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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강신재 외 4명 지음
(주)하서 펴냄

「한계령」

15P
● ‘육친의 철저한 보호 속에 갇혀 있다가 굶주림과 탐욕의 애증이 엇갈리는 세계로의 나아감, 자아의 뾰족한 새잎이 만나게 되는 혼돈의 세상’ 성인의 세상이 얼마나 잔혹한지 보여주는 작가의 무시무시한 표현.

27P
● 공동묘지에서 아버지의 묘를 바로 찾아내는 큰오빠의 모습은 그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보여준다

45P
● ‘열심히 뛰다보니 자신이 그려 놓은 신화에 발이 묶여...’ 삶의 동력을 이끌어 주는 목표를 달성하자 공허함에 번아웃이 걸린 큰오빠의 허망한 모습을 보여주는 표현 이다.

52P
● ‘넘어지고 넘어지고 많이도 넘어져 가며 그 애는 미나 박이 되었다.’ 삶은 한계령같이 고달픈 언덕 같다. 우리들 역시 넘어지고 떠 넘어져 가며 언덕을 오르는, 또 하나의 미나 박이다.

「치숙」

72P
● 책 초반부엔 처음엔 숙부의 식충으로서 면모를 드러내지만, 점점 일본을 찬양하고 내선일체를 자신의 신념으로 삼는 화자의 어리석음에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된다.

90P
● 하지만 채만식은 사회주의에도 비판한 ‘동반자작가’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화자의 숙부는 아내를 버리고 불륜을 저지른 사람이다. 그는 가정 유지를 위해 어떤 노력만 하지 않고 사회주의라는 모순된 사상에 몸과 마음까지 망가뜨린 기생충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느티나무」

102P
● 저자는 ‘보랏빛 공기’라는 표현을 통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애틋한 사랑을 아름답지만 동시에 기묘한 보라색이라는 색상으로 나타냈다.

130P
● 하지만 젊은 느티나무에서 이복남매의 애틋한 재회는 약간이나마 그들의 미래에 희망을 더한다.

「까마귀」

148P
● 죽음을 앞둔 처녀와 가난하지만 살아있는 작가가 받아들이는 까마귀 의미 차이가 인상 깊다. 어쨌거나 삶과 죽음은 명확히 구분된다.

151P
● 죽음을 앞둔 여인을 사랑하는 가난한 문인 주인공의 정서를 표현할 때 타 문학작품의 구절을 인용하는 것이 인상깊다.

「발가락이 닮았다」
●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낭비벽까지 있던 책의 등장인물 M은 생식 기능을 잃게 된다.

● 하지만 중매의 덕으로 결혼은 어찌하게 되지만 그의 타고난 인성은 자제하지 못했다. 그는 가정 폭력을 일삼으며 후의 자신의 파멸을 일으킨다.

● 그 후 그의 아내는 자식을 보게 되지만, M은 저질러온 업보 때문에 생식 기능을 잃은 자신의 아이가 아닐 거로 생각하며 의심의 늪에 빠진다. 정확한 확인을 위한 생식 검사를 받으러 가지조차 않는다.

181P
자기가 스스로 만든 재앙이라는 자작지얼(自作地孼) 이란 한자성어는 M의 인생을 단 네 글자로 함축해서 표현한다.

187P
● 그렇게 M의 업보 빔에 꼬셔하던 중 이 소설이 염상섭을 겨냥한 소설이었다는 해설을 읽고 놀랐다. 염상섭이 고자 난봉꾼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긴 하는데.

● 알고 보니 염상섭이 「표본실의 청개구리」로 발가락이 닮았다의 저자 김동인을 선 디스한 전적이 있었다. 청개구리 속 등장인물 미치광이 김창억은 김동인을 모델로 한 인물이었고 그를 알게 된 김동인이 이 소설로 염상섭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 서슬 퍼런 일제 강점기 시기에서도 소설로 디스하는 문인들의 대담함이란. 그래도 나중에 화해했다고 하니 다행이다만, 염상섭은 어떤 이유로 먼저 선 디스를 걸었을까?

