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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의 표지 이미지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김범석 (지은이) 지음
흐름출판 펴냄

죽음을 대하는 태도며 환자들의 사연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제 가족을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이들이 있고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와도 끝내 화해하지 못하는 가족도 있다. 하루라도 더 살려 발버둥치는 이들과 제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다. 암을 이겨낸 이들과 이겨냈으나 세상 가운데 차별과 마주하는 이들이 있다. 그 면면을 하나씩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독자는 언젠가 찾아올 저와 제 가족의 죽음을, 또 그를 대하는 저의 자세를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제일의 미덕이라 할 것이다.

다만 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얕은 점은 아쉽다. 다루는 문제 하나하나가 자본과 제도와 의료체계에 긴밀히 엮여 사회적 의미가 큼에도 책은 간략한 언급 이상으로 깊어지지 않는다. 의사로서 병원이며 의료체계, 직역집단과 갖는 이해관계 때문이겠으나 부작용이 톡톡 튀어나오는 오늘의 한국이라면 조금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지 않았나 아쉬움도 든다.

그럼에도 책은 의미가 분명하다. 암병동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독자에게 충실히 전달하여 제게 아직 닥치지 않았으나 반드시 오고야 말 순간을 예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연명의료에 대한 입장은 가족 단위에서 미리 고민해볼 사안으로, 실제 닥치고 난 뒤에 고민하기엔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한다.

때로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삶을 더욱 충실하게 살도록 이끈다. 나는 이 책이 독자를 더 충실한 삶으로 이끌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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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중심으로 한 다큐활동가 공동체, 오지필름 10년의 기록이다. 박배일, 문창현, 김주미, 권혜린까지 네 명의 다큐인이 다큐로 세상을 비추며 느낀 소회를 말한다.

이들의 다큐는 하나하나 한국사회 소외된 문제를 건드린다. 극장 개봉부터 영화제 출품, 또 지역과 시민사회를 통한 공동체 상영까지, 관객과 만나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오지필름의 오늘은 성공과는 거리가 있다. 가장 잘 된 영화 관객수가 3000명을 겨우 넘긴다. 개봉에 이르지 못한 영화 또한 수두룩하다. 여기만이 아니다. 한국 독립 다큐의 현주소가 대체로 그렇다.

실패는 시도의 증거다. 실패의 기록은 존재의 기록이다. 밀양과 소성리, 생탁 노동자 곁을 지키며 찍어낸 투쟁과 연대, 활동의 발자취다. 영화, 또 다큐가 끝내 포기하지 않아야 할 저널리즘과 기록의 책무를 지켜온 결과다. 오지필름이 지나온 자리마다 이 나라 언론의 부재가 강하게 드러나는 건 그래서 민망한 일이다.

오지필름

오지필름 지음
오지필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펴냄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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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은 뒤에야 그를 이해하는 딸의 이야기다. 산 아버지를 지탱하며 6년이 넘는 시간을 버텼던 자경이가 아버지의 유품으로부터 그와 저 자신을 새로이 돌아보는 순간을 담았다.

가만 보면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자경은 아버지의 집을 팔아 빚을 갚아야 하는 신세이고, 아버지가 떠난 지금 이 세상에 혈육 하나 없이 남겨진 처지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와 자경은 제 아버지를 이해한다. 그가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랑했는지를 확인했다. 지난 6년, 어쩌면 그 이전 온 생애 동안에도 하지 못했던 다가섬을 이루고야 만 것이다. 저의 실패한 줄로만 알았던 지난 작품이 한 사람에게만큼은 다가가 의미를 발했단 사실 또한 확인했다. 자경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아니, 이미 달라졌다.

오랜 기간 마땅히 해내야 한다 믿어온 간병비 급여화가 이제 본격 추진된단 뉴스를 보았다. 더 많은 자경에게 빛이 있기를.

내일의 엔딩

김유나 지음
창비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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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지오와 유찬 모두가 저마다 원치 않는 변화 앞에 대응하는 법을 배워간다. 제 멋대로 닥쳐오는 불행은 어찌할 수 없다지만, 대응만큼은 내 몫이란 걸 이해하게 된다. 그 또한 성장이다.

기억은 편의적이다. 한때는 간절했던 순간조차 지나치고 나면 흐릿해진다. 오늘의 내가 어느 순간 뚝 떨어진 것이 아닐 텐데도, 우리는 우리가 지나온 지난 시간을 충실히 기억하지 못한다. 소설이 우리가 지나온 그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단 건 분명한 매력이다.

지오와 유찬의 앞길에 다시는 고통이 없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또 다른 상실이, 아픔과 좌절이 닥쳐올지 모른다. 여전히 제 의사 따윈 고려하지 않고서 삶 전체를 망가뜨릴 듯 달려들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앞에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 있다면, 용서하고 응원하며 지지하려는 마음들이 있다면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으리라고 이 착한 소설이 이야기한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이꽃님 지음
문학동네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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