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북 앱으로 보기
+ 팔로우
인간 존재의 의미
에드워드 윌슨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인간 존재가 뭔지, 책 내용이 무엇인지, 작가가 누구인지 말하기 전에 번역 이야기를 해야겠다. 번역은 원문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언어를 옮기고, 해당 문화를 잘 녹여내 작가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하지만 <인간 존재의 의미> 역자는 작가와 독자 사이를 망쳤다. 내가 읽어본 책 중 최악의 번역이다.
예시로 112페이지를 보자. 시작하는 문장부터 쉽지 않다. "즉시 전혀 새로운 생물학이 출현할 것이다." 한 번에 이해도 안 될뿐더러, '전혀'라는 말이 너무 어색해서 파파고가 번역했다고 의심이 간다. 똑같은 표현 사용도 너무 잦다. "기원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일한 과정을 통해서만 기원[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봐도 이상하다. 이 외에도 문제는 수없이 많으니, 역자에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출판사의 방관이다. 끔찍한 번역이 종이로 인쇄되어 독자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출판사는 무엇을 했을까? 편집자가 단체로 파업이라도 했던 걸까? 신기하게도 <인간 존재의 의미>는 편집자가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역자와 출판사는 책임을 져야 한다. 작가의 뜻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이따위 번역을 두고 문해력 문제라느니, 과학 지식이 부족하다느니, 책을 읽을 의지가 없는 패션 독자라느니, 독자의 탓으로 돌리지 말길 바란다.
결론적으로 이 책의 쓰임은 하나이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같이 사서 잘못된 문장을 하나하나 바꾸며 글쓰기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한 번만 해도 필력이 눈에 띄게 달라질 것을 약속한다. 책 내용은 어떻냐고? 원문으로 읽고 생각해보겠다.
0
김요뜨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