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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솔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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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은 내가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첫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읽고 보니 아마도 안 읽었는데 읽었다고 착각한 건 아닌지...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읽기 전부터 내용은 까마득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의식의 흐름 기법" 때문에 다시 읽고자 하는 것 또한 무시무시하게 생각하여 과연 읽을 수 있을까... 두렵던 책이다.


그래도 막상 이번에 읽고 보니, 역시나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처음에는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에 이쪽저쪽 누구 생각인지 알 수가 없어 잠깐이라도 놓치면 나만의 의식 흐름대로 멍~하다가 다시 깜짝 놀라 페이지를 앞으로 돌리곤 했으나... ㅎㅎ 금방 익숙해져서 곧 "오호~"하면서 읽을 수 있게 된다.


시작은 댈러웨이 부인, 클러리서가 오늘 저녁 파티에 사용할 꽃을 고르러 나서면서부터다. 클러리서가 길을 걸으며만나는 이들, 하늘에서 벌어지는 일, 도로 저편에 서 있는 사람들, 갑자기 나타난 자동차 한 대를 바라보는 사람들 등 마치 일상 속에 있는 다양한 인물 군상들의 모습을 묘사할 뿐만아니라 그 사람들의 생각들을 하나하나 펼쳐 보여준다. 하나의 장면을 각각의 사람들이 얼마나 다르게 생각하고 오해할 수 있는지, 이쪽에서 대화하고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는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는지 이들은 각각의 독립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그것이 마치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이것이 바로 삶이라고 보여주는 듯하다.


주요 인물들의 의식은 그들의 생각을 통해 그들이 살아온 길을,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특히 클러리서와 결혼 전 그녀를 사랑했던 피터 월시, 클러리서의 둘도 없는 친구 샐리 시튼과의 과거를 들여다 보면 샐리와 피터가 리처드 댈러웨이를 어떤 식으로 생각했고, 그와의 결혼을 선택한 클러리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그들의 생각을 통해 드러난다. 그래서 샐리와 피터는 비슷한 부류로 여겨진다. 세속적이거나 모범적인 것들을 옳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하지만 마지막 파티가 끝나가면서 샐리는 왜 클러리서가 리처드를 선택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클러리서와의 접점은 없지만 무척 중요한 인물인 셉티머스의 자살은 지금까지 읽던 클러리서를 이해하는 데 또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존재이다. 울프는 이 둘을 더블(Double)로 생각했다는데 오히려 나는 클러리서가 셉티머스의 자살을 생각하며 자신은 그 우울과 바닥에서와 다르게 행복을 느끼는 이기심을 엿보았다. 자신의 독립성이 중요했기 때문에 리처드를 선택하고 삶을 강요하는 인물들을 싫어하면서도 자신은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이중성도 그렇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따라읽은 것만큼 많은 생각을 하며 읽게 되는데, 역시나 한 번으로는 안될 것 같다. 그래도 클러리서와 비슷한 나이에 읽어서인지 이번 독서는 오래 기억될 것 같은데, 몇 년 후쯤 다시 읽으면 어떻게 느끼게 될지도 무척 궁금해지는 책이다.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솔출판사 펴냄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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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les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강렬한 표지만큼이나 강렬한 책이다. 이로써 폴 오스터의 책 세 번째. 맨 처음 읽었던 책이 오히려 작가의 유작이라 그를 관통하는 많은 주제가 담겼을 줄 알았는데 재출간 된 두 권의 책을 읽고 있자니 어쩌면 죽음을 앞둔 작가는 오히려 조금 편안한 작품을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환상의 책> 또한 "상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어둠 속의 남자>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놀랍고 어리둥절하다. 한 권의 책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역시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그 자체로 환상의 책이 된 것이다.

