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아무튼, 여름’은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 쓴 거 같아서, 나도 모르는 장점을 발견하게 될까 기대하며 읽었다.
20년 전, 새벽의 공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친구들과 공부하다 밤새 떠들고 놀이터에 있어도 괜찮았던 계절, 그게 여름이었지. 그걸 떠올리게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다만 뒤로 갈수록 작가가 어리고 페미에 살짝 물들고 철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힘들 게 돈 벌어서, 그간 고생한 부모님과 함께 여행할 생각따윈 안하고 자기 결핍만 채우려 한다는 건 어린애나 하는 생각 아닌가 싶다. 무언가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신기하다 해놓고, 자기가 여태 쓴 내용은 여름에 대한 사랑고백이란 아이러니까지. 뒤 마무리가 참 안되는 듯. 그래도 그나마 밑줄 친 부분 적음.
• 모든 과거는 추억이 된다지만 모든 추억이 그리움이 되는 건 아니다. 이제는 여름이 와도 그때 내가 그립지 않다. 더 이상 못 그러겠으니까 체력이 달려서. 열정이 바닥 나서. 그리고 더는 그런 걸 원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그만큼 여름에 실수를 덜 하게 되었고, 이제는 이런 여름이 좋다.
•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 보다 더 넓어 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 하면서 지내다 불현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의 밀도가 생긴다.
• 나는 무인도에서도 얼굴에 화장 하고 다이어트를 할까? 아무도 나에게 아름답다, 멋지다 이야기 하지 않아도 열심히 꾸밀까?
• 누군가의 조언이 곱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알지만 하기 싫어서 혹은 못해서 괴롭기 때문이 아닌가.
•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 그게 사람을 살게 하는 것 같아
• 라임은 의외로 장점이 많았다. 레몬보다 껍질이 얇아 즙을 내기 편하고 가격도 저렴하고 구하기도 어렵지 않고 심지어 비타민 함량도 레몬과 같다고 한다.
아무튼, 여름
김신회 (지은이) 지음
제철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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