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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인플루엔셜(주) 펴냄

파친코는 소설이지만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 시절의 실제 기록처럼 느껴진다.
책 속의 인물들은 모두 제각각의 자리에 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누군가에게는 잘못한 일이지만 그 또한 삶을 버티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누구 하나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 없었고 모두에게 연민이 생겼다.

그중에서 선자가 16년 만에 노아를 만나고 난 다음 날, 노아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장면이 유독 마음에 남았던 이유는 노아의 죽음에 대해 선자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책에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선자였다면 평생 후회와 죄책감 속에서 괴로워했을 것 같은데, 책은 그녀의 마음을 말하지 않는다.
선자는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아간다.

모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족을 사랑했지만 결국 그들을 그렇게 만든 시대와 환경이 너무 안타깝다.
일제강점기 속 일본으로 이주해 살아야 했던 조선인들, 그리고 그의 후손들.
그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애쓰며 살았지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들은 여전히 이방인이었다.
씁쓸하고만..

그 속에서도 자식의 더 나은 하루를 위해 묵묵히 버텨낸 수많은 이들에게 조용한 존경과 깊은 경의를 보내고 싶다.
역사에 무지했던 내가 참 부끄러워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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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까지 책을 읽을 때는 그가 안쓰럽기만 했다.
그저 묵묵히 삶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너무 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과연 그를 연민의 대상으로 보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스토너는 분명 외로운 삶을 살았지만, 죽는 그날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살았다.
그게 어쩌면 그에게 가장 행복한 삶 아니었을까.

그는 사랑에 서툴렀고, 가족을 외면했다.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던 결혼 생활 속에서 그가 했던 선택들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남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방식이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인생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기 다른 행복과 불행이 있을 뿐이지.
지금 이 순간 주어진 선택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또 어느새 멀리 와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지금처럼.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은이), 김승욱 (옮긴이)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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