# 다음은 책을 통해 알게 된 단어들을 정리한 목록이다

27P 낙루(落淚) : 눈물을 흘림
30P 명멸(明滅) ”: 불이 켜졌다 꺼졌다
98P 기실(其實) : 그 실상은
101P 음전하다 : 언행이 의젓하고 점잖다
117P 비끄러매다 : 서로 떨어지지 안헤 붙잡아 매다
135P 등피(鐙皮) 바람을 막고 불빛을 밝게학위해 남포등에 씌우는 유ㅜ리로 된 물건
이울다 : 꽃이나 잎이 시들다
설멍하다 : 옷이 몸에 어울리지 않게 좀 짧은 듯 ㅎ다
136P 상노(床奴) 잔심부름 어린아이
137P 낙관(落款) 글씨나 그림을 완성하고 아호나 이름을 써 완성
기명절지(器皿折枝) : 여러 가지 꽃이나 그릇 과일 섞은 그림
삭정이 : 말라 죽은 가지
139 어름어름 : 우물우물 거리는 모양
143P 장정(裝幀) : 책 모양새 전반 의장
예모(禮貌) 예절에 맞는 태도
165P 채근(採根) : 어떤 일을 ᄄᆞ지어 독촉
167P 집어세다 : 주체 없이 마구 먹다
168P 고해(苦海) 괴로움이 많은 속세를 바다에 비유
기보(旣報) : 이미 알림, 알린 보고
178 사실(私室) : 개인의 방
182 일루(一縷) : 몹시 미약하여 겨우 유지되는 정도의 상태
184 붙안다 : 두 팔로 부둥켜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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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O님의 확률적 사고의 힘 - 주식 투자부터 기업 경영까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승자의 철학 게시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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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요 메시지

● 책의 초반부 추천사에 나오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경험’은 이 책을 수도 없이 관통할 메시지임을 암시한다.

● 저자는 이원론의 유혹에 빠져들 것을 강조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이원론의 유혹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어쩌면 이원론적 사고라는 DNA를 우리가 억지로 거부하는 것은 아닐지.

경제서로서의 특징

● 저자는 미국의 전설적 재무부 장관 로버트 루빈도 투자에 실패했지만,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역설한다. 책에 언급되는 로버트 루빈이 회의에서 나오는 질문은 삶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갈 때 새겨볼 만한 것 같다. 로버트 루빈이 사용한 질문 목록은 다음과 같다.

“내가 예측하는 거 외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혹시 내 인식이나 예측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만약 잘못되었ㄷ다면 어떤 손실이 발생하는가?”

● 54p 나이트의 불확실성 : 확률을 측정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리스크’ 확률조차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 ‘협의의 불확실성’이라 정의한 경제학자의 이론을 미미하게나마 배워간다.

역사서로서 특징

●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인간에게만 허락된 특권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 특권을 유용하게 행사하지 않는 것 같다라 말하는 저자의 비관은 책이 집필된지 3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다.

● “세계는 각각 독립된 존재로서 단위인 단자로 이루어지며 독립된 단자가 서로 일치해 세계의 질서를 이루는 것은 신에 의해 전체적 조화 덕분.”이라 말한 신 찬미적 견해가 수학자로만 알았던 라이프니츠로부터 나온 사실이 새롭다.

● 45p 우연으로부터 발생한 진 말기 진승·오광의 난은 나라를 멸망시키고 대륙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나라가 정한 공사 기간을 맞추지 못해 사형을 피하려고 진나라 관리들이 인솔하던 인부들을 죽이지 않으려 했다면 진승과 오광은 건설 현장에서 노역으로 죽었을지도 모를 일.

● 노부나가 맹장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누구보다 패배의 리스크를 줄이길 원해 농성과 공성전을 애용했다는 사실도 그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끔 한다. 앞서 언급한 전략에 강점이 있을 거라 인상이 강한 히데요시는 노부나가의 유지를 잘 이어 일본 열도를 통일했고.

