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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장편소설 의 표지 이미지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열린책들 펴냄

읽었어요
어느 날,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이 메리엘라라는 백인 소녀(19세)를 겁탈하려다 걸린 사건이 일어난다. 진 루이스의 아빠는 흑인을 변호하게 되는데, 그 일로 메이콤 전역에서 비난을 받게 된다.


📚"아빠, 우리가 이길까요?"
"아니."
"그렇다면 왜-."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 이번에는 우리가 북부 사람들과 싸우는 게 아니고 우리 친구들과 싸우는 거야. 하지만 이걸 꼭 기억하거라. 그 싸움이 아무리 치열하다 해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의 친구들이고 이곳은 여전히 우리의 고향이라는 것을 말야."(p.149)


재판 과정에서 톰 로빈슨은 무고하게 죄인으로 몰렸음이 드러나고, 변호사는 배심원들을 향해 마지막 호소를 한다.

📚 이 나라에는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도록 창조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 앞에서라면 거지도 록펠러와 동등하고, 어리석은 바보도 아인슈타인과 동등하며, 무식한 사람도 어떤 대학 총장과 동등한 하나의 인간적인 제도가 있지요. 배심원 여러분, 그 제도가 바로 사법제도입니다. … 우리의 법원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습니다.
배심원 여러분, 법정은 오직 배심원단이 건전한 만큼 건전하고, 배심원단은 그 구성원이 건전한 만큼 건전합니다. 배심원 여러분께서 맡은 바 의무를 다해 주시기를 하나님의 이름으로 비는 바입니다.(p. 380)


배심원들은 변호사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만다. 재판에서 진 변호사의 아이들은 옳지 않은 판결에 분노하고 억울해 한다. 옆집에 사시는 모디 아주머니께서 아이들을 위로해 주신다.

📚 "애티커스 핀치는 이길 수 없어, 그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그런 사건에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변호사야. 그러면서 나는 또 이렇게 생각했지. 우리는 지금 한 걸음 내딛고 있는 거야. 아기 걸음마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진일보임에는 틀림 없어."
"그렇게 말하기는 쉽죠. 기독교를 믿는 어떤 판사들, 어떤 변호사들도 이교도적인 배심원을 꺾을 순 없어요. 제가 자라는대로 -."
오빠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습니다.
"그게 바로 네가 네 아빠의 뒤를 이어 해야 할 일이야."(p. 398)


🧨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은 진과 젬 같은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돕는 것이 어른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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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고증이 엄청난 소설. 묘사도 상세해서 영두와 같이 창경궁, 창덕궁, 원서동 곳곳을 함께 거니는 기분이다.
문화재를 발굴하듯 주인공 영두와 낙원하숙 할머니의 과거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건물을 지어 올리듯이 과거 파편들이 모여 인물의 일대기를 구축해 가는 방식이 이야기를 매우 촘촘하게 만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책에 빠져들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망 이후 조선에 있던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돌아가자 이들을 '조센 카에리'라 부르며 멸시했었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 옛날 '환향녀'들이 떠오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해 조선인 가정부의 도움을 받는 아기엄마 이야기도 가슴에 남았다.

일제의 잔재인 대온실을 철거하지 않고 수리해서 남겨두듯, 과거 나와 악연이었던 이를 완전히 파내어 버리지 않고 조심스레 다가가듯, 나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한번씩 직면하여 개선해 나가듯, 그래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머물다 돌아갈 수 있게끔 해 볼까, 하고 마음먹게 하는 책이다. 그러나 땅을 파고 과거를 마주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법.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수리 전엔 마음을 단단히 하자.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창비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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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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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적 시각장애인이 살아가는 법, 삶을 바라보는 법을 기록한 에세이집이다.

엄마가 지어주셨다는 '조승리'라는 이름만 봐도 엄마의 성정이 어떠하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 엄마는 열다섯에 찾아온 딸의 장애를 이기고 싶어했지만 그러지 못하자 딸을 부끄러워했고 딸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딸의 성정도 엄마에게 지지 않을만큼 강했다. 모든 치료가 효과없음을 받아들이고 같은 날 죽자는 엄마에게 "난 창창히 더 살 거거든? 어디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지려고 해! 난 엄마 없이도 잘 살 거거든!" 꽥 소리질렀고 말 그대로 굉장히 잘 살고 있다.

패기 있고 확신에 찬 문장들에서 이 사람이 이 지랄맞은 현실을 어떻게 마주하는가가 잘 느껴진다. 나는 이들을 어떤 태도로 마주해야 좋을지도 생각하게 된다.

📚 "수미씨는 장애인 자식 없어 봤잖아요. 그래본 적 없으면서 희생하지 않는다고 헐뜯을 자격 있어요? (...) 모든 사람이 부모를 존경하진 않아요. 또 존경할 만한 부모 밑에서 태어날 수도 없고요. 세상에 수미씨 부모님 같은 분만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편협한 사고예요."
(...) 나는 정오의 태양이 싫었다. 태양이 가장 높을 때 그림자는 가장 초라하게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어느 날 수미씨가 내게 언제 가장 행복한지를 물은 적이 있다. 나는 불행을 잊고 있을 때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수미씨는 장애가 불행의 원인이라 생각하느냐 물었다. 나는 눈이 먼 게 불행한 게 아니라 이 상태로 계속 살아야 하는 게 진짜 불행이라고 말했다. (...) 내 기준으로 팬데믹은 진짜 불행이 아니다. 그것에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층에서 결국 싸움이 났다. 참다못한 아래층 사람이 뛰어올라온 모양이었다. 겨우 몇 달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답답해 미치겠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평생을 그리 살기도 한다고. 방구석에서 자유를 상상하며 자기 위안에 빠져 평생을 사는 이들이 있다고. (159쪽, <정지된 도시> 중에서)

📚 나는 그동안 실패가 두려워 장애를 핑계 삼아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 왔다. 잃어버린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다르게 살려고 노력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들로 만들기 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다. 탱고 수업은 내게 첫 도전의 시작이었고 내 가슴에 열정을 심어 주었다. (203쪽, <탱고를 추는 시간> 중에서)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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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하주시청에서 일하는 두 공무원이 레즈비언들의 혼인신고서류를 받아 준다. 처음에는 고모의 50년지기 옆사람을 가족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종래에는 101쌍의 동성 혼인 커플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동성 커플의 혼인을 허락하면 정말 혼란이 야기될까?
커플들이 줄이어 낸 혼인신고서들이 통과되고 오류가 잡히기 전까지만 법적으로 유효한 관계이지만 오래된 그들의 꿈이 실현되는 장면들이 무척이나 통쾌하다.

오늘의 세리머니

조우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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