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제목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인간 존재의 의미'가 아니라 '개미 존재의 의미'로. 저자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지만, 인간보다 다른 종에 대한 언급을 더 많이 한다. (예를 들어, 개미라든가, 개미라든가, 개미...) 체감상 개미 이야기 50%, 외계인 20%, 인간 30% 언급한다. 개미 이야기를 들으려고 읽는지, 인간 이야기를 들으려고 읽는지 헷갈린다. 그러나 저자는 개미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는 개미에게서 인간이 배울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럼 내가 왜 개미 이야기를 들었지? 마치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말하는 내용 열심히 필기하다가 "이런 얘기는 시험 안 내는 거 알지?"라고 선생님이 말하는 것 같았다. 어이없었다. 조금 더 인간과 연관되어서 개미를 설명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어이없는 기분까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30% 정도 이야기하는 인간 이야기는 나름 흥미롭다. 우선 해밀턴 부등식은 이런 것이다. 형이 물에 빠졌다. 나는 형을 구해주고, 익사한다. 형은 나와 절반 정도 같은 유전자를 가졌다. 형이 자식을 두 명 낳는다면 내 유전자는 손실되지 않는다. 즉, 책에서 언급되어 있듯 "수혜자의 자식 수에서 얻는 혜택이 이타주의자의 자식 수에서 일어나는 손해를 초과할 때, 영웅적인 형제의 행동 같은 이타주의자를 규정하는 유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p.76)"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와 비교할 수 있겠다.
또 흥미로웠던 점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2>가 떠올랐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질문한다. 즉, 생명에 모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생명에 목적도, 수수께끼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인간 존재 의미는 결국 한 인간이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지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 속에 바로 그 의미가 담겨 있다고 주장해 왔다.(p.196)"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30%에 불과하다. 참 아쉽다.
이어 저자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학에 치중되어 우리는 사실을 밝히려 하지만, 이에 따라서 인문학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과학과 동시에 철학의 문제가 따라오듯, 저자는 과학과 인문학의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만약 개미를 좋아하고, 인문학 애호가고,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에 관심 있다면 추천한다. 개미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최대한 이 책을 피하길 바란다. 책을 읽기 전, 기대했던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을 하지 못했다. 다만, 다른 종과 비교해 인간의 의미를 탐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장 잘 맞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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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의 의미
에드워드 윌슨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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