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탐정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탐정

@lucky_

+ 팔로우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소설집 의 표지 이미지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친절한 복희씨 - 그리움을 위하여.

( 잃어버린 순수함을 향한 질투와 깨달음)

그리움을 위하여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그리움의 대상이 정말 ‘누군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속 언니와 사촌동생의 관계는 단순한 가족애나 추억의 회상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두 거울처럼 느껴졌다.

언니는 사촌동생을 늘 자신보다 아래에 두고 바라본다. 세상을 아직 모르는, 어린 사람으로...
하지만 동생의 그 순수함 속에는 언니가 이미 잃어버린 무언가가 있었다. 언니는 그것이 불편하다.
처음엔 동생을 가볍게 여기며 거리두기를 하지만,
점점 그 불편함의 정체가 질투라는 걸 깨닫는다.

그 질투는 타인을 향한 것이 아니다.
한때 자신 안에 있었던 순수함과 진심, 그 감정의 온도에 대한 질투다.
그리움은 결국 동생을 향한 마음이 아니라,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는 ‘나 자신을 향한 그리움’ 으로 바뀐다.

이 작품은 결국, 타인 속에서 나의 결핍을 알아차리는 이야기다. 질투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그리움을 통해 잃어버린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는 여정이다.

읽고 나면 마음 한쪽이 조용히 일렁인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은, 어쩌면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친절한 복희씨 – 마흔아홉 살.

(진심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마흔아홉 살. 은 평범한 공동체 속에서 일어나는 익숙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회장 일을 맡은 한 여자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불평 한마디 없이 맡은 일을 해낸다.
그녀는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자기 역할을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칭찬하지 않는다. 오히려 “괜히 열심히 한다”,
“잘 보이려는 거다”라며 입방아를 찧는다.

나는 그 장면이 참 역겨웠다.
누군가가 순수한 마음으로 헌신할 때,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다른 의도’를 덧씌워버리는 사람들의 태도.
그건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
자기 안의 무기력과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공격처럼 보였다. 그들은 진심을 보는 게 불편한 사람들이다. 왜냐면 진심이란,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꾸밈없는 책임감은 그들의 나태함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그 거울을 깨뜨리듯 헐뜯는 것으로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그 속에서도 주인공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스스로의 이유로 일하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 모습이 오히려 더 빛난다.
결국 이 이야기의 중심은 ‘칭찬받지 못한 선함’이 아니라, 타인의 평가를 넘어 자기 기준으로 살아가는 품격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착한 사람’이 아니라 ‘강한 사람’을 보았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
그녀의 존재가 오래 남았다.

두 이야기는 다르게 보이지만, 결국 같은 곳을 향한다. 순수와 진심은 언제나 불편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불편함을 견디는 사람만이,
끝내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것.

나는 이 두 이야기를 통해 다시 생각했다.
세상은 여전히 진심을 오해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 진심을 지켜야 한다고.
누군가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해야 하고,
누군가는 사라진 순수함을 그리워해야 한다고.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 덜 거칠게 만든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0

책탐정님의 다른 게시물

책탐정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탐정

@lucky_

완벽하게 서 있는 것만이 강함이라고 믿어온 시간이 있었다.
흠이 나면 안 되고, 감정이 새어 나오면 안 되고, 무엇보다 ‘약해 보이면 안 된다’는 마음이 오랫동안 나를 지탱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신념이 아주 조용히 흔들렸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는 니체의 말과 사상을 현대적 언어로 다시 엮은 편집본이다.
니체의 원전처럼 날카로운 철학적 문장 대신, 일상 속에서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책은 아니다.
오히려 더 깊고, 더 개인적인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다.

책은 ‘틈’을 약점으로 보지 않는다.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 숨겨왔던 균열, 버티는 과정에서 생겨난 상처들, 마음 어딘가에 굳은살처럼 자리한 감정들.
그 모든 틈이 새로운 빛이 들어오는 자리라고 말한다.
이 문장이 나를 오래 붙잡았다.

삶에서 마주한 흔들림은 실패가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고,
부서진 마음을 감추기보다 들여다보는 순간부터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한다.
니체의 ‘극복’이라는 사상을 이렇게 조용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문장은 흔치 않다.

책을 덮고 나니, 내 삶의 금이 어디에 있는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동안 애써 붙잡고 있던 것들, 설명하지 못해 혼자 삼켜버린 마음들,
조용히 흘러간 상처들이 하나둘 생각났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틈들이 부끄럽지 않게 느껴졌다.

오히려 그 틈 덕분에 내가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 틈을 통해 언젠가 빛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빛은 흠 없는 표면으로는 스며들지 않는다.
삶의 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그 단순한 진리를 작고 단단하게 전해준 책이었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페이지2(page2) 펴냄

1일 전
0
책탐정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탐정

@lucky_

  • 책탐정님의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게시물 이미지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페이지2(page2) 펴냄

읽었어요
4개월 전
0
책탐정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탐정

@lucky_

  • 책탐정님의 자본주의 게시물 이미지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지음
가나출판사 펴냄

읽었어요
4개월 전
0

책탐정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