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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천선란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이게 끝이 아니길 기대했는데 이게 진짜 끝이었네. 파일 복구해서 추가된 부분은 작가의 말 뿐. 그럼 좀 허탈한데?

영화 판권 탐내는 제작사나 감독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 매력적인 이야기인데, 시각화하기 쉽지는 않겠다.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달까지 가자>도 최근에 드라마화 된 걸 보니 전혀 다른 얘기 같아서 낯설기는 했다만.

확실히 다양성이 화두인 시대는 맞는 것 같다. 정치적으로는 극단주의들이 판을 치는데도 영화나 소설에서는 다양한 배경, 인종, 문화를 넘어 외계인까지 다양성을 얘기하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결국 다른 게 틀린 건 아니라는 얘기들이다. 다름에 대한 인정과 수용, 나아가 남들 다 가는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도 나갈 수 있는 용기, 또 그에 대한 존중…

머리로도 알고 있고, 마음으로도 이해하고, 일상적인 수준에서는 실천도 할 수 있는데, 사실 어디까지 가능할 지는 나 스스로도 모르겠다. 사디스트-마조히스트 관계는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나, 영화 <그녀>나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관계를 현실에서 만나게 되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교리 자체가 몹시 배타적이고 성불평등적인 종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먹이사슬 최상위에 위치하는 존재로서 지구상 비인간 생명체들의 권리는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나,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배려는 진짜 배려일까, 또는 차별일까. 생각하기 시작하면 답도 안 나오는 어려운 문제들이 한가득이다.

과거는 없는 이 소설에서 현재와 미래와 나인은 대화와 믿음으로 각자의 삶을 지켜간다. 이 아이들은 대체 옳다고 믿는 것들을 해내는 용기와 다른 존재들에 대한 포용을 어디에서 배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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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나름의 고난이 있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항상 밝고 멋지고 강해 보이는 사람들도 늘 그런 모습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모습들이 부끄럽고 싫어서 숨기고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잘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반성하고 넘어서서 조금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과정일 것이다.

작은 기쁨들을 채집하는 생활의 기술은 그 팍팍한 과정을 잘 견뎌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저 익숙한 습관일 수도, 꽤 용기를 내야하는 일탈일 수도, 타인에 대한 잠깐의 외면일 수도 있는 이런 기술들은 어쩌면 덜 상처받고 조금 더 단단하게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진짜 원천기술일 지도 모른다.

작은 기쁨 채집 생활

김혜원 (지은이) 지음
인디고(글담)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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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하지 않은 또는 계획했던 것과 다른 여행의 즐거움에 대하여, 여행지에서 보내는 느긋한 하루에 대하여, 여행지를 잠시 내 집으로 만들었을 때 깨닫는 그 곳의 사랑스러움에 대하여 한참 이야기하다가 재개발 지역에 대한 애틋하고 복잡한 마음과 기록으로 끝나는 바람에, 배실배실 미소지으며 부러워하다가 마지막엔 슬퍼져버리는 책.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지음
북라이프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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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나 생각의 흐름대로 쓴 글은 처음이네. 의도된 건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중에 제목 만큼이나 자주 길을 잃어서 뭘 읽었는지 하나도 남지 않아. ㅠㅠ 차라리 쪼개어 읽고 그 때 그때의 감상을 기록하거나 나누는 게 나을 것 같은 책.

길 잃기 안내서

리베카 솔닛 지음
반비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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