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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로알드 달 지음
시공주니어 펴냄

거의 블랙코미디나 다름없는 처절한 가난이 동화적 필치로 아무렇지 않게 펼쳐진다. 해맑다기보단 음침하고 처절하며 잔인하기까지 한 로알드 달의 소설이 아동들 사이에서 불굴의 생명력을 얻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이들은 아직 가난을 알지 못하기에 그를 즐길 수가 있는 것일까. 부잣집 자식들과 달리 온갖 유혹에도 훼손되지 않는 찰리의 선의를 믿고 응원하면서.

식탐과 교만, 탐욕과 나태, 어른과 아이 모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흔한 악덕들이 치명적 실패와 맞닿는 장면이 이어진다. 아마도 소설의 주된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쉬이 잊을 수 없는 경고와 암시로써 기능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달의 동화보다 부조리한 세상은 가난 가운데 미덕이 버텨낼 수 없음을, 부유함이 악덕조차도 쉽게 감춘단 걸 일깨운다. 찰리의 승리는 동화 속에나 있을 뿐인데 나는 무엇하러 이런 옛 이야기나 들춰보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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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아끼는 이들이 파리를 가면 반드시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카페. 레 뒤 마고, 카페 드 플로르, 르 프로코프, 르 돔, 본 프랑케트, 르 타부 같은 곳들. 그저 카페인 것 만이 아니다. 가게마다 유명한 작가들, 이를테면 샤르트르와 보부아르, 카뮈, 콕토, 랭보, 헤밍웨이, 카파와 브레송,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같은 이들과 얽힌 사연이 한가득이다. 이곳을 찾는 건 예술과 역사, 낭만과 아름다움을 만나는 일이다.

책은 한반도, 특히 모던 열풍이 일던 1920년대 이후 십수년 간 이 땅에서도 명사들이 카페를 찾아 교유하고 작품을 빚던 시기가 있었단 걸 알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굴곡진 역사는 저기 파리처럼 우리의 공간을 지켜내지 못했고, 그나마 남은 건물들마저 지켜내지 못했음을 일깨운다. 그마저도 이를 기억하는 이가 없다. 이 얼마나 빡치고 쪽팔린 일인가 말이다.

개화기 한국 커피역사 이야기

김시현, 윤여태 (지은이) 지음
피아리스 펴냄

1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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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주제를 다룬 24편의 글이 그가 발표한 소설과 시, 극본에 깔린 저자의 인간관이며 세계관을 알기 쉽게 드러낸다.

온갖 압제와 억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육체와 정신의 진정한 자유를 실현해야 한다는 일관된 주장이 비교적 깔끔한 구성 아래 들어찬 게 특징적이다. 날카로운 시각과 흥미로운 사유 사이로, 마광수의 저술에 기대하게 되는 것, 즉 과격하여 무리하게 느껴지는 논리 전개를 마주하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물론 공감하는 대목보단 반박하고 싶어지는 부분이 훨씬 많은 책이다. 그것이 그대로 마광수를 읽는 즐거움이란 걸 그의 애독자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남이 듣기 좋은 글만 쓰는 것이 미덕이고 더 나은 작가인양 추켜세워지는 세태 가운데서, 웬만한 비판쯤엔 즐기듯 부딪치는 그의 글이 매력을 뿜어낸다.

책 가운데 여러 면모를 가만히 들여다보자니 조금의 불편에도 한없이 민감한 오늘의 독자에게 이곳이 어떻고 저곳이 저렇다며 뜯기고 씹힐 구석이 수두룩한 걸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오늘의 작가는 더 자극적이고 파격적이며 거침없는 생각을 활자로 적지 못하게 된 건 아닌가, 그런 생각에 이르고 만다. 그렇다면 그건 과연 발전이라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인류는 진보하지 않는다는 마광수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인간론

마광수 (지은이) 지음
책마루 펴냄

2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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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렇게 살아서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가 있음을 알린다. 익숙한 무엇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소다 마사히토의 역량이 돋보인다.

출동119구조대 세트

소다 마사히토 지음
대원씨아이(만화)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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