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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단숨에 읽힌 장편소설이었다. 1998년에 쓰인 책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이 시대의 이야기처럼 쉽게 읽혔다. "이런 사람이 작가를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문장들이 유려했고, 몇 대목은 정말 마음에 남았다. 그런데도 높은 평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삶에서의 선택이 남자, 여자 밖에 없는 듯 모든 불행과 행복의 이유를 이성에서 찾으려 하는 점이 반기를 들게 했달까. 쌍둥이였던 어머니와 이모의 삶이 이모부와 아빠를 만나면서부터 양극으로 달라졌다는 설정이, 작가의 머릿속에서 진행된 일종의 실험 같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고 흥미로운 책이다. 남에게는 평온해 보이는 삶도 본인에게는 지리멸렬할 수 있고, 멀리서보면 온갖 불행을 뒤집어 쓴 것 같은 삶이 생동감 있는 삶일 수도 있다는 것. 그 삶을 남이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 안진진의 마지막 선택이 '모순'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소설의 제목을 완성시키는 장치일까. 이 주제를 좀 더 치밀한 장치로 심도있게 풀어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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