐름은 오해하는 마음을 쫓아간다. 쫓아간 마음은 이제 밝은 미래만 앞두고 있을 것 같지만, 그들의 우정은 누군가에게 기도하는 마음처럼 경건하고 처절하다.

결국 『영원에 빚을 져서』 속 우정은 누군가에게 '빚을 진' 마음처럼 무겁지만, '영원'처럼 계속된다. 마치 참사에서 겪은 상실이, 엄마를 잃은 동이의 아픔이 무겁지만 계속되는 것처럼 말이다.

영원에 빚을 져서

예소연 지음
현대문학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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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생각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더숲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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