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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름

김신회 (지은이) 지음
제철소 펴냄

📚 아무튼, 여름 - 김신회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 초당옥수수 덕분에 여름을 향한 내 마음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일중 아니고 옥중-초당옥수수>중에서

🏷️좋아하는 옷을 아무렇지 않게 입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제는 옷에 몸을 맞추던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나에게 있어 머슬 셔츠는 그만큼 묵직한 의미가 있는 옷이다.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해 내가 가진 자격을 떠올리지 않는 일, 더불어 타인의 자격 역시 판단하지 않는 일. 그것만큼 가뿐한 자유가 없다는 것을, 한여름 머슬 셔츠를 꺼내 입을 때마다 실감한다.-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는 것-머슬 셔츠>중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 ‘나는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는 믿음은 꼭 필요하다.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앞을 향해 가는 발걸음, 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나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는 깨달음, 춥고 지루한 어둠 속에서도 따스한 햇살을 기다리는 마음. 그런 것들이 사람을 하루 더 살게 한다는 걸 ,우리 집 식물들이 내게 가르쳐주고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식물>중에서

🏷️용기는 나와 전혀 다른 이들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서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그들로부터 힘을 얻은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언제인가부터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됐다. 나는 내리막길 앞에서 발끝에 힘을 준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낡은 운동화를 신고 커다란 베낭을 멘 채 드넓은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라고. 낯설고 두렵지만 어디로라도 발걸음을 옮길 수 있으며, 한참을 걷다 보면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다고 상상했다. 그러다 보니 미래에 대한 기대도 생겼다. 대단하지 않아도 그냥 이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자.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 이렇게 사는 여성도 있다고 나만의 방식으로 써보자.- <이런 예능을 기다려왔어-삼시세끼 산촌 편>중에서

🏷️뼛속까지 모범생인 사람은 ‘최선을 다하면 그만큼의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근면성실한 생활을 지속하다 보면 밝은 미래가 찾아올 것이고,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고, 마음을 다해 헌신하면 상대가 그 진심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번번이 좌절한다. 그러나 뼛속까지 모범생인 이들은 포기하거나 외면하는 대신 다시 한번 노력한다. 여름을 향한 내 모습이 그렇다. 늘 여름만 되면 전심전력을 다한다.-계절의 끝-근사한 추억 없이도 여름을 사랑할 수 있다- <계절의 끝-근사한 추억 없이도 여름을 사랑할 수 있다>중에서

✔️사실 나는 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더위도 싫고,
시원했던 음료가 금세 미지근해지는 것도 싫고,
솔직히 겨울 옷이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있다.

🏖️ 수영하고 젖은 채
고깃집에 앉아 친구들과 마신
그 시원한 맥주의 맛.

그 기억 하나로
나는 여름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 내가 앞으로 여름을 좋아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피어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조각조각 쌓이는 순간 속에서
천천히 자라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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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렌조 미키히코

“저 아이를 죽여 주세요”

세상이 전부 녹아내릴 듯 뜨겁던 여름날. 어느 가정집 안마당에서 네 살 난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망 추정 시간에 호텔에서 불륜을 즐긴 아이의 엄마, 아내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려던 아이의 아빠, 치과에 예약 진료를 받으러 간 이모, 아이를 데리고 집을 지키던 할아버지, 잠깐 집에 들렀던 이모부, 황급히 집을 뛰쳐나갔던 낯선 남자까지… 여아의 시체를 둘러싸고 평범한 일가족이 각자 감추어오던 충격적인 진실을 고백하며 서로를 살인범으로 지목한다. 한 명, 한 명이 고백할 때마다 범인이 바뀌고 사건이 뒤집히는 믿기 어려운 반전 속에서,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 걸까? 또 여자아이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여자애를 찾는 거라면 아까 젊은 남자가 저기 종려나무 밑에 파묻고 갔어…”

🏷️”아이를 죽인 건 젊은 남자야. 그 젊은 남자는 나인지도 몰라”

🏷️”이 집에서 살해된 여자애가 있었어. 그 아이가 살해된 이유를 알아? 나는 그 이유를 알아. 그 아이가 애비라고 부르던 놈이 진짜 애비가 아니라 다른 놈의 애였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 애는 죽어야 했어. 딱하지만 그런 운명을 안고 태어났으니 어느 누구도 나무랄 수 없지. 내가 그 현장에 있었으니끼 다 알아. 하지만 그자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어… 그래서 그냥 도망치게 내버려뒀어.”

🏷️웃으면서 되물은 순간, 사토코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사라졌다. 자신의 실수를 그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유키코는 여전히 겁에 질린 눈빛으로 언니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디. 얼어붙은 듯 새파래진 관자놀이에서 밀랍 같은 땀이 둑 떨어지는 것을 사토코는 여동생보다 훨씬 더 차가운 눈빛으로 가만히 지켜보았다.

✔️인물 하나하나가 진실을 자백하면서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계속 바뀌고 마지막에는 반전까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오코는 무슨 죄가 있길래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걸까. 다 이기적이고 솔직하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어린아이가 겪지 않아도 되었을 일들과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도 씁쓸함만이 남았고,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아무 잘못도 없었던 아이였다. 어른들의 욕심과 거짓이 한 생명을 앗아갔다는 사실이 더 비극적으로 다가왔다.

