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책은 회상형 소설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 점에서 박완서 작가의 그많던 싱아는 어디로 갔을까 작품과 유사성이 느껴진다.
ㅡ 하지만 책의 초반부는 어떤 면에서 박완서 작가의 책보다 맵다. 첫장의 폭력 묘사부터 심상치 않더니 어린 아이에겐 너무나도 버거운 '아메리칸 나이트메어'의 묘사가 적나라하다.
ㅡ 작가의 말을 몰래 훔쳐본 입장에서, 이 책은 일종의 역사서/르포의 기능도 겸한다. 작가는 책의 내용 대부분이 본인의 실화임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싱아가 연상이 되고.
ㅡ 나름의 이민자 고충을 묘사한, 드라마 미나리는 그 제목에서 흘러내리는 느낌처럼 이 책보단 향기롭다.
ㅡ 따스함이 느껴지는 책 겉표지와 책의 제목과는 완전히 반대의 분위기를 숨기고 있는 책이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신선함을 추구하는 필자이기에 이 충격은 맛있다. 작가와 출판사는 이를 의도한 것일까.
ㅡ 자녀를 위한 이민이 정작 혈육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생각해 본다.
ㅡ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폭력적 언행을 보면서 올바른 양육이란 무엇인가도 되새기게 된다.
ㅡ 분명 자녀를 위해 건강과 시간을 갈아가는 주인공의 어머니지만 그와 동시에 위선적이고 가학적인 언행으로 상처를 주는 건, 저번에도 말한바 있던 ‘싱아는 어디로 갔을까?’ 작품이 떠오른다.
ㅡ 후반부로 갈수록 급격히 작위적인 전개에 의심이 들긴 했지만, 완독 전 내 예상과 다르게 허구의 비중이 많은 소설이었다. 싱아만큼은 아니었다. 그로 인한 안도감도 공존한다.
ㅡ 초반부 주인공이 가하는 폭력이, 알고 보니 떠난 자에 대한 넋두리인 것이 드러나는 반전 전개는 충격적이면서도 뭉클하다. 소설 장르에서 이토록 다방면으로 반전 장치를 마련한 것이 놀라울 따름.
여름은 고작 계절
김서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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