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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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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끝 ]

160. 🌱외부 세계에서 진행되는 객관적인 상황과 나의 호불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쉽게 말해 세상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돌아가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녀석에게 이해시키고자 했던 주장의 핵심이었다.

희망은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의미는 만들어서 부여하면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주관적인 믿음이다. 🌱객관적인 상황이 그런 주관적인 믿음을 뒷받침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우주 삼라만상이 나 한 사람의 뜻에 일일이 따라주어야만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비관주의를 설파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가 그만큼 작고 하찮다는 것은 다시 말해 객관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나의 행동도, 그 행동의 결과도 그만큼 작고 별 의미없다 는 뜻이 된다. 내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어떤 결정을 실행에 옮기든 간에, 모든 일은 흘러가야 할 곳으로 흘러가고 되어야 할 대로 되어갈 것이다. 내가 굳이 나서서 인류 전체를, 우주 만물을 책임질 필요도 없고, 인류 문명을 혼자 힘으로 재건 할 의무도 없는 것이다. 거시적으로 생각했을 때 나의 관점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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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지음
래빗홀 펴냄

30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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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대화란 본시 성립되지 않는다. '협상'이니 '의견 조율' 따위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하더라도, 결국 끝에 가서는 어느 한쪽이 이기고 다른 쪽(들)이 굴복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의견이 대립되는 상황에서 관련자 모두가 100퍼센트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상대를 위해 ‘양보'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더 많이 양보하고 더 많이 참아야 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타협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대화는, 모든 협상은 결국 전쟁이고, ✔️그 결과는 언제나 어느 한쪽에게 강압적이고 때로 폭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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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지음
래빗홀 펴냄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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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끝 ]

105. 그래도 녀석은 별것도 아닌 나의 설명을 무척 신기해했고, 🌱아무런 비판도 반박도 없이 귀를 기울였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녀석이 그런대로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분위기에 지쳐 있던 나는 적잖이 위안을 받았다.

녀석도 아마 언제나 다른 기술자들의 구박에만 시달리다가 자기보다 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가 잘 아는 분야를 설명해줄 기회가 생겨서 조금은 신이 났을 것이다. 그렇게 나와 녀석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우주선 구석에 나란히 앉아서 (녀석은 이런 '죽은 공간'을 찾아내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했다) 🌱서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늘어놓으면서도 또 그 알아듣지 못할 말을 무조건적으로, 무비판적으로 들어주었다. 사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법이다.

106.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녀석의 인생은 나로서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녀석에게는 아마 내 인생도 비슷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인지, 녀석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이 낭만적인 구석이 있었다. 이것이 나와 녀석의 대화 중에서 유일하게 마찰 이 있다면 있었던 부분이었다.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래빗홀 펴냄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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