데이비드 짐머는 아내와 두 아들을 비행기 사고로 잃고 상실에 빠져있다. 사랑하는 일들을 잃었다는 그 자체의 절망과 슬픔뿐만 아니라 그 죽음에 자신이 몰아넣었다는 죄책감도 더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삶을 살지 않고 우울의 늪을 헤매던 데이비드는 어느 날 TV에서 방송되던 한 다큐멘터리 속 무성영화 코미디를 보다가 헥터 만이라는 코미디 영화감독의 영화를 보고 처음으로 웃게 되고 그 이후 헥터 만의 인생을 조망하고 그의 영화들을 보면서 헥터 만 영화의 첫 번째 연구서를 쓰게 된다. 그러니까 데이비드에게 헥터 만은 자신을 삶의 구렁텅이에서 끄집어내 준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그 한 권의 책이 헥터 만에게 이끌게 되고 데이비드는 너무나 많은 진실을 알게 된다.

<어둠 속의 남자> 를 읽으면서도 그랬는데, <환상의 책> 안에서도 굉장히 많은 다른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 이야기들은 독립적인 다른 이야기들처럼 느껴지면서도 결국은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들로 연결되는데, <환상의 책> 속 연결고리가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와 헥터 만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데이비드는 사고였지만 스스로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데이비드는 헥터를 보며, 헥터 또한 데이비드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을 것이다.

책은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등장하고 다시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첩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는 독자 또한 이만하면 이렇게 되겠지~ 하는 순간 또다른 반전에,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다시 데이비드에게로 돌아가고 헥터와 데이비드, 헥터가 남긴 영화가 모두 관통하는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들,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는 것.

정말 푹~ 빠져서 읽을 수밖에 없는 "환상의 책"이다. 폴 오스터라는 작가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미 유작이 존재하고 그 유작 먼저 읽어버려서 이제는 거꾸로 작가의 책을 찾아나서는 여행을 해야할 것 같다.

환상의 책

폴 오스터 지음
북다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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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네버

@yhkles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2008년에 출간되었던 폴 오스터의 <어둠 속의 남자>가 아주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재출간되었다. 마지막 유작이라는 <바움가트너>를 얼마 전 읽었는데 그 여운이 좋아서 언젠가 전작을 모두 읽어보겠다는 계획을 하나씩 실천할 수 있어서 아주 기쁘다. 읽을 때마다 이 작가가 더 좋아지고 있다.



나, 오거스트 브릴은 딸 미리엄과 손녀 카티야와 함께 살고 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불편한 오거스트는 1층에, 딸과 손녀는 2층에서 거주한다. 밤마다 잠이 오지 않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가능한 자꾸만 떠오르는 생각을 피하려고 한다. 낮에는 카티야와 영화를 보며 하루를 보낸다. 매일 같은 하루하루지만 각자의 방에서 잠드는 이들은 각자의 상실로 잠들지 못하고 겨우겨우 버티며 하루를 이어간다.



책은 오거스트의 상상 속 이야기에서 시작해 오거스트가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듣고 일어난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전쟁은 오거스트와 카티야가 상실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하나의 사건으로 귀결된다. 모두 다섯 가지의 전쟁은 모두 처참하고 끔찍하다. 그리고 결국 그 전쟁으로 인한 상실은 살아남은 이들의 숙제로 남는다.



오거스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문장.

"괴상한 세상은 굴러가고."...260p



그렇다. 세상엔 정말 이상한 일들이 가득하고 이상한 사람들에 의해 너무 착한 사람들이 죽기도 하고 상처받고 이상한 나라에 의해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이 죽어간다. 그런 세상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또 그런 세상 속에서 우린 살아간다. 밤부터 시작해 동이 트는 아침까지 온갖 걱정과 시련과 삶이 지나갔어도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하는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후로 상실의 아픔에 대해 이렇게 훌륭하게 표현해 낸 소설이 있을까 싶었는데 첫 시작부터 마지막 귀결까지 모두 좋았다.

어둠 속의 남자

폴 오스터 지음
북다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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