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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의 표지 이미지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윌리엄 해즐릿 지음
아티초크 펴냄

읽었어요
윌리엄 해즐릿의 세 번째 에세이집이다.
직설적인 그의 문장들은 '이거 맞잖아. 아니야?' 하며 읽는 이들을 찌른다.
그의 강렬한 신념은 언제 접해도 짜릿하다.

📖
P. 36
한마디로, 진부한 비평가는 학문적 깊이는 없지만 교양있는 척하며 대화 속에서 학자의 권위를 흉내낸다.

P. 39
셰프츠베리 경은 어느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온화해 보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실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고. 그래서 자기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일에는 짜증을 내지 않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는 굳이 화를 내지 않으니, 마치 인간적인 친절함으로 가득찬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P. 55
만약 전능한 존재가 자신을 지켜보며 판단한다고 믿으면서도, 그 믿음이 실제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결국 자신이 누구이며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를 속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결점은 외면한 채, 자신이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믿으려 한다. 마치 자기가 자신의 결점을 무시하면 하나님도 그것을 보지 않으리라 기대하듯이.

P. 68
한 사람의 얼굴은 오랜 세월이 만든 결과물이며, 그의 삶 전체가 표정에 새겨져 있다. 아니, 그것은 자연이 직접 찍어낸 흔적이며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P. 85
너무 가까우면 고유한 특징들이 흐려지고, 판단력은 이익과 편견에 가려진다.

P. 104
가난은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 손끝의 감각은 날카로워지고, 귀는 작은 소리에도 반응한다. 하지만 그 모든 감각이 아무것도 찾지 못했을 때 남는 것은 오직 허탈감뿐이다. 그리고 이 허탈감은 다시 한번 현실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P. 129
가난은 선택일 때 존엄이 되고, 신념일 때 권위가 된다.

P. 136
줄타기에는 그럴 여지가 없다. 즉 논리로 추락을 부정할 수 없고, 말로 균형을 되찾을 수 없다. 오직 정확한 동작만이 줄 위에 설 수 있게 한다. 기계적 기술은 결과를 요구하지만, 지적 노력은 끝없는 논쟁과 의견 뒤에 숨어 버릴 수 있다.

P. 159
누군가에 대한 진정한 존경은 피할 수 없는 증거 위에 세워질 때만 견고하고 오래 지속된다.

P. 161
어떤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에 올랐다고 해서 그가 반드시 위대한 인물이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자기 방식대로 훌륭할 수는 있지만, 그것뿐이다. 그가 위대한 지성의 흔적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의 정신의 원천을 따라가며 공감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단지 기술이나 비밀스러운 솜씨에 불과하다.

P. 178
청춘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다. 영원할 것처럼 사랑하고, 영원할 것처럼 꿈꾼다. 이 믿음은 현실을 초월한 감각이며, 삶의 가장 순수한 불꽃이다. 그리고 그 불꽃은 내면의 태양처럼,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살아 있게 한다.

P. 197
고통은 우리를 변화시키지만, 그 변화는 고통이 지속되는 동안만 유효하다. 병이 낫는 순간, 우리는 그 모든 결심과 통찰을 잊는다. 마치 그것들이 꿈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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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방아를 찧을 때 큰 부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엉덩이처럼, 인생에도 시련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엉덩이 같은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비록 작더라도, 일상 속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건네준다.

모두가 찾는 희귀한 네잎클로버가 아니라, 흔하디흔한 세잎클로버를 보고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가치관. 바로 그 마음을 이 책을 통해 배운 것 같다.

📖
P. 118
청춘은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아이 같아요.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도를 누른 후, 아이는 남은 87개의 건반 중에 무엇을 눌러야 할지 몰라 겁에 질려요. 너무 많은 건반, 너무 많은 검은 색과 하얀 색, 너무 많은 화음, 너무 많은 가능성. 보면대에 놓인 악보는 사실 하나도 읽을 수 없는데,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 모른 채 손가락에 힘을 주지도 풀지도 못하고 울먹이는 것이 바로 청춘의 얼굴. 안 쓰러워서 사랑스러운, 그저 처음 피아노 앞에 앉았을 뿐인 우리.

P. 121
살아남는 건 우리의 찬란한 재능. 마르지 말자. 바스러지 지 말자. 이 긴 밤, 이 긴 인생, 너와 나의 조촐한 약속.

P. 207
Game Over의 뜻이 뭔지 알아?
뭐래. 새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서귤 지음
arte(아르테)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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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와 직관의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양계농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빗대어 풀어낸 작품이다. 특정 학문에만 지나치게 기울어진 한국 교육 현실을 떠올리면,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꽤나 촌철살인처럼 다가온다. 편협한 사고와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제는 더 다양한 도구와 관점을 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
P. 129
지식적인 도구들을 익히는 데 무한한 시간을 들일 수 없음에, 우리는 주로 청소년기나 청년기를 거치면서 평생을 살아갈 교육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교육이 우리의 세상을 보는 눈을 재한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지식적 도구들을 나누어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학문 발달도 정치의 역사 흐름을 따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학문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한 도구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학문 안에서는 주로 정해진 도구로 진리를 탐구하게 됩니다. 그런 시간이 오래 지속되면, 특정 학문 내의 사람들은 진리를 부분적으로 보게 됩니다.

두 도구 이야기

김동환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읽었어요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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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터무니없다며 비웃음받았지만, 시간이 지나 결국 진실로 밝혀진 주장들을 따라가다 보니 상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지식 역시 누군가의 집요한 의심과 용기에서 출발했음을 이 책은 차분히 보여준다.

인상 깊었던 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끝까지 질문을 놓지 않았던 태도였다. 다수의 반대와 조롱 속에서도 자신의 관찰과 논리를 믿었던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과학사를 넘어, 일상에서 스스로의 생각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까지 확장된다.

황당함과 통찰의 경계는 생각보다 가깝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쉽게 단정 짓던 나의 시선부터 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이상해 보일지라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 세상은 조금씩 다른 답을 내어준다는 걸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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