● 하지만 그 둘은 독선에 사로잡혀 각각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비참한 벼랑으로 이끌었다. 불확실성은 누구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일본의 명사들도 보여준다. 특히 노부나가는 자신을 절대시하고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을 배척해 혼노지의 변이란 뜻밖의 일에 대처하지 못했다.

● 그리고 유방은 실패 횟수로만 따지면 라이벌 항우보다 몇 배는 더 많을 것이다. 심지어 항우한테 쫓길 당시 자신의 가족까지 버릴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는 살아 남았고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구축한 장대한 리스크 관리 구조 차후 여러 사태에 대비할 수 있었고 고대 중국을 통일했다.

● 112p 저자는 미국에선 다양한 생각이 받아들여지기에 실패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이겨내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 1위 국가 국민들은 트럼프를 다시 뽑은 것을 보면 저자의 견해에 의문이 가면서도 최근 트럼프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한 것을 보면 살짝 다르게 생각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트럼프가 다만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연설만은 하지 않길.

과학서로서 특징

● 182p ‘라플라스의 악마’ 소개 : 모든 정보를 알고 무한한 계산한 능력을 지녀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존재

● 189p 양자역학의 근본적 원리 :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빛의 존재와 성격은 이 세상의 근원적 원리를 함축한 것이 아닐까.

● 205p 가장 강했던 생물인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 : 공룡의 멸종을 사례로 들며 생명이 살아남은 건 단순히 강함이 아닌 다양성에 있었다고 말하는 메시지의 울림을 강하게 했다.

성공서로서 특징

● 책의 5부는 세부적인 내용은 약간씩 다를지라도 그 기저엔 거대한 메시지가 있다. 이 점이 성공학으로서 책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해서 의심하고 변화하라.”

● 다음은 이를 덧붙이기 위한 저자의 세부적인 강조 내용의 목록이다.

“불확실성의 성질과 효과를 늘 인식하고 일시적인 행운과 불운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올바른 판단을 축적하는 노력을 해라”

“같은 결론이라도 다른 각도의 검토를 거친 결론과 아닌 결론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

229p “성공의 싹은 시행착오로부터 나온다.”

232p “성공은 돌이켜 볼 줄 알아야 한다. 연전연승으로 성공할 때 의심이 필요하다.”

242p “실패를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실패에 들어있는 교훈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실패를 피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크고 치명적인 실패가 될 수 있다.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투자가 될 수 있다.”

269p “단 한 번의 예측이 운으로 들어맞아도 거기에 취해선 안 된다. 예측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

● 256p에 나오는 주식 상장에만 몰두한 경영자가 기업을 어떻게 파멸시킨 일화는 남극에서 펭귄고기까지 탐내는 모 외식 경영자가 떠오르게 한다. 상장에만 취한 경영자의 기업은 그를 위한 관리 체제만 기능하며 장기적 관점 잊어버릴 수도 있다는 내용은, “나여!”를 절로 외치게 한다.

감상을 마무리하며

● 책의 겉표지만 봤을 때 경제서의 성격에 치중되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역사, 경제 이론, 과학 성공학까지 넘나드는 다채로움은 독서를 흥미롭게 했다.

● 하지만 책 내용 자체는 괜찮은데 제목이랑 매칭이 딱 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책 제목의 “확률적 사고”보단 “실패에서 배울 줄 알아야 한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개선하라.“는 메시지가 더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 또, 솔직히 책의 주요 메시지를 요약한 에필로그만 읽어도 이를 이해해서 얘기할 수 있으면 당당히 책을 읽었다 해도 무방할 듯싶다.

확률적 사고의 힘 - 주식 투자부터 기업 경영까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승자의 철학

다부치 나오야 (지은이), 황선종 (옮긴이) 지음
에프엔미디어 펴냄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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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에서 저자에 역사의 기능에 관한 견해가 흥미롭다. 그는 “역사는 인류의 한 경험과 폭넓은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현실에 의문을 품고 도전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되면서도 역사의 기능은 그보다 더 많지 않냐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 고전을 통해 역사를 바라볼 때 옛사람들이 쓴 것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읽는 이와 삶의 조건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지만, 가치관 차이로 인한 고뇌는 막기 불가능하지 않을까. 때에 따라선 책과 저자의 배경에서 큰 대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면이 풍요로워지려 독서하다, 의문만 남긴 채 독서가 마무리될 수도 있을 터.

