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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전고운, 이석원, 이다혜, 이랑, 박정민, 김종관, 백세희, 한은형, 임대형 (지은이) 지음
유선사 펴냄
212. [ 쓰는 마음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는 새벽 다섯 시의 적막에 잠겨 일하다가 아홉 시 전에 하루치의 일을 털고 일어나 거리를 산책하는 나이다. 소설을, 특히 장편소설을 쓸 때의 나는 그럴 수 있다. 그래야 한다. 이렇게 살지 않으면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놓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려고 애쓴다.
일을 할 때의 나는 경건하다. 경건해지려고 한다. 여기서 ’일'이라고 하는 것은 소설 쓰기다. 그리고 20매가 넘는 분량의 산문 쓰기도 거기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나는 그걸 ‘작업'이라거나 '예술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말에는 어떤 '느끼함'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서다.
나는 ✔️‘느끼함'을 경계하는 편이다. 느끼한 음식도, 느끼한 음성도, 느끼한 글도 좋아하지 않는다. 느끼한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고, 느끼한 음성은 고막에 좋지 않고, 느끼한 글은 아름답지 않다. 나와는 맞지 않는 것이다.
214. 나는 좀 어려운 게 좋다.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글을 붙잡고 끙끙대는 몰두의 시간이 좋아서다. 그런 시간은 자주 오지 않는데, 가끔 그 시간을 만날 때 살아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잠깐 살아있기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 일을 잘하든 그렇지 못하든 그 런 것과는 상관없이 이 몰두의 시간을 만날 때면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내 일이다. 나는 이 일을 할 때의 내가 좋다. 그리고 계속 나를 좋아하고 싶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을 해야 하고, 계속해야 하고, 제대로 해야 한다. 나를 만족시킬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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