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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지음
은행나무 펴냄

여느 사랑이 그렇듯, 구구절절 풀어놓자면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20대 중반의 커리어우먼 앨리스, 그녀가 파티에서 멋진 남자를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 상대는 투자금융업계에서 잘 나가는 30대 초반의 직장인 에릭이다. 제법 잘 생긴 외양에다 이미 일에 있어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좋을 만한 에릭의 자신감이 앨리스에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관계는 그렇게 수월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소설이 주목하는 건 그들의 낭만적 연애가 아니다. 에릭이 지닌 수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앨리스의 모습, 그들이 빚어내는 크고 작은 갈등과 위기를 알기 쉽게 분석하고 진단해낸다. 박식한 작가답게 기후와 건축, 쇼핑과 종교 등 다양한 소재를 등장시켜 빗대며 연인관계를 인문학적으로 분석해내는 솜씨가 상당하다. 사랑에 대한 거의 맹목적이라 해도 좋을 찬동을 과감히 거부하고 그 보잘 것 없는 실체를 드러내는 모습이 부분적으로는 신랄하다 해도 좋을 정도다.

알랭 드 보통을 뛰어난 소설가로 바라보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따를 수는 있겠다. 묘사와 서사에서 서투름이 많고 단조로운 전개가 주는 극적재미의 부족도 아쉬움을 남기는 탓이다. 그러나 3부작 뒤에도 에세이와 인문도서에서 성취를 거둔 인문학적 역량이 소설 가운데서도 여실히 발휘된다. 문학 안에 녹아든 지식과 재치가 그를 이 시대 스탕달로 불리게 할 만큼 매력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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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계가 붕괴한다. AI로 대표되는 기술 변혁 여파가 국제정세부터 경제, 정치를 실시간으로 바꿔낸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는 내부모순과 외부도전에 맞닥뜨려 더는 과거의 역할을 감당치 못한다. 변화를 반강제로 껴안은 우리 삶이라고 안온할 수 없다.

그나마의 주도권은 아직 미국에 있다. 제 나름 시대와 세계를 성실히 공부한 저자가 미국의 플레이어들, 틸, 머스크, 카프, 밴스에 빙의해 흐름을 더듬는다. 미래의 밑그림을 그리고, 제가 바라는 세계로 세상을 인도하려는 이들의 구상을 넘겨짚는다. 진의에 닿으려는 발버둥이 영 어설프긴 하지만 열의와 자신감 만큼은 분명하니 읽는 재미가 있다.

읽기를 독촉한 친구가 말하기를 우리에게도 주어진 틀을 넘어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긴요하다고, 한중일을 아우를 수 있는 세계관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온통 시시한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도 나눌 만한 이야기는 있을 것이다.

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

이병한 지음
서해문집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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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가까이 지내면서도 다 안다고는 할 수 없는 게 인간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란 그토록 가볍고 얕은 것. 누가 제 영혼의 단짝입네 어쩝네 하는 이들을 볼라치면 점점 깊어지다 마침내 완전한 이해에 닿는 관계란 네 하이바 속 신앙일 뿐이고 실은 좋아하고 익숙해진 게 전부가 아니냐 묻고 싶어진다. 물론 다정한 나는 그저 미소로 넘길 뿐.

희곡사에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된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다. 70년 전 미국 여염집 이야기가 여적 잘 나가는 공연으로 이어지기까지 시대와 문화를 건너 먹혀드는 승부수가 없지 않다.

모든 인간은 외롭다. 어느 관계도 외로움을 해소해주지 못하지만 갈급한 인간일수록 그에 매달리게 마련. 세상 누가 윌리와 비프의 비극으로부터 자유롭다 자신할까. 그저 견딜 만한 외로움과 참을 만한 관계 속에 놓여 있음에 안도할 뿐. 돌아보면 죽는 것이 오로지 세일즈맨 뿐인 것도 아니다.

이상, 외로워서 엉엉 울며 씀.

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지음
민음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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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주제 삼은 에세이다. 소설가 최참치가 썼다. 가난한 시절을 지나왔다는 그의 삶 가운데 게임만은 변치 않는 벗이었다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때로는 감정을 나누는 관계성이 글 가운데 엿보인다.

1980년대생이 했을 법한 게임 25개가 각 장을 이룬다. 누구나 알 법한 명작부터 관심이 있어야 닿을 법한 작품까지 다양한 구성이다. 제 삶을 중심 줄기 삼아 소녀 취향이 없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 소년 취향을 거쳐 남성향에 이르는 일련의 게임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이의 공감을 살 만하다.

간략한 게임 소개부터 그와 관계 맺은 제 삶의 이야기로 각각의 글이 꾸려진다. 엇비슷한 추억을 가진 이에겐 제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아쉬운 건 에세이가 가져야 할 문학적 미학도, 삶으로부터 길어올린 독자적 통찰도 얼마 없다는 것. 다만 게임이 갖는 효과 만큼은 충실히 살핀다.

게임이라구요? 저에겐 인생입니다만

최참치 (지은이) 지음
모두의책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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