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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이라 재활병원에 가서 간병할 수도 없었고 면회도 안 되니, 애꿎은 핸드폰만 붙들고 있었다. 당신 다리가 각각 천만 원씩 2천만 원짜리이고 당신 임플란트도 그 정도 들었으니, 당신 몸이 비싸서 죽으면 억울하다. 이런 실없는 소리나 하다가 다리를 다친 날로부터 5개월 만에 병원으로부터 사망 소식을 들었다. 허겁지겁 달려갔지만, 비닐장갑과 비닐옷과 비닐신발을 챙겨 입고 신고 병실까지 가는데(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또 시간이 지체되었다. 내가 왜 이렇게 장황하게 정황을 묘사하느냐 하면 누군가 이 지구상에서 소멸하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거다. 한 죽음에 따른 수많은 일들이 있고, 그것을 부부 중 남은 쪽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이러니 결혼 생활에 해피엔딩은 있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나중에 생각하니 남편은 5개월 동안 두 번의 전신마취 수술과 입퇴원 등으로 인해서 정신적인 충격이 아주 커서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평소와 같은 사고를 할 수 있었다면 '내가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으면 중요한 말이라도 남겨놓아야겠다고 생각했을 테고,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차마 당신이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못 하겠고, 의사가 했던 말은 절대로 전달할 수가 없었다. 우물쭈물하다가 그야말로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상황이 와버린 것이다.
이게 인생이다. 끝에 별게 없다. 심오한 깨달음이 오거나 50년 가까이 같이 살았던 사람과 마지막 인사라도 살갑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은 허망하게 끝이 나버린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바람의노래를 들어라'를 쓸 무렵 자신의 주인공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세 가지 요소로 유머, 친절함, 자기 억제를 들었다. 이 세 가지는 인간 존재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적인 것이라는 거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지니는 모순, 자아, 공포 따위는 쓰지 않아도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구태여 쓸 필요가 없으며, 자신의 주인공들에게 모든 것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 모든 사물과 나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둘 것을 요구한다. 인간으로서 가지는 부정적인 요소는 잠시 접어두고, 유머와 친절함, 자기 억제라는 덕목으로 가볍게 날아올라보는 건 어떨까? 심각한 모든 것들도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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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선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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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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