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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우리의 문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의 표지 이미지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바츨라프 스밀 지음
김영사 펴냄

읽었어요
나는 숫자에 대한 집착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바츨라프 스밀의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는 내 취향에 정확히 들어맞는 책이었다. 이 책은 세상의 다양한 현상을 물리적 기반의 수치로 분석하며, 단순한 인상 비평이나 이념적 주장 대신 냉철한 데이터를 통해 현실을 바라보게 만든다.
저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두 극단적 시각, 즉 극단적 재앙론자와 기술만능주의자 모두를 경계한다. 이들은 인구 증가, Y2K, 탈탄소, 팬데믹 등 다양한 주제에서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는 주장들을 펼쳤지만, 저자는 일관되게 수치를 근거로 현실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모든 것을 전기로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장기간 대용량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현재로선 양수 발전 외엔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5장 「위험에 대하여」는 다양한 수치를 나열하고 비교하는 데 치중되어 있어, 서술 내용은 다소 빈약하게 느껴졌다. 표로 정리하면 1/3 분량으로도 충분했을 듯하다. 또한 책 후반부로 갈수록 앞서 나온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고, 물리 기반 수치에 비해 정치·경제 등 사회과학적 요인들은 너무 가볍게 다뤄져 균형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미래를 바라보는 데 있어 비관도 낙관도 아닌 겸손한 현실주의가 필요하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숫자와 데이터로 세상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훈련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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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기: <백년법>

야마다 무네키의 소설 <백년법>은 불로불사가 보편화된 2048년에서 2098년까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SF 소설이다. '불로불사'라는 소재 자체는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흔한 소재를 가지고도 매우 흥미진진하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수많은 등장인물과 그들을 둘러싼 개인적·국가적 차원의 갈등이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개인적으로는 불로불사의 권력을 손에 넣은 독재 대통령과 그 주변 참모진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뛰어난 능력과 선한 의도를 지닌 정치인들이 집권 후 장기집권을 하며 서서히 변질되는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특히 떠나야 할 순간을 깨닫고 과감히 물러난 사람과 권력을 놓지 못하고 집착하는 사람의 대비를 통해, 육체적 영생보다는 정신적인 젊음과 도덕적 결단의 중요성을 강조한 듯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소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결말이다. 저자 역시 이러한 결말의 급작스러움을 의식한 듯 중반부터 여러 암시를 심어두었지만, 촘촘히 짜인 세계관과 입체적인 등장인물이 몰입한 독자라면 결말이 다소 허무하고 급박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백년법>을 무척 즐겁게 읽었다. SF와 정치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백년법

야마다 무네키 (지은이), 최고은 (옮긴이) 지음
애플북스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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