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어린이날에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도 너무 좋을 책이지만, 어른들도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보며-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아이의 작품이 없더라도 샘터와 CJ도너스캠프의 문예공모 작품집인 『꿈이 자라는 방』을 읽다보면 또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예상할 수 있어, 우리 아이의 마음이 더 잘 보고 싶어진다.
무려 139명의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책, 『꿈이 자라는 방』을 소개한다.
『꿈이 자라는 방』은 설립 20주년의 CJ나눔재단의 나눔 플랫폼이자 대표 브랜드인 CJ도너스캠프의 문예공모 수상작을 담은 책들이다. 이 문예공모는 지역아동센터 등을 기반으로 한 응모작들로, 많은 아이들이 다양한 창작활동을 통해 꿈과 재능을 이어나가도록 지원하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작품들. 더욱이 이 문예공모전이 올해로 10회를 맞았기에, 이러한 공모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담아 더 응원하게 된다.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이 담긴 『꿈이 자라는 방』을 읽다보면, 세상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뉴스를 보며 느끼는 답답함이 씻겨나가는 기분이랄까. 이토록 맑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렇게 깨끗한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이 더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 된다.
『꿈이 자라는 방』에 담긴 수많은 글 중, 나의 마음을 가장 깊이 사로잡은 것은 신일고등학교에 다니는 장우진 학생의 글이었다. “나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로 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 우진이의 이야기에 온통 시선이 갔다. 어떻게 겨우 고등학생아이가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고, 아이에게도 보이는 세상의 안타까운 단면이 어른들에게는 왜 보이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 “잘 죽기 위해선 잘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라는 우진이의 말이 오래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아직 『꿈이 자라는 방』을 읽고 있는 중인데, 여러 아이들의 작품이나 글이 무척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본인도 글쓰기를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이 책을 보며 다양한 표현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게 된다고.
어느새 몇 년 째 『꿈이 자라는 방』을 읽고 있다. 아이들의 작품수상집을 왜 읽나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꿈이 자라는 방』을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기도 하고, 우리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날, 『꿈이 자라는 방』을 많은 어른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아이들의 마음이 이렇다고,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세상을 바라본다고 말이다.
다시 어린이날. 1923년 어린이의 인격을 지키고 잘못된 착취를 막고자하는 마음으로 방정환 선생님께서 지정하신 날. 하지만 어느새 세상은 그 이념을 잃어가고 그저 선물사주는 날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오늘이라도 부디, 그 마음을 다시 살리고 아이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꿈이 자라는 방
강다윤 외 139명 지음
샘터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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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익숙한 느낌이지만 낯선 책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그림책이라고 소개해야할지, 동화책이라고 소개해야할지, 사진집이나 작품집이라고 해야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꼭, 반드시, 제발 만나보라고 말하고 싶다. 간절한 마음으로 추천하는 책, 『유리잔 속의 숲』이다.
