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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유결점
서동주 지음
필름(Feelm) 펴냄
우리 또 열심히 살다 만나.
그 한마디에 내 심장이 오랜만에 쿵, 하고 요동쳤다. 그 문장은 나의 마음을 선명하게 깨웠다.
나라는 사람은 원래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고, 다양한 일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무기력의 그림자는 슬그머니 찾아오곤 한다. 갑자기 늦잠을 자거나,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는 날도 있고, 하루종일 릴스와 쇼츠만 넘기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허무하게 저물어버리는 날도 있다. 그런 나에게 “열심히 살다 만나자”라는 말은 마치 심장 한가운데로 날아든 작은 폭죽 같았다. 잠자고 있던 나를 깨우는, 작지만 선명하게 반짝이는 울림. (p.139)
나는 연예인 자체보다는 배역에 몰입하는 사람이라 같은 배우가, 완벽히 다른 사람처럼 등장하는 것에 깊이 매료되는 편이다. 프레임 밖의 그들의 삶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그렇다보니 이미 애가 둘이나 있는 연예인부부의 결혼 소식을 몰라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사건사고 소식을 듣고도 “그게 누구?” 할만큼 관심이 없다. 그런데 그토록 몰라서 좋을 때도 종종 있는데, 바로 『완벽한 유결점』같은 책을 아무런 프레임 없이 만날 수 있을 때다.
나는 『완벽한 유결점』의 제목에 매료되었을 뿐인데, 책을 다 읽고나서야 작가님이 무척이나 유명한 분들의 딸이자, 본인도 매우 유명한 분이었던 것. 하지만 나는 그녀의 그 모든 배경을 몰랐기에 문장 자체의 맛에 빠져들 수 있었고, 그녀의 생각을 편견없이 읽고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한 유결점』은 치열하게 노력하며 촘촘히 채워가는 기록들이다. 짤막한 에세이 형태기에 읽기에 부담도 없고, 술술 읽히는 매력적인 문장력이 돋보이는데, 그 안에 담긴 울림은 적지 않다. 사실 평소 에세이에 인덱스를 5개 이상 붙여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책에는 수십개의 인덱스를 붙였다. 내가 평소 생각하고 사는 것들을 타인의 문장을 통해 만나는 반가움도 있었고, 미처 나아가지 못한 영역의 생각들을 접하는 감사함도 있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만난 하루하루들을 유별나지 않게 차곡차곡 모아온 흔적들에서 삶을 배우고, 끈기를 배우고, 노력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완벽한 유결점』을 읽는 내내 내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기부여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포기한 몇몇을 떠올렸다. 나 역시 나름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내 환경을 핑계로 접어온 것들이 많았는데 “중요한 건 단 하나, 움직이는 것(p.27)”이라는 그녀의 말이 마음을 둥둥 쳤다. 봄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말에는 눈물이 조금 났다. “꺾인 가지에서도 잎은 자란다. 그것은 꺾였을 뿐, 아직 죽기 않았기 때문이다(p.89)”라는 말에 꺾였다고 방치해버린 꿈이 떠올랐다. 그래, 나도 힘들어도 늘 웃어야 할 이유를, 살아야 할 이유를 부지런히 찾아온 사람인데, 나이먹어가며 점점 그런 노력까지 놓아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되더라.
성당 마당에 앉아 『완벽한 유결점』을 읽으며 가을볕을 한껏 받았다. 하얀 책 위로 십자가 그림자가 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짊어져야 했을 것들을 내려놓고 보다 자유로워지길 생각했다. 혹자는 그녀가 부모의 유명세로 더 쉬운 삶을 살았다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겪지 않아도 될 것들을 너무 겪은 삶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겠나. 그 삶위로 쌓아온 그녀의 지난 하루들을, 다가온 하루들을 가만히 응원해본다. 더불어 우리의 하루하루들도 함께, 격한 마음으로 응원해보며, 우리의 『완벽한 유결점』들도 치열히 채워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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