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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모여 만들어낸 새로운 정의를 읽어 내려갔다.
덥고 습하기만 한 계절이라 생각했던 여름이 (하지만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이렇게 신선하고 다채로운 단어들로 채워져 있었다니, 혹시 내가 그동안 부정적인 면만 보고 살아온 건 아닌지 문득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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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2
매끈하고 흠집 하나 없는 과일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어쩐지 굴타리먹어 흠집 하나쯤 있는 과일의 당도를 알고 싶어진다. 흠 없는 마음 없듯이, 그 마음을 다 알리가 없다는 듯이.
P. 89
생각 차단기가 필요하다. 밝은 세상을 살아가려면 적당한 어둠도 필요하다는 이치와 맞물린다. 가끔은 일부러 생각을 멈추어야만 더 좋은 생각으로 나아갈 수 있고 성숙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니 모자를 자주 써도 좋을, 써야만 하는 여름은 얼마나 좋은지.
P. 97
앞날이 깜깜할 때 하늘을 올려다본다. 꿈이 가슴을 뚫고 솟구친들 생활보다 커다래질 수는 없구나. 푸른 하늘을 가득 채우려는 건 욕심이지만, 마음을 쏟아버리지 않고 품으면 모양이 생긴다. 쉽게 찢어지거나 가볍게 날아갈 것 같은 나의 작은 미래.
P. 119
어떤 시절의 보살핌에 대한 기억은 평생 나를 따라다니며 좀 나빠지고 싶을 때마다 나를 달래준다. 숨이 턱턱 막히는 시간 속 겨우 몸을 바로 세우고 견디는 순간에 내 쪽으로 부채 바람을 보내주는 사람이 꼭 한 명쯤은 있다. 부채는 나를 위한 준비물일까. 너를 향한 고백일까. 이 계절의 가장 쓸모 있는 아이템을 나만 가진 것처럼 호기롭게 부채를 꺼내서 너를 향해, 오로지 네 쪽으로 바람을 일으키던 날의 나는 얼마나 신났던가.
P. 147
사람이 손 하나 한 뼘의 그늘을 만들어 다른 누군가의 찡그림 위에 올려둔다면. 나는 그것이 사랑이나 우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아름다운 포개짐이라고 생각한다. 홀로 무덥고 햇빛이 난무하는 길을 걷더라도, 손차양 하나로 뜨거움에 지지 않고 나아가려는 용기까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손차양이 타인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는, 나의신체로 다른 신체를 돕는다는 이타적인 행동 때문이다.
P. 203
여름 작약은 더워도 꼭 붙여 두 송이씩. 서로 기대어 있을 때 더 오래 피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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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스타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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