『유리잔 속의 숲』은 사진 위에 그림이 덧입혀진 형태의 책이다. 배열도 한쪽에는 글씨만 한쪽에는 사진만으로 편집되어 도록의 느낌이 강한데, 종이재질 역시 도록스러워서 『유리잔 속의 숲』을 읽는 내내 마치 작품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후에 알았지만, 긴 시간을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한 작가의 이력을 바탕으로, 자연파괴가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형태로 작업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리잔 속의 숲』은 그 어떤 소설이나 영화, 동화보다 진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유리잔 속의 숲』은 ‘나’가 오래전 할머니가 남겨놓은 씨앗하나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머니가 남긴 씨앗을 싹틔우고 싶다는 아이에게 엄마는 비현실적인 일이라며 연설을 늘어놓고, 아빠는 싹트지 않으면 상처만 받을거라고 걱정을 한다. 이때 우리 아이는 “왜 싹을 못 틔워?”라며 의아해했고,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이에게 더 이상 생명을 틔울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 세상이 올까봐 무서워졌던 것. 『유리잔 속의 숲』에는 이미 겨울이 사라지고 없었다. 11월이라기엔 너무 더운 날씨, ‘나’는 가만히 씨앗을 들여다보다가 그 안에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유리잔 속의 숲』으로 들어가게 된 아이는 그 곳에서 봄도, 여름도, 가을도, 사라져버린 겨울도 만나게 된다. 우리는 당연하게 지나온 겨울이지만, 『유리잔 속의 숲』에서는 이미 차갑게 등을 돌린 상태. 이 페이지를 읽을 때부터는 이미 더 이상 『유리잔 속의 숲』이 책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가 만나게 될지도 모를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며 두려움이 다가왔고, 우리가 이미 잃어버린 것들과 점점 잃어버리게 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때 아이도 “엄마, 이거 지구과학관에서 본 ‘지구의 5도’처럼 겨울이 사라진거야”라며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더라. 아이의 표정을 바라보며, 우리의 숲이 절대 『유리잔 속의 숲』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다짐과, 걱정이 뒤섞인 마음이 되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잃어버린 수많은 생명들을 생각해본다. 이미 수많은 생명들이 책에서만, 사료 속에서만 존재하게 되었고, 또 수많은 생명들이 멸종위기 딱지를 붙이고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을 잃어가게 될지,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야 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다음 순서가 우리라는 것도.
우리가 만난 책, 『유리잔 속의 숲』이 영원히 ‘책 속 이야기’로 남으려면 오늘을 조금 더 책임감있게 살아야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을 두려워 해야하고, 감사하면서. 우리가 빌려쓰고 있는 것임을 자각하면서.
그래서 나는 『유리잔 속의 숲』을 우리 모두가 만나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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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이 가득한 그림책, 『누가 먼저 목욕탕』을 소개한다.
제제의 숲의 신간 신간그림책- 제제의숲 누가먼저목욕탕은 우리가 일상속에서 흔히 접하는 목욕탕을 재미있고 즐거운 장소로 바꾸어 줌으로써, 아이들이 목욕탕을 더욱 좋아하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전환시켜주는 묘미가 있는 그림책.
『누가 먼저 목욕탕』은 장난꾸러기 남자아이 셋이 목욕탕으로 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들은 먼저 옷 벗기, 먼저 물적시기, 먼저 거품내기, 먼저 헹구기, 냉탕에서 오래버티기, 누가 먼저 몸 닦기 등의 경쟁을 하며 익살스럽게 목욕을 한다. 만약 씻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누가 먼저 목욕탕』를 통해 목욕이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 것인지를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우리집에는 목욕을 좋아하는 꼬마가 살고 있어서, 그런 자극은 필요없었지만, 일상도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주어 반갑고 재치있게 느껴졌다. 종종 아이가 무엇인가 일상의 행동들을 하기 싫어하는 날, 이렇게 『누가 먼저 목욕탕』처럼 재미있는 게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누가 먼저 목욕탕』의 일러스트도 어찌나 익살이 넘치는지! 아이들의 표정이나 장난, 배경 모두 웃음을 줄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다고 느껴졌다. 또 하나의 웃음포인트는 아이들의 경쟁을 어떤 할아버지가 알고 있었다는 것! 이 할아버지는 아이들과 묘한 경쟁을 함께 하는 등의 재미를 더해주었는데, 마지막에 정체가 바뀌며 또 한번의 반전재미를 주더라. 우리 아이도 “우리 집에도 혹시 이렇게 누가 숨어있는거 아니야?”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이렇듯 『누가 먼저 목욕탕』은 아이와의 일상을 재미로 바꾸어주고, 사소한 것에서도 재미를 찾는 묘미를 알려준다. 만약 일상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과 읽는다면 생각의 전환을 가지고 올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누가 먼저 목욕탕』의 뒷 표지에는 목욕탕에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과 예절을 다루고 있기에, 목욕탕이나 수영장 등을 갈 때 아이들에게 학습차원에서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일상을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림책, 『누가 먼저 목욕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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