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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민음사 펴냄

섹스 씬이 좀 많긴 하다만, 그래... 이 정도면 참고 볼만하다.
문학 작품에서 씬이 나올 때는 딱 두 가지 감상으로 나뉜다.
꼴리는 씬이거나, 눈꼴사나운 씬이거나.
이 작품의 경우 명백한 후자다.

개인적으로, 인물들의 상실과 방황에 대해서만 나오고, 각 인물들이 어떤 성숙의 전환점을 맞는지는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마치, 모든 상실의 끝은 암울한 미래만 있다는 것 같아서.

상실이 반드시 후회와 미련만으로 점철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실은 인간이 성숙할 계기가 되며,
어떤 상실은 그 자체로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스스로를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
인물들이 상실을 겪는 건 상관없다.
방황해도 좋다.
그러나 그 방황을 표현하는 방식이 only sex인 건 불만이다.

방황을 표현하는 방식이 꼭 섹스여야만 했을까?

타인의 상실에서 비롯된 우울과 그 해답을, 어찌 이리 무책임하고 불친절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가하는가?

솔직히 말해서, 자신의 철학과 확고한 주관이 없는 사람 또는 큰 상실을 겪고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 작품의 제목은 <상실의 시대>가 더 나았다. 작가의 아집과 실수라 생각.

물론, 내가 외로움과 공허함을 육욕로 해결해본 적 없는 개ssap아싸라. 그들의 상실과 위로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오코의 상실에 대해선 유감이다.
가족과 연인이 모두 자살을 한 것에 대해서는 여타 할 말이 없다. 어쩌면, 얘만큼은 진짜 돌이킬 수 없었을지도.

개인적으론 11장이 가장 좋았다.
철학으로 똘똘 무장한 자아라 하더라도, 상실이 주는 고통이란, 어찌 이리도 무자비한지.

실제로 나오코가 죽기 전 10장의 와타나베는 썩 괜찮은 상태였다. 그래서 나오코가 죽으며, 수직하강 하는 와타나베의 행복 그래프를 느끼며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 같다.
그것을 또 계속 섹스로 해소할지, 아니면 정신적인 성장을 이룰지는 미지수지만.

그래,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은 것 같다.

그러니 그가, 혹은 그와 같은 삶을 사는 사는 사람들이,
방황의 끝이 꼭 낭떠러지 뿐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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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에 대한 갈망이야말로,
가장 인간스러운 욕망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것이 인류의 문명을 찬란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러니, 불세의 천재 과학자와 매드사이언티스트는 분명 종이 한 장 차이일 것이다. 결국 그 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금단의 호기심을 품지만,
세상에는 생각만으로도 죄가 되는 사상이 있고,
영원히 머릿속에만 남겨둬야 할 질문들이 있다.

그래, 니나가와 교수의 창의력이 개미친 트롤링으로 변모하는 건 겨우 종이 한 장 차이고, 그건 마치 에이즈에 처음 감염된 놈과 같은 행위라 할 수 있겠지.

‘쾌락’이라고는 말했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것이 과연 쾌락이라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약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좀비 같기도 하고.

다만, 정신착란의 원인이 원숭이로부터 기인한 기생충이라는 설정은 꽤 흥미롭고, 제법 SF적인 상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게임으로 치자면, 라오어. 웹툰으로 치자면 김규삼 작가의 하이브가 생각나기도 했고.

10년 전쯤, 나는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로 처음 그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읽은 일본 문학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천사들의 속삭임>을 읽으며 그 작품이 문득 떠올랐다.
두 소설 모두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어둠을 다루지만, 그 접근 방식은 다르다.
기시 유스케의 작품은 눈에 띄는 명대사나 글귀보단,
특유의 분위기와 높은 몰입감에서 진가를 발휘하는데,
이 두 작품은 그런 그의 강점을 잘 보여준다.

정교한 세계관, 판타지적 요소, 철학적인 의미, 탄탄한 서사 구조, 서스펜스와 미스터리, 그리고 서정적인 분위기까지 고려하면 <신세계에서>가 더 완성도 높게 느껴진다.

반면 <천사들의 속삭임>은 보다 추리물에 가깝고, 스릴러적인 긴장감과 고어한 묘사, 도파민을 자극하는 몰입감, 그리고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묘사가 인상적이다.

솔직히 속은 좀 안 좋았다.
그래도 킬링타임용으론 나쁘지 않다.

천사의 속삭임

기시 유스케 지음
창해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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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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