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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사냥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동녘 펴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처음 읽었던 건 아마도 중학교 입학을 몇 달 앞둔 6학년 때였던 것 같다. 읽었다는 기억만 나고 "제제"라는 주인공 이름만 기억할 뿐 내용은 하나도 기억을 못했다. 철이 덜 든 6학년에게는 그다지 큰 감동이 아니었나 보다. 시간이 흐르고 30대, 내 큰아이가 3살 때 다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었다. MBC에서 진행하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프로그램에서 소개했고 옛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구매하고 읽게 된 거다. 그리고 약 2주를 앓았다. 어떻게 아이에게, 그저 호기심이 많고 자신의 생각을 행동해 보고 싶은 다섯 살의 아이에게 그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을까, 절망적일 정도로 빠져들어서 헤어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30대 마지막 즈음 논술 선생님이 되고 매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매년 울었다. 읽을 때마다 기구한 제제의 삶이 견딜 수가 없어서, 겨우 5살에 철이 들어버린 제제를 어찌할 수 없어서.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2편인 <햇빛사냥>과 3편 <광란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언젠가 꼭 읽어야겠다, 생각한 것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끝이 그나마 조금은 행복해진 채로 마무리되었기에 괜히 그 뒤의 불행한 이야기를 읽게 될까봐 두렵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속지에 쓰인 다른 착한 형제들의 죽음과는 다르게 작가는 살아남아 훌륭한 작가로 성공했으니까 어쩌면 조금 나아진 내용이 아닐까 하면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3부작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2편 <햇빛 사냥>은 제제의 10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편에서 아버지의 직장을 구하고 그나마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 새로운 삶을 살 것 같던 제제네는 여전히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입을 하나라도 덜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제제는 입양되고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족한 집이지만 깊은 상처가 있는 제제는 끊임없이 외로워한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어렵기만 하고 그런 제제에게 두꺼비 꾸루루가 등장하여 제제의 가슴 속에 자리잡는다.



1편에서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가 제제의 성장에 영향을 주었다면 2편에선 두꺼비 꾸루루가 제제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잘못된 행동을 꾸짖기도 한다. 그러니까, 밍기뉴가 친구였다면 꾸루루는 양심이다. 슈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제제는 뽀루뚜가 아저씨만큼 좋은 어른을 만난다. 학교의 파이올리 수사님은 예민하고 감수성 풍부하고 똑똑한 제제를 온전히 이해하는 인물이다. 너무 과한 잣대를 들이대는 어른들 사이에서 끝까지 믿어주고 애정하는 인물. 이런 분이 곁에 있었기에 제제는 마음껏 탐색하고 행동하고 점점 어른으로 성장한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 데엔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물질적 지원은 물론 끝없는 애정과 훈육,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제제의 끝없는 장난에 혀가 내둘릴 지겨이었지만 결국 입양된 가족을 이해하게 된 제제를 흐뭇하게 지켜보게 된다.



3편 <광란자>는 20대의 제제 이야기다. 익히 작가나 험난한 경험을 통해 작가로 등단했음을 알고 있기에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지 정말 궁금하다. 얼른 3편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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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처음엔 영화에 빠져 보다가 그 말 맛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몇 년마다 꾸준히 읽는 책이 된 것 같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슬슬 욕심이 난다.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지~! 하고.

엘리 출판사의 <이성과 감성>을 보고는 절로 감탄이 인다. 아름다운 표지에 먼저 손이 갔는데, 출간 의도를 읽고는 더욱 감탄에 감탄을! 이번에 출간된 제인 오스틴의 책은 <이성과 감성>과 <오면과 편견>인데 12월 16일에 발간되었다. 이후 매년 12월 16일마다 2권의 책이 발간된다고 한다. 12월 16일은 바로 제인 오스틴의 생일이라고. 이렇게 6권의 책이 발간되는데, 바로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이다.

<이성과 감성>은 제인 오스틴이 20살에 쓴 첫 소설책이라고 한다. <오만과 편견>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이성과 감성>을 읽다 보면 작가의 첫 작품인 것이 살짝 느껴지기도 한다. 원숙함보다는 신선함이랄까, 내용 상의 단순함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의 말맛은 여전히 잘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에디션에서 가장 칭찬할 점은 김선형 번역가의 번역이다.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영어 단어의 유래나 근소한 차이를 주석으로 달아 읽는 재미를 극대화한다. 읽는 내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소설이 시작되면 대시우드 집안의 상황이 먼저 서술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두 번째 부인인 대시우드 부인과 딸 엘리너와 메리앤의 처지를 곧 느낄 수 있다. 재산은 모두 첫 번째 부인의 아들인 장자 존과 그의 아들에게 상속되고 부인과 두 딸은 살던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 오갈 데도 없어진 것이다. 제인 오스틴 작품의 화두인 "장자 상속"이 대놓고 드러난다. 따라서 존 부부의 대화를 읽으며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그러는 것일 게다.

<이성과 감성>의 가제목이 엘리너와 메리앤인 만큼 두 사람의 성격은 양극단을 향한다. 이성적인 엘리너와 감성적인 메리앤은 누가 옳고 누가 옳지 않은가라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이성적이거나 감성적일 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장자 상속이라는 사회적 문제 안에서 치밀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너무나 비열한 몇몇의 등장인물로 인해 주변 인물들까지 똘똘 뭉치는 공동체의 모습은 실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정말 며칠동안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맞아, 제인 오스틴은 그랬지!'하던 시간이었다. 내년엔 제인 오스틴과 버지니아 울프를 집중적으로 읽어봐야겠다.

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 (지은이), 김선형 (옮긴이) 지음
엘리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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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책장에 꽂혀있는 책이었다. 책 등에도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씌여있음에도 어디선가 들어본 제목에 그저 아무 생각없이 오쿠다 히데오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음..ㅋㅋ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몇 년 전에 끊었다. 워낙 다작가인 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읽다가 너무 비슷해서 이젠 안 읽기로 결정했지만 오랜만이라 읽어보기로.

<방황하는 칼날>은 2004년 출간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2008년 다른 출판사와 다른 번역가로 출간되고 2014년 영화화된 것 같은데, 하빌리스 출판사에서 민경욱 번역가의 번역으로 2021년 다시 출간되었다. 하지만 읽는 동안 지금 이 시대와 전혀 그 간극을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히가시노 게이고가 시의성 있는 작품을 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영화화가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첫 페이지부터 숨 쉴 틈 없이 진행된다. 사실 그동안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을 생각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너무나 강력한 사건이 발생해서 하마터면 우울해서 책을 내려놓을 뻔. 하지만 또 그 뒤를 이어 다른 사건이 이어질 듯한 느낌에 손을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사건들은 "소년범"이라는 강력한 시의성을 포함하고 또한 우리는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지키려 하는가라는 문제를 던진다.

그러니 "방황하는 칼날"은 도대체 그 칼날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일 게다. 때문에 책 마지막의 장치까지 포함해서 <백야행>이나 <라플라스의 마녀>를 읽었을 때처럼 다시 한 번 작가의 대단함을 깨닫게 된다. 이제 한국에서 만든 영화도 한번 보고 싶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도 만들었다는데 어떻게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하다.

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민경욱 (옮긴이) 지음
하빌리스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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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이클립스 지음
모티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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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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