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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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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그녀가 삶이 자연스레 강요한 것을 결국 받아들이고 만 것은 그녀 자신이 모든 것을 '그딴 바보짓' 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그녀는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지금까지 무엇 하느라 내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 거지?
그것도 내 삶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게 하느라고.

진정한 사랑이란 시간에 따라 변모하고, 성장하고, 계속 새로운 표현 방식들을 찾아낸다는 걸 그녀도 알고는 있었지만, 🌱부모가 어린아이였던 그녀를 사랑한 것처럼 계속 사랑할 수 있도록 그녀는 자신의 욕망 대부분을 희생시켰다. 엄마가 눈물을 흘리며 결혼생활은 이제 끝장이라고 털어놓은 날, 베로니카는 아빠를 찾아가 눈물로 호소하고 협박한 끝에 결국 집을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둘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리라는 건 짐작도 못 한 채.

일자리를 찾아야 했을 때, 그녀는 막 독립한 슬로베니아에 자 리를 잡은 신생 회사가 내놓은, 누구나 솔깃할 제안은 거절하고, 보잘것없지만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공공 도서관의 일자리를 택했다. 그녀는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했고, 상사들이 그녀를 어떤 위협으로 여기지 않도록 행동했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만족했고, 승진을 위해 다툴 의사는 조금도 없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월말이 되면 꼬박꼬박 나오는 봉급뿐이었다.

그녀가 수도원에 방을 얻어 산 것은 세입자는 모두 정해진 시간 내에 귀가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정해진 시간 이후로는 문을 잠가버렸기 때문에 그때까지 귀가하지 못한 세입자는 길에서 잠을 자야 했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호텔이나 낯선 침대에서 억지로 밤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진짜 핑곗거리를 남자친구들에게 내세울 수 있었다.

결혼을 꿈꾸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아빠와 전혀 다른 사람, 그러니까 가족을 부양하기에 충분한 돈을 벌고, 그녀와 난롯가에 앉아 눈덮인 산을 바라보며 사는 것으로 만족할 사람을 그려보았다. 그렇게 류블랴나 인근의 조그만 별장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면 그만이었다.

그녀는 남자들에게 정확한 양의 쾌락만- 많지도 적지도 않게, 꼭 필요한 만큼만 -주는 법을 터득했다. 🌱그녀는 어느 누구에게도 앙심을 품지 않았다. 그것은 반응한다는 걸 의미했고, 적과의 싸움을 초래했으며, 이어 예측할 수 없는, 예를 들면 복수 따위를 감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삶에서 기대했던 거의 모든 것을 마침내 얻게 되었을 때, 베로니카는 자신의 삶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매일매일이 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죽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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