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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책들 펴냄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작가가 각인된 건, <향수>를 통해서다. 너무나 강렬한 미스터리 소재에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묘사가 무척 마음을 끌었다. 그런데 작가가 더 좋아진 건, <좀머씨 이야기> 덕분이었다. <향수>와는 완전히 다른 소설이고 잔잔한 듯, 묵직한 소설이 왠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이렇게나 다른 작품을 쓰는 작가라니 정말 궁금하다~ 생각했는데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어떤 상을 준다고 해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신비함을 더해주는 작가.



최근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두 작품을 더 읽었다.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인 <콘트라베이스>와 세 번째 소설인 <비둘기>다. 이렇게 네 작품을 놓고 보니 <향수>만 좀 동떨어진 느낌이다. <향수>는 영화화되었을 만큼 대중적인 소설인 반면, 다른 세 작품은 매니아가 아니라면 읽기가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비둘기>는 느낌 상 <콘트라베이스>와 <좀머씨 이야기>의 중간 정도로 느껴진다.



<비둘기> 속 조나단 노엘은 오랜 기간 아무 걱정이나 큰 사건 없이 조용히 지내왔다. 유년기와 청년기에 너무나 큰 일을 겪었던 조나단에게 이 시간은 더없이 행복한 하루하루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생활하려던 그때, 자신의 한 칸 방 방문 앞에 비둘기가 가로막고 있는 것을 발견하다. 그는 이 비둘기를 본 후 패닉에 빠진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느껴지는 요의와 저 방문 앞 비둘기를 뚫고 과연 무사히 출근을 하고, 다시 이 안전한 방으로 귀가할 수 있을까.



조나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술은 마치 <콘트라베이스> 속 주인공의 혼잣말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조나단의 행동과 그 원인을 파헤쳐보면 마치 <좀머씨 이야기> 속 좀머씨와 비슷하다. 조나단은 유년기에 겪은 2차 세계 대전을 다 극복하지 못하고(누구라도 하루 아침에 부모가 사라지는 일을 겪는다면 그럴 것이다) 짜여진 일상 속 쳇바퀴같은 삶을 지향한다. 그 일상 속 "비둘기"는 그에게 침입자와 같을 것이고 오히려 이 비둘기를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하나의 사건은 또다른 하나를 불러내고 이어 연속되는)로 패닉 상태가 지속되는 듯하지만 책의 처음, 어린 시절 아무 걱정없이 비 오는 날 물장구치며 걸었던 그 순간을 떠올리듯 철벅거리며 거리를 걷는 동안(좀머씨의 방황과 비슷하지 않은가! ) 조금씩 자신을 되찾아간다.



나와는 너무나 다른 그 누구라도 그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묘사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이제 <향수>도 한 집합으로 묶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가진 트라우마를 왜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못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읽는 내내 궁금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조나단이라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 내면 세계를 심도 깊게 묘사한 쥐스킨트의 역작"이라는 설명이 아깝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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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턴 숲의 은둔자

엘리스 피터스 지음
북하우스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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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북페어인가에서 언급되어 알게 된 책 제목. 긴가민가...하다가 우선 대여해서 빌려보았다. 키워드 정도만 안 상태에서 읽어내려간 상태였지만 영~ 내용이 내가 상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참, 당황했다.



우선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한 것에 영~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라 첫 시작부터 부도덕하고 법을 어기는 주인공이 참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 그 이후는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르륵~



재미가 없지는 않았지만서도, 책 뒤편 평론가, 작가들이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내용에 훌륭함을 언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맛이 쓰고 불편한 감정이 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분명한 사회적 문제가 이 책의 소재다. 간병!

11개월 동안 엄마를 간병했지만 나 혼자이지 않았고, 코로나 시작 살짝 전이었고, 우리집엔 어느 정도 병원비나 간병비를 낼 만한 상황이었고 1년, 2년... 10년이 아니라 1년이 채 안되는 11개월뿐이었다고 해도 분명 간병은 힘든 일이다. 10년 넘게 치매 할머니를 모셨던 경험도 있어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일들이 불법을 저지르거나 부도덕한 데에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



또하나의 불편함. 바로 그녀의 딸이다. 대학을 졸업할 정도의 나이만큼 먹어서 엄마 등을 치는 딸이 정말 많은가? 흔한가?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너무나 감동적인, 잊을 수 없는 책이 될지언정 적어도 나에겐 영~ 불편한 책이었음은 분명하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문미순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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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문미순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읽었어요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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