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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
이동현 지음
우리학교 펴냄
운이는 반쯤 먹은 치킨너깃을 보며 자신도 이 너깃처럼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망가지기 시작했고, 또 앞으로 얼마나 망가질지 겁났다. (P.135)
운이는 주문을 외웠다. 할머니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지? 약속한 거다. 할머니 단단디. 아무리 외워도 삼십 분이 금새 지나갔다. (P.183)
불과 몇달전 아이들이 외워대던 “퉁퉁퉁 사후르”인가 뭔가 하는 말을 기억하는가.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듣고 와서 이게 뭔지 검색해달라고 했는데 “북치고 밥먹어!”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이걸 왜 말해?”하고 갸우뚱해하더라. 그때 잽싸게 “그래서 유행이라고 다 따라할 필요가 없는 거야”하고 말해주었더니, 어느새 다시 해리포터 주문이나 외우던 우리 아이로 돌아왔다. 아마 여느 아이들도 저 의미가 궁금해서라기보다 친구가 하니까, 반복되는 음이 재밌으니까 등의 이유였을 것이다. 아무튼, 사라진 퉁퉁퉁 사후르~를 대신할 멋진 주문들을 데리고 왔으니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에 집중해줄 것!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에서의 '젠젠다'는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이다. 힘이 들 때 눈을 감고 젠젠다를 반복하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 반대 주문은 '단단디'이다. 두 주문은 힘들 때와 행복할 때 잘 사용하면, 그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거나, 오래 누릴 수 있으니 적절히 사용해보길 추천드린다. 자매품(?)으로는 한 음절당 키가 0.1MM커지는 '고로고로'와 잊고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잠무스', 마음의 진정을 주는 '우추추' 등이 있다.
우스개소리로 시작했으나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의 이야기는 결코 우습지않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운이네 이야기,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 속에서 운이는 눈에 띄거나 사고를 치는 아이는 아니지만 '적응한 척' 살아간다. 그의 가족들도 누군가의 '자랑거리'스타일은 되지 못하고, 위안을 느끼는 길드도 사실 평범과 이상함 사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 감정선과 이야기와 성장이 코를 시큰하게 만드는 요소가 엄청났다. 청소년 소설임에도 무척이나 현실적인 배경과 깊이있는 심리묘사에 풍덩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게 되더라. (누가 젠젠다 주문을 걸었는가)
운이가 할머니와 이별하게 되는 장면에서는 좀 울었다. 운이는 자살을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아빠를 만나러 갔던건데, 자신이 아닌 할머니가 위독한 바람에 그 모든 것을 후회한다. 얼마전 친구들과 “이제는 우리가 결혼식 보다 장례식에 더 많이 가게 된 나이”라고 말은 해놓고, 아이들이 이별을 경험하는 첫시기가 청소년기라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운이가 날카로운 삼각형처럼 이별을 느끼고, 그 이별을 이겨내며 한층 깊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 책이 얼마나 잘 씌여진 책인지를 여러번 깨달았다. 사실 대부분의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는 엄청난 사건을 겪으며 성장한다. 물론 그래야 재밌겠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그런 일을 경험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렇다보니 공감 포인트가 언제나 부족했는데,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의 운이는 당장 옆집에 살기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이라 더 깊이 공감하고, 아이의 마음을 더 많이 알아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더라.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을 읽는 내내 청소년들의 대화에서 공감과 안타까움 모두를 느꼈고,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보기도 하며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은 청소년기 아이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눈부시게 예쁜 시절인데, 입시 등에 쫓겨 빠르게 그 때는 모르는 시기, 중고등학생시기를 '젠젠다'를 외치며 보내지 않도록. 소중한 것들을 더 소중하게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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