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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지은이), 정영수 (옮긴이) 지음
더클래식 펴냄

- 1984의 오세아니아는 기록을 지배하며 현재와 미래를 모두 다 손에 넣었다. 거기에 쓸 수 있는 단어의 폭을 줄이는 등 언어를 통제해 사고의 범위까지 좁히며 시민을 묶는 족쇄를 더욱 단단히 한다.

- 1984의 세계관 속 등장인물은 식욕은 물론 사랑도 통제받는다. 어렵게 이루던 윈스턴과 줄리아의 사랑도 국가의 권력 하에 산산조각 나며 둘은 완전한 타인이 된다.

- 1984 속 오세아니아 런던은 국경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으로 묘사되는데 로켓으로 국토가 심심찮게 유린당한다. 이는 일부러 국민의 증오심을 부추겨 그들을 통제하기 쉽게 하려고 자작으로 학살을 저지르는 게 아닌가 싶다.

- 소설 속 국민의 ‘이중사고’는 두 개의 생각 중 결국 거짓일지라도 당이 원하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껍질이 깎여 속의 “일괄된 사고”만 쓸모 있을 뿐이다.

- 소설 속 지구의 세 국가 유라시아, 오세아니아, 동아시아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국가 사회주의 체제로 나라를 통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설 속 지구는 모두 같은 1984를 살고 있던 것이다.

- 어린 소년·소녀가 사상에 사로잡혀 그들의 부모까지 팔아넘기는 것은 현대전에서 소년병이 연상된다. 조지 오웰 사후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가장 악랄한 킬링필드 소년병들이 남녀노소 거리낌 없이 잔혹한 살인마가 되었고,

- “형제단”의 맹세를 할 때 윈스턴의 겉과 속을 모두 바꿀 것이라는 오브라이언의 말은 거짓은 아니다, 비록 발화자와 청자 간 해석은 다르지만. 오브라이언이 속으로 윈스턴과 줄리아를 얼마나 비웃었을지, 그 가증스러움에 소름이 끼친다.

- 사람 좋아 보이던 채링턴이 당 이데올로기 최전선에 있는 사상경찰이란 반전은 다시 봐도 소름 돋는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이 원하던 인물상이 아니라는 게 암시들이 종종 드러나지만.

- 윈스턴이 오브라이언의 가스라이팅에 넘어가 숭배까지 하는 건 스톡홀름 신드롬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끼게 한다.

- 하지만 글 초반부 오브라이언의 모습을 보고 윈스턴이 그가 무조건 자기의 사상을 공유할 거라 상상하는 건 극의 전개를 위한 억지스러움이 느껴지기도.

- 독재를 확립하기 위해 혁명을 한다고 말하는 오브라이언의 말 뒤에, 혁명이 독재로 변하는 것을 숱하게 봐온 오웰의 자조가 느껴진다. 그의 사후부터 지금까지도 독재화된 혁명이 근절되지 않는 것도 이 지구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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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년기부터 성년기까지의 빛과 어둠의 세계를 오가며 끊임없이 고뇌하는 이의 이야기.

- 이 과정에서 싱클레어는 누군가의 “데미안”이 되기도 한다.

- 예수와 두 도둑, 카인과 아벨 등 인물 간 선악 구도가 명확 해보이는 성경 속 일화를 대중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불평하는 도둑, 카인의 편을 드는 데미안의 관점이 인상적.

- 피스토리우스가 말하는 목사의 역할은 현시대 동서양 모든 목회자가 새겨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두 세계를 오가고, 알을 깨며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건 사람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알을 다시 만들어 그 속으로 들어갈 수도.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더클래식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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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패륜이 거대한 비극으로 퍼져나가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 그리고 그 결과로부터 으르렁대던 상대가 어부지리를 취하는 결말도 비극성을 높인다.

- 인간에 대한 처세, 죽음에 관한 이야기, 전쟁의 덧없음 등 현시대 사람들도 뜨끔하게 할 주제들이 대사들에 녹아 있다.

- 이 출판사의 판본은 책 중간중간 각주로 극의 상황과 시대 배경, 어휘 풀이를 넣은 것도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과도하지 않은 비중으로 배분되어 있어 독서에 도움이 된다.

- 명 희곡을 읽고 나니 이를 현실로 나타낸 연극도 보고 싶어진다. 이것이 수많은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명저의 힘일지니.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더클래식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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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촌주공아파트에 살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 모음집

● 인터뷰와 그들이 살던 집을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된, 일종의 사진집도 겸하고 있다.

● 그들의 인터뷰와 그들의 공간을 찍은 사진을 엿봄으로써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가치관을 지녔는지 엿보는 재미가 있다.

● 글 중반부까진 호 들이 서로 가까이 연결됨을 통한 아름다운 이웃의 온정을 얘기하지만, 그 후론 폐쇄적이고 쌀쌀맞은 정서를 토로하는 내용도 있어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328p에 나온 “부족적”이란 어휘가 자아내는 느낌에 딱 어울리는 것 같다.

● 많은 인터뷰에서 공통으로 다뤄지는 게 둔촌주공아파트를 둘러싼 십여 년간의 재건축 설왕설래다. 출구가 보이지 않을 거 같은 재건축 논의가 그들의 마음에 얼마나 상처를 입혔으며, 앞서 말한 쌀쌀한 정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씁쓸해진다
.
● 충분히 읽을 만한 책이고 500p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체감상 6-70 %가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어 생각보다 독서가 금방 끝났다.

● 그 때문에 사람에 따라 33,000원의 가격이 높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물론 많은 사진에서 저자의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싶기도 하고, 어느 시점 제정된 법을 기점으로 폭등한 책값의 영향이 느껴지기도 하고.

●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이 책은 2년 전 출판된 마지막 회를 끝으로 한 총 5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읽은 건 4부작인데 앞뒤로 다른 회수의 책들도 읽고 싶어진다.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4

라야 외 1명 지음
마을에숨어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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