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 지음
모모 펴냄

4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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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퇴사 후 휴남동에 서점을 연 영주는 처음 몇개월 동안 서점을 관리하기 보다는 책을 쌓아놓고 읽거나, 서점에서 생각에 잠기다 눈물을 흘리는 등 서점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 감정을 모두 쏟아낸 뒤에서야 서점에 너무 무심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후, 서점에 다양한 책을 채우고, 읽은 책에 자신의 감상을 적은 쪽지를 꽂아 인스타그램에 열심히 홍보하며 서점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다가 휴남동 서점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 민준, 아들 걱정이 많은 민철 엄마, 남편과의 잦은 싸움으로 지쳐버린 지미, 서점에서 명상과 뜨개질을 몇 시간 동안 하는 정서 등이 각자만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서점에 모여든다.

🏷️“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기억나진 않는 어떤 문장이, 어떤 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하는 거의 모든 선택의 근거엔 제가 지금껏 읽은 책이 있는 거예요. 전 그 책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도 그 책들이 제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러니 기억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는 것 아닐까요?”

🏷️사는 게 뭐가 그리 힘이 드는지. 승우가 알기론 어떻게 하면 사는 게 수월해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는 게 힘이 든 사람이었다. 너무 힘이 드니까 힘들지 않고 싶어 자꾸만 방법을 생각해내는 거라고. 삶을 견디는 방법. 삶을 이어가는 방법.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하진 않아. 좋아하는 일을 좋은 환경에서 하면 모를까. 어쩌면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좋아하는 일도 포기하고 싶은 일이 되어 버리거든. 그러니 우선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그럼 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다, 라는 말은 누구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너무 순진한 말이기도 하고.”

🏷️나는 남을 위해 일을 하는 순간에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나를 위해 일을 하니 대충대충 일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일을 하는 순간에도,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일을 하는 삶이 만족스럽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하루하루 무의미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휴남동 서점을 그려봤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은은하게 풍기는 커피 향과 따뜻한 조명 아래 가지런히 정리된 책들. 서점 주인 영주가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을 것만 같다. 서점 한쪽에서는 정서가 뜨개질을 하며 명상에 잠겨 있고, 멀리서 민철 엄마가 책을 고르며 아들에게 어울릴 만한 이야기를 찾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마치 서점 자체가 사람들의 일상과 고민을 품고 조용히 위로해주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클레이하우스 펴냄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5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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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다이빙-태수,문정

1cm 다이빙: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날 만큼 작은 행복

🏷️‘감정은 습관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우리는 유치하다며 웃지 않고, 별거 아니라며 울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어쩌면 웃고 우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화낼 만한 것에 화내고, 웃을 만한 것에 웃고, 울 만한 것에 우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무표정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제가 영화 추천해도 되나요?>중에서

🏷️나는 자잘한 불행들을 쌓아두고, 그것을 다 지워낼 만큼 거대한 행복이 오길 고대했다. “내 인생에는 불행밖에 없어.” 라고 말하면서. 자주 막히는 화장실 하수구, 눈 앞에서 놓쳐버린 버스, 갑자기 마주한 비, 라식 수술 후 찾아온 안구 건조증, 수건에서 나는 물비린내, 흰 옷에 묻은 고추장, 거리낌 없이 새치기하는 할아버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잔소리만 하는 할머니. 나는 매일 그런 작고 작은 것들을 기가 막히게 캐치해 불행해졌다. 그렇다고 이런 나를 고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불행에 민감한 만큼 행복에도 민감해지고 싶다.- <주말 일기>중에서

🏷️출퇴근 길에 소설을 읽는 게 좋았다. 다 합쳐서 2시간 조금 넘는 시간동안 나는 하루를 버틸 원동력을 얻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작아 것이라서일까? 나는 더 쉽게 포기했었다. 언제든 다시 할 수 있다며 미뤘던 이 순간이, 사실 내 삶을 지탱해주는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내일도, 모레도, 내년도 내 인생엔 행복보다 불행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이 시간을 통해 알 수 있다. 나는 언제든 작고 잦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저자들의 대화 형식으로 전개되며,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나는 최소한의 노력과 최소한의 위험으로 웃으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의 목차마다 질문들이 적혀있는데, 내용이 어렵지는 않지만 평소에 잘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들이라 질문에 답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나의 1cm 다이빙 리스트
1. 예쁜 카페가서 책 읽기
2. 좋아하는 노래 듣기
3. 예쁜 공원의 벤치에 앉아 사람들 구경하기
4.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자책하지 않기
5. 집에서 커피 마시면서 하고 싶은 공부하기
6. 악기 연주하기
7. 일주일에 하루쯤은 부담 갖지 말고 편히 쉬기
8. 외출하고 집에 와서 안마 의자에 앉아 핸드폰 하며 안마하기

1cm 다이빙

태수, 문정 (지은이) 지음
FIKA(피카) 펴냄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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