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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끝

이성복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그곳에 다들 잘 있느냐고 딩신은 물었지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다고 나는 말했지요
전설 속에서처럼 꽃이 피고 바람 불고
십리 안팎에서 바다는 늘 투정을 하고
우리는 오래 떠돌아다녔지요 우리를 닮은
것들에 싫어서…..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
가까워졌지요 영락없이 우리에게 버려진 것들은
우리가 몹시 허할 때 찾아와 몸을 풀었지요
그곳에 다들 잘 있느냐고 당신은 물었지요
염려 마세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답니다

- <편지 3> 전문 -

시를 읽고 장면이 그려진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시집은 시마다 장면이 그려져 여러 감정이 들게 했다.
쓸쓸했다가 슬프다가 그리운, 이게 가을 인건가.
한 친구가 ’가을엔 시집이지‘ 라고 했었는데
통 이해를 못하다가 이제 나도 그대로 얘기해본다.
가을엔 시집, 그러니까 시 좀 읽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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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이 책이 꼭 아무튼 시리즈 같았다. 제자리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라는 개념은 물리적,지리적,계층적,사회적,정치적 자리이며,
내면의 자리이기도 하다. 장소는 중립적이지 않다‘

평소 내가 생각했던 자리라는 개념을 깨어준 한 문장이다.
자리가 내면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도,
자리가 편안한 개념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자리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관계라는 것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너무 귀한 인사이트다!

상실 속에 자리를 잃고 타인의 기대나 사회 규칙 등으로 만들어졌던
내 자리가 진짜 나의 것이 맞기는 한 건가.
이런 철학적인 물음을 통해 깨닫게 된다.
내 자리에 내가 있는 이유를 계속해서 물어봐야 한다는 것을.

제자리에 있다는 것

클레르 마랭 지음
에디투스 펴냄

읽었어요
1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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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봤던 좀비 이야기는 너무 공포스러웠는데
이 책에서의 좀비 이야기는 사무치게 슬프게 한다.
또 이런 사랑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데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는 묵호를 사랑하는 것 같아. 그리고 또, 이건 나의 예측이지만 높은 확률로 묵호의 마음도 그럴 거야. 그러니 서로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얼마나 돼? 사랑이 파멸되고 간절함이 재앙이 될 확률이.’(p.103)

좀비 바이이러스가 퍼진 우주선에서,
좀비가 된 연인을 끝내 지키려는 두사람의 이야기.

‘고마운 것들에 집중하자. 아빠는 세상이 이렇게 변해도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일 감사해’(p.158)

멸망 이후 대부분이 죽거나 떠난 지구에서
좀비가 된 가족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영원히, 지금처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p.290)

인류가 절멸하고 좀비와 동식물만 남은 지구에서,
감염되었으나 서로를 기억하는 좀비가 된 두 부부의 이야기.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좋아서 인덱스를 잔뜩 붙이며 읽다가,
끝내 지키려는 마음과 함께 하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마음과 서로를 기억하려는 마음,
이 것이 사랑이 아니면 뭐가 사랑일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SF소설에서 뭉클한 감정을 마주하게 되고
늘 사람의 마음이 담긴 작가의 소설을
안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천선란 지음
허블 펴냄

읽었어요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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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hyo

"늘...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강제로 와 있는 기분이야. 세상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 같은, 유령처럼. 거기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p.71)

이 책에는 얼굴이 흐릿한 포커스아웃 보이 정진과
세상과 싱크가 맞지 않는 싱크아웃 걸 유리가 등장한다.
그 둘이 나를 알아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어땠을까?
책을 읽다 보면 불행인 경우도, 다행인 경우도 있지만
나는 그냥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특히 유리를 도우려다 큰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진이가 유리에게 했던
'그래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인정해보려고 해. 나 자신을 속이지 않고 못난 나와도 잘 지내보려고 해. 부끄럽다고 회피하고 도망치지 않을 거야'
이 문장을 보고는 다행이다...진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진이에게 따뜻한 아빠와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꼭 훌륭한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너로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고, 그러니까 우선은 너 자신하고 잘 지내도록 노력해보라고'
이런 말을 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진이가 덜 외롭고 덜 상처받지 않고
자라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안심이 됐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복잡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산다는 건 조금 더 큰 이상을 향해 나아가야하고,
불편한 감정들은 얼른 떨쳐내며 사는 것이라고 배워왔지만,
무엇보다 매순간 나 자신과 잘 지내고 내 감정에 충실하게 사는것도
괜찮은 삶이라는 것을 다시 마음에 담고 살아야겠다.

청소년소설이지만 어른들에게 큰 울림을 줄 좋은 책이다!

포커스아웃 보이

정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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