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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 모음집, 그 가운데 드러나는 건 차라리 작가 자신이다. 한강이 희다고 여긴 것들, 그리고 그 이유를 통해 독자는 글쓴이가 어떤 인간인지를 읽어낸다. 그녀가 태어나기 몇 년 전 홀로 낳은 아이의 숨이 끊어지는 걸 보아야 했던 어머니가 있고, 훗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어린 작가가 있다. 갓난 아이가 죽어 식어가는 모습을 견뎌야 했던 여자의 이야기는 작가가 안고 있는 슬픔의 근원처럼도 보인다.
단 몇 시간이면 충분히 읽어 내릴 수 있는 글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며칠에 걸쳐 읽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내게 한강보다는 다른 이를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을 준 이가 여백마다 빼곡하게 적어둔 메모, 그녀가 인상 깊게 읽었다는 문장들이 자주 호흡을 멈추도록 했다. 그리고 그 문장을 다시 찾아 읽으며 어째서 누구는 울림을 얻고, 나는 그러하지 못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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