● 기원후 송만 알다가 장자가 살던 시기의 송(宋)이 고대 상나라 연관이 깊고 사상의 유지를 이어받아 주나라에 차별 아닌 차별을 당했다는 것도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 저자의 노자와 장자에 대한 철저한 구분은 이 책에 특별함을 더한다. 저자에 따르면, 노자는 불연속적 세계관을 지니며 자연의 도리를 인간에 적용하려 하는, 일종의 속물로서도 바라본다. 그에 반해 장자는 연속된 세계관을 지녀 완전하고 신비한 원리의 자연에 집중한 인물이다.

● 그리고 노자와 장자를 얘기할 때 대부분 노자가 먼저 언급되기에 노자가 앞서 태어난 인물로 여겨지지만 둘의 사상이 담긴 책의 서술 기법 차이로 역사를 구분지어 장자가 노자보다 윗 세대임을 드러내는 과정도 흥미롭다.

장자의 주요 사상

1. 하나의 잣대로 판단하지 말 것

장자 왈
“ 작은 앎은 큰 앎에 미치지 못하고, 짧은 목숨은 긴 목숨에 미치지 못한다.”
“앎에도 귀머거리 장님이 있다오,”
“못생긴 나무라도 황량한 벌판에선 역할을 할지니.”

● 장자는 토머스 쿤이 주장한 ‘현대의 과학과 과거의 과학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에 불가하다’라는 ‘공약 불가능성’의 선구자다. 위의 주요 어구처럼 장자는 하나의 기준으로 다른 것을 함부로 덧대지 말라는 가치관을 지녔다. 다른 잣대에는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라 사상이 수천 년의 명을 이어 서양까지 건너갈 수 있었던 지구의 생존에 박수를.

2. 끊임없이 쫓기는 현대인의 정신에 경종을.

장자 왈
“외부 사물에 자극받는 정신은 끊임없이 소모되고 상처를 앓는다
”정신을 끊임없이 외부에 마찰시킨다“
※ 이 장자 왈은 저자의 변형을 인용했다.

● 현대 사회의 끊임없는 변화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은 전의 시대보다 많고 새로운 자극에 노출된다. 특히 전해져온 전통놀이 정신을 너무나도 잘 수행하는 대한민국의 변화 폭은 끝없이 널뛰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 타격은 더욱 클 것이다. 글을 쓰는 와중에도 나를 괴롭히는 두통은 정신의 소모를 드러내는 하나의 증거가 아닐까.

어려운 장자. 차라리 즐긴다면?

● 책 막바지 옮긴이의 말대로 책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어려워진다. ‘장자의 저것 이것 비유’ ‘만물이 하나 되었다는 데 갑자기 세 가지를 구분하는 행태’ 등 궤변의 향연은 독자를 혼동케 하고 책을 십여 년 만에 다시 읽은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 이는 장자를 읽을 때 어떻게든 파헤치려는 목적에 몰두하다 방황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 하지만 완전히 어ᄄᅠᇂ게든 읽어내려 하기보다 장자를 즐기고자 한다면 장자의 넓은 품은 독자를 안겨줄 수 있지 않을까. 속세에 대해 시선을 돌리고 자연에만 몰두하는 장자의 허무맹랑함 때문에 학을 뗄 수도 있겠지만

장자를 읽다

양자오 지음
유유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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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on__lee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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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일리아스와 소포클레스 비극에서 접한 스토리들을 짧게나마 재회할 수 있어 반가웠다.

● 그리고 죽임과 죽음, 돌격과 후퇴가 반복되던 일리아스와 달리 오딧세이아의 스토리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 읽는 데 더 흥미로웠다.

●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부하들을 죽인 키클롭스에게 빠져나가며 그에게 티배깅을 하다 외눈박이 아들의 호소를 들은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아 고향으로의 복귀가 몇 년 더 미뤄지고 험난해진다.

