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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 브로콜리너마저 덕원의 가사, 노래, 글을 짓는 마음가짐

윤덕원 지음
세미콜론 펴냄

읽었어요
책 제목부터 묘하게 끌린다. 열심히 대충. 말만 들으면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읽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조용하고, 또 훨씬 깊다. 무엇보다 ‘대충’이라는 단어가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온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게으름을 합리화하는 글이 아니라, 멈춰 있던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다.

너무 잘하고 싶어서 손도 대지 못했던 것들, 조금만 더 준비되면 시작하려고 계속 미뤄두던 일들.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내 모습이 겹쳐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작은 문장, 사소한 장면, 오래 묵은 고민들이 모여 어떤 사람의 20년을 만들고, 어떤 노래를 만들고, 결국 어떤 삶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카세트테이프부터 PC,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도구로 기록해온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누구나 지나치는 ‘작은 순간들’을 그는 노래로, 글로, 기록으로 바꿔냈다. 그래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읽고 나면 이상하게 ‘나도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긴다.

노래보다 더 조용하지만, 노래만큼 오래 남는 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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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정님의 기타를 작게 치면서 게시물 이미지
가사 뒤에 숨어 있던 삶의 온도, 말하려다 삼킨 울분, 사랑과 수치심이 동시에 껴안겨 있던 순간들이 종이 위에서 차분하게 펼쳐진다. 노래로 들을 때보다 더 가까운 자리에서, 이랑이 실제로 어떤 마음으로 그 문장들을 건져 올렸을지 상상하게 되었다.

책에는 총 37곡의 가사와 그 뒤편에서 쌓여온 기록들이 담겨 있다. 소외, 분노, 사랑, 두려움, 연대 이 모든 감정이 흩어지지 않고 한 사람의 생을 조밀하게 엮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어떤 감정도 낱개로 흘려보내지 않고,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품어내려 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가사와 글을 번갈아 읽다 보면 그동안 노래로만 들었던 문장들이 전혀 새로운 얼굴로 다가온다. 멜로디 없이 적힌 가사는 훨씬 더 날것 같고, 그래서 더 강하고, 그래서 이상하게 더 다정하다. 실제 노트에서 가져온 낙서와 메모들을 볼 때마다 “아, 이 사람은 이렇게 기록하면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면 누군가의 일기와 편지, 혹은 그 사람의 역사를 통째로 빌려 읽은 듯한 충만함이 조용히 밀려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랑의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타를 작게 치면서

이랑 지음
아침달 펴냄

읽었어요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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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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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정님의 꿈 전달 게시물 이미지
일상의 틈새로 스며드는 서늘한 공기
이 책은 제목부터 풍기는 묘하게 서늘한 기운처럼, “괴이”가 아니라 “불안”을 이야기하는 호러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소름 끼치는 장면을 쌓아 올리는 작품이 아니라, 인간 내면 깊숙이 있는 어둠과 균열을 조용히 건드리는 이야기들이다.

바닷가 마을, 오랜 가옥, 지방 도시, 수족관 등 닫힌 공간과 한정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고, 그곳에 스며든 ‘이상한 기운’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규모가 크지도, 특별히 극적이지도 않은 사건들이지만, 일상의 틈새에서 아주 미세하게 벌어지는 균열은 오히려 더 깊게 파고드는 공포를 만든다. 물비린내, 눅눅한 공기, 빛의 결 같은 감각적 디테일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욱 서늘하게 끌어올린다.

1. 꿈 전달
절필한 작가에게 꿈을 통해 알 수 없는 존재가 스며드는 이야기.
꿈의 내용이 점점 현실과 닮아가기 시작하면서, 편집자는 작가가 왜 글을 멈췄는지 그 이유를 엿보게 된다. 창작자의 번아웃과 불가해한 침투가 기묘하게 겹쳐진다.

2. 수족
지방 수족관에서 물과 육지의 경계가 흐려지는 이야기.
평온해 보이던 수족관에서 사소한 이상 현상이 이어지고, 직원들은 ‘어디서부터가 물속인지’ 알 수 없다는 기묘한 감각에 서서히 잠식된다.

