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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
김효인 지음
안전가옥 펴냄
📚 아니. 그렇게 잘 맞을 리가 있니? 더 애매해. 1.5야. 딱. 온전히 1로 설 순 없고 25% 정도는 서로에게 양보해야 해.
뭘 양보해야 하는데?
뭐든. 시간, 감정, 자유. 일상에 포함된 모든 것들을 말이야.
📚 문제냐고 묻는 거죠? 문제죠. 뭔지도 모르는 걸 할 수는 없잖아요. 그게 사랑인걸요. 사랑은 뜨겁다가 차갑고, 미지근하다가 뜨끈합니다. 작다가 크다가 터집니다. 단단하다가 말랑거리고, 흐를 때도 있어요.
전혀 모르겠네요.
우린 아마 영원히 사랑에 대해 잘 모를 겁니다. 그게 뭔지, 어떻게 생긴 건지. 하지만 사랑과 정면 충돌한다면 사랑에 부딪혔다는 걸 알게 되겠죠.
어떻게 알 수 있죠?
상대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떠올리면 됩니다. 오늘의 내 사랑은 당신 눈을 5분 정도 마주보고 싶은 것, 당신의 신발 끈이 풀렸다는 걸 알려주는 것, 당신이 우리 행성에 대해 궁금해했으면 좋겠다는 것, 내가 하는 말에 기분이 나아졌으면 하는 것이죠.
📚 행성 시간으로 3년은 훨씬 넘겼을 겁니다. 그 점에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잖아요.
믿을 수 없어요.
계속해서 달라지겠지만 궁금하다면 매일 알려줄게요. 오늘의 사랑이 무엇인지.
"영원히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해할 송세린에게 오늘의 사랑이 무엇인지 매일 알려줄 것을 약속합니다."
📚 연주가 그러는데 난 소음인이래.
그게 뭐야?
소음인한테는 수족냉증이 있어. 데이터 보내줄 테니까 한번 봐 봐.
세린은 신빙성이 그다지 없어 보이는 블로그 글을 우연에게 보냈다. 그 안에서 세린이 직접 말하지 못한 부분을 찾은 우연은 미소를 지었다.
몸이 찬 소음인이 화를 낼 때는 진실한 사과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몸이 따뜻해지게 안아주는 것이 좋다.
그래. 화해하고 싶을 때는 그냥 꼭 안을게.
응. 세린이 작게 대답했다. 그리고 물었다.
넌 혹시 네 체질 알고 있어?
"예전에 한의원에서 들었던 거 같은데… 소양인이었나?"
잠시만… 그래. 네가 화를 삭이려면 열을 식혀야 하니까, 내가 화해를 청하고 싶을 땐 밤산책을 하면서 사과할게.
📚 린이 우연의 어깨에 고개를 툭 떨어뜨리며 울었다. 계속 함께하고 싶어. 세린이 솔직한 마음을 웅얼거렸다.
그게 사랑이야, 바보야. 세린의 고백에 우연도 코끝이 찡해졌다.
걱정하지 마. 만약 언젠가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지는 날이 오면 지금처럼 내가 소생술을 쓰면 돼. 물론 네가 나한테 써도 되고, 네가 여섯 달 전에 보냈던 자료 말이야. 거기에 쓰여 있는 거 봤지? 아직 과학은 인체에 대해 10%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비과학도 유사과학도 정통과학도 다 무시하면 안 돼. 뭐든 적절히 활용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면 되는 거야. 이렇게 종종 끌어안고 병원도 가고 백수오도 먹으면서. 그러다 보면 다 괜찮아질 거야.
사기꾼 같아, 너. 세린이 훌쩍이며 말했다.
📚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
이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그 보이지도 않는 게 정말 있는 걸까? 하고 종종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저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저 사랑이 있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랑입니다. 무엇이든 속속들이 분석하고 규정지으려 하는 시대에 사랑 하나만큼은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유일한 환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뚜렷하게 규정되지 않는 모든 모양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너와, 나는, 친구가, 가족을, 연인에게, 팬이'라는 말들 뒤로 이어지는 문장 속에 언제나 '사랑'이 함께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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