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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래빗홀 펴냄

108. 🌱대화란 본시 성립되지 않는다. '협상'이니 '의견 조율' 따위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하더라도, 결국 끝에 가서는 어느 한쪽이 이기고 다른 쪽(들)이 굴복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의견이 대립되는 상황에서 관련자 모두가 100퍼센트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상대를 위해 ‘양보'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더 많이 양보하고 더 많이 참아야 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타협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대화는, 모든 협상은 결국 전쟁이고, ✔️그 결과는 언제나 어느 한쪽에게 강압적이고 때로 폭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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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끝 ]

105. 그래도 녀석은 별것도 아닌 나의 설명을 무척 신기해했고, 🌱아무런 비판도 반박도 없이 귀를 기울였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녀석이 그런대로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분위기에 지쳐 있던 나는 적잖이 위안을 받았다.

녀석도 아마 언제나 다른 기술자들의 구박에만 시달리다가 자기보다 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가 잘 아는 분야를 설명해줄 기회가 생겨서 조금은 신이 났을 것이다. 그렇게 나와 녀석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우주선 구석에 나란히 앉아서 (녀석은 이런 '죽은 공간'을 찾아내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했다) 🌱서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늘어놓으면서도 또 그 알아듣지 못할 말을 무조건적으로, 무비판적으로 들어주었다. 사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법이다.

106.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녀석의 인생은 나로서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녀석에게는 아마 내 인생도 비슷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인지, 녀석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이 낭만적인 구석이 있었다. 이것이 나와 녀석의 대화 중에서 유일하게 마찰 이 있다면 있었던 부분이었다.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래빗홀 펴냄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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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 One More Kiss, Dear ]

228. 나는 계속 물었다.
- 인간은 어째서 노화하고 어째서 죽어야만 합니까?
인간은 어째서 기계가 아닙니까?

-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물의 둥지가 대답했다.

- 그렇다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어떤 것입니까?

- 기계와 사물에 관한 질문은 대답할 수 있습니다. 동물과 식물, 자연 현상에 관한 질문에도 90퍼센트 이상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유한함과 죽음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 어째서입니까?

내가 다시 물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물의 둥지가 대답했다.

- 인간 스스로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래빗홀 펴냄

1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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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당선소감 | 강정아

삼십 년이면 길이 들기만 했겠나요, 깍이고 파인 자리가 맨들 맨들하게 다듬어져 제법 견딜만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받은 당선 소식이 🌱아주 많이 좋습니다.

신춘문예 당선소설집

장용돈 외 21명 지음
한국소설가협회 펴냄

1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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