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비교적 우리나라 소설을 읽는 중이다. 더해서 SF 소설도 자주 읽고 있다. 한번 읽고 나니 내 어린 시절 아주 푹~ 빠져 살았던 SF에 대한 매력이 송송 솟아난다. 벌써 몇십 년이나 흘렀으니 그 구조나 내용 면에서 무척이나 다르지만 미래를 상상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무엇보다 최근 몇몇 SF를 읽으며 느낀 점은 그저 미래에 대한 상상(거의 모두 디스토피아)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미래 속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는 점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위치에 있는 것을 보면서 읽을까 말까 오래 고민했던 책이다. <종이 동물원>을 읽고 나니 우리나라 SF 소설도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우선, #우리집도서관 에서 대여하여 읽었는데 일이 바빠지면서 앞의 두세 꼭지밖에 못 읽고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계속계속 생각이 나는 거다. 첫 이야기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수업 중에도 중등 아이들에게 여러 번 언급하며 꼭 읽어보라고 추천했고 "스펙트럼"도 외계 생명체와의 교감 이야기가, 외계 생명체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서로 나눈 온기에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몇 달이 지나도록 생각이 나는 거다. 그래서 결국 구매했다. 이렇게 계속 생각나는 책은 두고두고 읽어야지~ 하고!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또한 간절함과 애절함을 안겨주는가 하면, "관내분실"이나 "감성의 물질"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작품이 없다. 후반부로 읽어나가며 어쩌면 작가는 "물성"이 주는 감각과 우리의 감정을 무척이나 들여다보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들, 그것들에 우리는 의미를 부여하고 내 마음을 빼앗기고 하는 것은 아니냐고. 그러니 SF라는 장르는 그저 수단일 뿐으로, 작가는 결국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만이 가진 감정, 생각, 가치관 같은 것들. 그래서 아름다운 소설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허블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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