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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반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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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해리 오거스트는 ‘칼라차크라’라 불리는 존재로, 죽을 때마다 모든 기억을 가진 채 다시 1919년의 같은 장소에서 다시 태어나는 인물이다. 무한히 반복되는 삶 속에서 그는 역사·종교·과학을 끝없이 탐구하고, 자신과 같은 존재들이 모여 만든 비밀 조직 크로노스 클럽과도 관계를 맺는다. 이들은 역사가 크게 변형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을 금지하는 원칙을 철저히 따른다.

그러나 어느 생의 마지막 순간, 미래에서 온 한 소녀가 나타나 “세계가 멸망하고 있다. 당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기면서 해리의 삶은 급격히 흔들린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과거 어느 지점에서부터 비정상적으로 가속하며 미래가 붕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든 파국의 중심에는 해리의 제자이자 친구였던 빈센트 랜키스가 있다. 그는 칼라차크라의 능력을 극대화해 미래의 지식을 현재로 옮겨 기술혁명을 인위적으로 앞당기고, 궁극적으로 우주의 근원을 이해하는 ‘신적 존재’가 되려 한다. 처음에는 그 야망에 매료되었던 해리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역사의 왜곡, 크로노스 클럽의 붕괴, 수많은 생명의 파멸을 목격하고 결국 빈센트를 막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은 여러 생을 가로지르며 기억과 육체를 무기로 삼는 지적이자 심리적인 전쟁을 벌인다. 결국 해리는 인간에 대한 공감과 책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로 빈센트를 넘어서고, 긴 싸움 끝에 종말의 미래를 막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무한의 삶조차 인간의 한계를 지우지 못하며, 지식이나 불멸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결국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연대와 사랑, 그리고 작은 희망이라는 것을.

📖완독 리뷰
시간 반복 소재는 흔하지만 이 책의 힘은 ‘같은 삶을 무한히 살아가는 개인의 철학적 고독’을 세밀하게 파고든 데 있다. 단순한 환생물이 아니라, 기억이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 자아의 균열, 정체성의 침식 같은 문제를 깊이 있게 그려낸다.

해리는 매 생마다 조금씩 굳어지고, 때로는 마모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인물이다. 작은 친절, 관계, 깨달음 같은 미세한 순간들이 반복 속에서도 빛을 발하며, 작품 전체에 잔잔한 감동을 남긴다.

무엇보다 빈센트와의 대결 파트부터는 속도가 붙어, 몰입하게 된다.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그만큼 밀도 있고, 곱씹을 만한 문장들이 많아 읽는 재미가 크다. (저는 가끔 살짝 흐린 눈을 하면서 넘어간 부분도 있음 😂)

SF 팬뿐 아니라 철학·심리·인간 서사에 끌리는 분이라면 꼭 읽어볼 가치가 있다. 거대한 세계관과 스릴러적 긴장감,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한 작품 안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소설이다.

📚당신의 존재 이유는 뭡니까? 세계가 끝나고 있어요. 
이제는 박사님께 달려 있어요.  어머니가 비명을 질렀나요?
그건 너의 과거야, 해리. 너의 과거라고.  당신이 신입니까,
오거스트 박사님? 당신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생명체입니까? 기억한다고 해서, 당신의 고통이 더 크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이 이 모든 걸 경험했다고 해서, 당신의 삶이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렇다면 잘됐네. 인류를 위해서 얼마든지 전지전능을 도입해도 되겠군!  당신의 존재 이유는 뭐지? 당신은 신인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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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하면서도 매혹적이다. 《편지 가게 글월》로 따뜻한 감성을 보여줬던 백승연 작가가 이번엔 완전히 다른 얼굴로 돌아왔다. 신작 《합리적 가정》은 ‘완벽한 가정’이라는 가장 밝은 환상 뒤에 숨은 욕망과 질투, 집착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심리 치정 스릴러다.

오랫동안 무명 소설가였던 남편을 대신해 가장의 무게를 견뎌온 희진은 남편 호재의 자전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마침내 꿈꾸던 삶을 얻는다. 고급 주택단지로 이사하고 완성된 가정의 행복을 누리던 어느 날, 그 소설의 실존 모델이 바로 옆집 여자 유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모든 균열이 시작된다. 한 울타리를 공유하는 두 가정은 겉보기에는 평온하지만, 그 안쪽에서는 성공·사랑·명예·안정이라는 이름의 욕망이 조용히 스며들며 서로를 흔들어 놓는다.

너무나 익숙한 어른들의 욕망을 보는 듯해 페이지를 넘기는 손에 스스로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네 인물 모두 각자의 결핍을 안고 흔들리며, 그 결핍이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도, 혹은 우리 안에서도 조용히 벌어지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희진이 끝까지 붙들고 있던 ‘완벽한 가정’이라는 꿈은 사실 우리 모두가 마음 어딘가에 숨겨둔 작은 환상일 것이다. 현실은 언제나 모서리가 있고, 사람들 역시 누구나 긁힌 면을 품고 살아가는데도 우리는 자꾸 빛나는 부분만 내보이며 괜찮은 척하려 한다.

불쾌하고 서늘하며, 때로는 측은하게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자극을 위한 스릴러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애써 외면하고 지나쳤던 인간의 본심을 기묘하게 비틀어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야기 자체의 흡인력도 강했지만, 그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쉽게 뒤틀릴 수 있는지를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욕망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잠재된 가장 본능적인 감정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잔혹하지만 끝내 매혹적인 심리 스릴러를 찾는 독자에게 이 작품을 강력히 추천한다. 평범한 가정이라는 틀 속에 감춰진 인간의 민낯이 어떻게 일그러질 수 있는지 보고 싶다면, 《합리적 가정》은 그 욕망을 충분히 채워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합리적 가정

백승연 지음
해피북스투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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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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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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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가정

백승연 지음
해피북스투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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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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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eong_lee0119

우리가 왜 어른이 되었는데도 불편하고 숨이 막히는지,
왜 내 삶인데도 누군가의 기준에 갇혀 사는지,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끝까지 놓지 않고 묻는다.

철학·기록·성찰이라는 세 가지 도구를 통해
자유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해방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길들여야 하는 기술이자 습관임을 보여준다.

요즘 나는
‘조용히 나에게로 되돌아오는 법’을 잊은 채 살고 있었다.
해야 할 일, 감당해야 할 관계,
어른이라면 버텨야 한다는 말들 속에서
조금씩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이 책은 그런 나를
다시 작은 숨으로 데려오는 책이었다.

자유는 멀리 있지 않다.
하루에 한 번,
내 마음이 정말 원하는 것을 작게라도 선택해주는 일.

기록을 통해 나를 바라보고,
속도를 늦추고,
남의 시선이 아닌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

읽다 보면
어디에도 갇히지 않아도 된다는
조용한 안도감이 스며든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따뜻한 위로가 따라온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기분.
이 책은 그 길을
부드러운 빛으로 비춰주는
조용한 등불 같았다.

숨이 턱 막히는 삶을 잠시 멈추고,
“지금 나는 누구의 선택을 따라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이 필요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건네고 싶은 책이다.

철학, 자유에 이르는 길

김익한 지음
김영사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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