3. 에어 플랜트
뿌리내리지 못한 사람들의 고립 속에 변화가 스며든다.
에어 플랜트를 키우던 주인공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점점 ‘어딘가 떠 있는 모습’과 닮아가는 순간들을 목격하며 불안을 느낀다.

4. 침하교를 건너자
어린 시절의 죄와 현재의 비극이 물에 잠기는 다리에서 교차한다.
매년 물속으로 가라앉는 다리를 다시 찾아간 주인공은 오래전 자신이 숨겼던 기억과 마주하게 되고, 그 기억은 현재의 사건과 섬뜩한 방식으로 맞닿는다.

5. 사랑은 구분할 수 없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집착의 위험성.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이 상대를 얼마나 옥죄고 있었는지 주인공은 늦게야 눈치채고, 이미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지점으로 흘러간다.

6. 난태생
탄생과 모성이 뒤틀린 공포와 맞닿는다.
출산을 앞둔 인물은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변화와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에 사로잡혀, 생명 탄생이 어째서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다.

7. 호족
닫힌 가문이 지닌 오래된 집의 비밀.
오랜 전통을 지닌 집안에 시집온 주인공은 공간 곳곳에 스며든 기묘한 기운과 가문의 금기들을 마주하며 점점 압박감을 느낀다.

8. 보내는 순례자
떠나는 이와 남는 이의 감정적 파문.
오랫동안 마음을 붙들어온 사람이 떠나기로 결심하자, 남은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서 묻어두었던 감정이 이상한 형태로 표면을 드러낸다.

9. 끝없는 세상의 끝
끝나지 않는 일상이 불안의 반복으로 뒤틀린다.
늘 반복되던 하루가 어느 날부터인가 미묘하게 어긋나며, 주인공은 ‘이 하루가 정말 끝나는 게 맞는가’라는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다.

10. 보름달이 뜬 마을
보름달 아래 익숙한 마을이 낯설게 변한다.
달빛이 비칠 때마다 마을 사람들의 행동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주인공은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조금씩 뒤틀리고 있음을 체감한다.

11. 어머니의 자화상
어머니의 기억과 초상화가 현실을 어둡게 물들인다.
오래된 초상화를 마주한 후, 주인공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현실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기묘한 경험을 한다.

솔직히 말하면, 몇 편은 마지막 장을 넘긴 후에도 “어… 이게 끝?”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아쉬움이 오히려 여운으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책은 “와 무서워!”보다는 서늘한 감정이 오래 남는 타입의 소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잔잔한 심리 호러를 좋아해서 만족스러웠지만, 자극적이거나 명확한 사건 중심의 호러를 기대한다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다.

차갑고 서늘한 공기를 가득 품은 이 단편집은 호러를 좋아하는 분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꿈 전달

우사미 마코토 지음
블루홀식스(블루홀6)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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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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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독리뷰
밀리는 남편 엔조와 두 아이와 함께 롱아일랜드의 단독 주택으로 이사하며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이사 온 순간부터 이웃들은 어딘가 수상하다. 옆집 여자는 남편에게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고, 앞집 여자는 하루 종일 창가에 서서 밀리네 집을 지켜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게다가 매일 새벽마다 들려오는 정체 모를 소리는 밀리의 불안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결국 참다못한 밀리는 옆집 여자에게 따지기 위해 방문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것은 목이 베인 시체. 또다시 살인 사건에 휘말린 밀리.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과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런데… 솔직히 말해 이제는 패턴이 너무 보인다.
1편은 정말 탄탄하고 흡입력도 뛰어나서 단숨에 읽었고, 2편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3편은 확실히 힘이 빠진 느낌. 긴장감도 줄었고, 새로운 전개나 캐릭터의 변화도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4편이 나온다고 해도 굳이 계속 읽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시리즈 특유의 신선함이 희미해져 아쉬웠다.

그리고… 엔조.
도대체 왜 그렇게 비밀이 많은 건데? 왜 말을 안 하는데??
그 태도 때문에 밀리가 의심할 수밖에 없지!
읽는 내내 답답해서 엔조한테 딱밤 한 대 진짜 시원하게 날리고 싶었다!!

하우스메이드 3

프리다 맥파든 지음
북플라자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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