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지음
은행나무 펴냄
여느 사랑이 그렇듯, 구구절절 풀어놓자면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20대 중반의 커리어우먼 앨리스, 그녀가 파티에서 멋진 남자를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 상대는 투자금융업계에서 잘 나가는 30대 초반의 직장인 에릭이다. 제법 잘 생긴 외양에다 이미 일에 있어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좋을 만한 에릭의 자신감이 앨리스에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관계는 그렇게 수월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소설이 주목하는 건 그들의 낭만적 연애가 아니다. 에릭이 지닌 수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앨리스의 모습, 그들이 빚어내는 크고 작은 갈등과 위기를 알기 쉽게 분석하고 진단해낸다. 박식한 작가답게 기후와 건축, 쇼핑과 종교 등 다양한 소재를 등장시켜 빗대며 연인관계를 인문학적으로 분석해내는 솜씨가 상당하다. 사랑에 대한 거의 맹목적이라 해도 좋을 찬동을 과감히 거부하고 그 보잘 것 없는 실체를 드러내는 모습이 부분적으로는 신랄하다 해도 좋을 정도다.
알랭 드 보통을 뛰어난 소설가로 바라보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따를 수는 있겠다. 묘사와 서사에서 서투름이 많고 단조로운 전개가 주는 극적재미의 부족도 아쉬움을 남기는 탓이다. 그러나 3부작 뒤에도 에세이와 인문도서에서 성취를 거둔 인문학적 역량이 소설 가운데서도 여실히 발휘된다. 문학 안에 녹아든 지식과 재치가 그를 이 시대 스탕달로 불리게 할 만큼 매력을 발한다.
0
김성호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