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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허블 펴냄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SF라는 장르를 빌렸지만, 결국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고, 시간의 시차를 다루지만, 그 안에서 김초엽이 묻는 질문들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불완전한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없는 타자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빛의 속도로 갈 수 없기에 생기는 시차는 곧 우리가 함께할 수 없는 시간의 은유다. 아무리 사랑해도, 아무리 함께하고 싶어도, 결국 각자의 시간을 살 수밖에 없다.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안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지쳐 보이는 안나는 마지막 여행을 허락해달라고 청한다. 시차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었던 안나의 마지막 여행은, 그 불가능을 뛰어넘으려는 처절한 시도였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불가능 앞에 서 있다. 함께할 수 없는 시간, 이해할 수 없는 타자, 완벽하지 않은 세계.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읽는 내내 위로받았다. 빛의 속도로 갈 수 없어도 괜찮다고.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괜찮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김초엽은 말해준다. 불가능을 껴안고 고군분투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김초엽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국 희망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는 빛의 속도로 갈 수 없지만, 그래도 간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해하려 한다. 함께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사랑한다. 그것이 인간이 인간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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