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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속삭임

기시 유스케 지음
창해 펴냄

지식에 대한 갈망이야말로,
가장 인간스러운 욕망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것이 인류의 문명을 찬란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러니, 불세의 천재 과학자와 매드사이언티스트는 분명 종이 한 장 차이일 것이다. 결국 그 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금단의 호기심을 품지만,
세상에는 생각만으로도 죄가 되는 사상이 있고,
영원히 머릿속에만 남겨둬야 할 질문들이 있다.

그래, 니나가와 교수의 창의력이 개미친 트롤링으로 변모하는 건 겨우 종이 한 장 차이고, 그건 마치 에이즈에 처음 감염된 놈과 같은 행위라 할 수 있겠지.

‘쾌락’이라고는 말했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것이 과연 쾌락이라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약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좀비 같기도 하고.

다만, 정신착란의 원인이 원숭이로부터 기인한 기생충이라는 설정은 꽤 흥미롭고, 제법 SF적인 상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게임으로 치자면, 라오어. 웹툰으로 치자면 김규삼 작가의 하이브가 생각나기도 했고.

10년 전쯤, 나는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로 처음 그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읽은 일본 문학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천사들의 속삭임>을 읽으며 그 작품이 문득 떠올랐다.
두 소설 모두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어둠을 다루지만, 그 접근 방식은 다르다.
기시 유스케의 작품은 눈에 띄는 명대사나 글귀보단,
특유의 분위기와 높은 몰입감에서 진가를 발휘하는데,
이 두 작품은 그런 그의 강점을 잘 보여준다.

정교한 세계관, 판타지적 요소, 철학적인 의미, 탄탄한 서사 구조, 서스펜스와 미스터리, 그리고 서정적인 분위기까지 고려하면 <신세계에서>가 더 완성도 높게 느껴진다.

반면 <천사들의 속삭임>은 보다 추리물에 가깝고, 스릴러적인 긴장감과 고어한 묘사, 도파민을 자극하는 몰입감, 그리고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묘사가 인상적이다.

솔직히 속은 좀 안 좋았다.
그래도 킬링타임용으론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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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속삭임

기시 유스케 지음
창해 펴냄

읽었어요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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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씬이 좀 많긴 하다만, 그래... 이 정도면 참고 볼만하다.
문학 작품에서 씬이 나올 때는 딱 두 가지 감상으로 나뉜다.
꼴리는 씬이거나, 눈꼴사나운 씬이거나.
이 작품의 경우 명백한 후자다.

개인적으로, 인물들의 상실과 방황에 대해서만 나오고, 각 인물들이 어떤 성숙의 전환점을 맞는지는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마치, 모든 상실의 끝은 암울한 미래만 있다는 것 같아서.

상실이 반드시 후회와 미련만으로 점철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실은 인간이 성숙할 계기가 되며,
어떤 상실은 그 자체로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스스로를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
인물들이 상실을 겪는 건 상관없다.
방황해도 좋다.
그러나 그 방황을 표현하는 방식이 only sex인 건 불만이다.

방황을 표현하는 방식이 꼭 섹스여야만 했을까?

타인의 상실에서 비롯된 우울과 그 해답을, 어찌 이리 무책임하고 불친절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가하는가?

솔직히 말해서, 자신의 철학과 확고한 주관이 없는 사람 또는 큰 상실을 겪고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 작품의 제목은 <상실의 시대>가 더 나았다. 작가의 아집과 실수라 생각.

물론, 내가 외로움과 공허함을 육욕로 해결해본 적 없는 개ssap아싸라. 그들의 상실과 위로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오코의 상실에 대해선 유감이다.
가족과 연인이 모두 자살을 한 것에 대해서는 여타 할 말이 없다. 어쩌면, 얘만큼은 진짜 돌이킬 수 없었을지도.

개인적으론 11장이 가장 좋았다.
철학으로 똘똘 무장한 자아라 하더라도, 상실이 주는 고통이란, 어찌 이리도 무자비한지.

실제로 나오코가 죽기 전 10장의 와타나베는 썩 괜찮은 상태였다. 그래서 나오코가 죽으며, 수직하강 하는 와타나베의 행복 그래프를 느끼며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 같다.
그것을 또 계속 섹스로 해소할지, 아니면 정신적인 성장을 이룰지는 미지수지만.

그래,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은 것 같다.

그러니 그가, 혹은 그와 같은 삶을 사는 사는 사람들이,
방황의 끝이 꼭 낭떠러지 뿐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민음사 펴냄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3주 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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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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