● 분명 부하들이 말린 행동을 해버려 고생을 자처한 오디세우스의 어리석은 면모를 드러낸다. 하지만 외눈박이 괴물에게 억울하게 동포들이 잡아먹힌 걸 봐온 오디세우스가 이성이 나가는 데 정당함이 더 있지 않은가. 그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처사다. 가혹함을 신이란 이유로 어떻게든 정당화하는 것이 올림포스의 신들이지만.

● 아이올리아 섬을 떠날 때 아이올로스 왕이 당부한 금기를 어기며 자루를 열어 고향으로부터 다시 멀어진 오디세우스 일행의 모습은 또 다른 금기를 어긴 설화인 판도라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한다. 자루를 여는 금기를 말렸을 오디세우스는 당시 자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책임은 없는 차이가 있지만,

● ‘최악과 차악 중 양자택일’을 표현하는 바다의 괴물들 스퀼라와 카륍디스 관용구를 새롭게 발견했다.

● 오디세우스의 부하 선원들은 헬리오스의 소를 먹는 금기를 저질러 고향으로 귀향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오디세우스는 신에게 계시를 들었기에 부하들을 나무라지만 에우륄로코스가 대표로 한 이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항변하며 왜 먹을 수밖에 없었는지, 차라리 죽음이 나을 것이라고 까지 말한다.

● 금기를 어겼지만 에우튈로코스의 호소에 더 마음이 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인들의 잘못도 있었지만 십여 년간 고향 땅을 밟지 못했기에 진작에 정신이 나가도 이상하지 않았을까. 오디세우스의 신과 같은 의지력도 칭송할 가치가 있지만, 어쨌거나 오랜 시간을 허비했던 주인공 보정을 받지 못한 그들에게도 위로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 오디세우스에게 선의를 베푼 파이에카스 시민들은 오디세우스를 도왔다는 이유로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는다. 결국에 그들은 본래의 쇄국 정책을 강화하고 미래에 올 수 있는 표류자들에 대한 도움도 주지 않기로 한다. 포세이돈에 대한 섬김을 소홀히 하지 않은 파이에카스인들인데 그들과 미래의 피해자들에게 연대 책임을 지우는 크로노스의 아들들의 옹졸함.

● 책 후반부 구혼자들의 누적된 악행은 오디세우스가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장면을 애태워 기다리게 한다. 마침내 이를 독자로서 맞닥뜨렸을 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학살극에 이런 감정을 느껴서 죄책감이 있지만.

● 오디세우스에게 죽은 구혼자들은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을 보고 자신들의 죽음이 억울하다 호소한다. 하지만 아가멤논에겐 씨도 먹히지 않는다. 외려 오디세우스를 향한 칭송만 있을 뿐이다. 간통한 아내와 그녀의 정부에게 살해당했던 아가멤논은 오디세우스의 행위에 대리만족했거늘.

● 오디세우스가 구혼자 백여 명을 살해한 것이 독자에게 너무 잔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옮긴이는 그 배경에 윤리적 이유를 제시한다. 그는 책 속 구혼자들이 그리스의 윤리인 테미스와 사회적 예절인 크세니아의 파괴를 수도 없이 저질렀고, 저자의 가치관들의 신성함을 보여주고 한 메시지 덕분에 무시무시한 살육을 동원했을 것으로 바라본다.

● 구혼자들은 신들처럼 대가 없는 향락을 추구했지만, 그들은 인간이었고 타인을 업신여기며 테미스와 크세니아를 짓밟아버렸다. 인간의 금기를 저버렸기에 그들은 결국 하데스의 곁으로 가게 된 것이다.

● 옮긴이는 그의 마지막 말에서 본인의 번역을 일리오스와, 그리스 해역, 그리고 이타카에 영혼을 바친 것으로 묘사한다. 그의 번역이 얼마나 고되고 외로웠는지 느끼게 하는 표현이다. 원문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고 읽기 편하게 노력하는 번역가들의 노력에 감사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정확함과 가독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건 아직 인류의 비중이 더 크지 않을까.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아카넷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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