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비밀
상처를 건네고, 답장을 받는다는 것.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을 처음 읽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편지를 넣으면 답이 돌아온다’는 그 단순한 구조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기적이었다. 고민을 종이에 써 내려간다는 행위는,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마음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편지에 정성스러운 답장이 돌아온다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을 선물한다. 누군가 내 마음을 ‘받아주었다’는 감각.
이 소설 속 나미야 잡화점은 정확히 그런 공간이다.
누군가의 삶이 흔들리는 순간, 그 틈을 어루만져주는 작은 쉼터.
1. 우리는 왜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까
사람은 누구나 고민을 가지고 산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고민을 “말”로 꺼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음속에 걸린 돌멩이를 꺼내 보이면, 혹시나 상대가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두려워서다.
그래서 일기장에 쓰듯이,
아무도 모르는 문틈에 살짝 끼워 넣듯이,
익명으로 마음을 건넬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은 바로 그 익명의 힘을 이야기한다.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고, 완벽한 답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내 마음을 받아주었다는 사실” 자체다.
2. 답장을 쓰는 사람의 태도
소설에서 나미야 할아버지는 ‘완벽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그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읽고, 가능한 방향을 조심스럽게 제안할 뿐이다.
책을 읽을수록 깨닫게 된다.
진짜 상담은 상대의 인생을 대신 결정해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인생의 발걸음을 스스로 내디딜 수 있게 돕는 일이라는 것.
우리도 누군가의 고민을 들을 때 본능적으로 해결책을 떠올린다. 하지만 때로는 해결책보다 ‘함께 고민해주는 마음’이 더 큰 힘이 된다.
3. 시간이 만들어내는 기적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사람 간의 따뜻함만을 다루지 않아서다.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편지를 통해 연결되고,
그 연결이 작은 기적을 만든다.
과거의 누군가가 보낸 편지가 현재의 누군가를 살리고 현재의 선택이 다른 누군가의 미래를 바꾸기도
한다. 기적은 거창하지 않았다.
다만 서로의 삶이 맞닿는 순간이었다.
4. 나만의 ‘나미야 잡화점’을 꿈꾸며
책을 덮고 나면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의 고민은 누구에게 보냈을까?”
“또 나는 누구의 편지가 되어줄 수 있을까?”
세상에 완벽한 답은 없다.
그러나 진심으로 쓰인 한 장의 편지,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몇 줄의 문장은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질문을 다시 꺼내놓는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고,
그 마음에 답장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질문을 곱씹다 보면 우리 각자가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그 등불 하나가 한 사람의 어둠을 비추기에 충분하다는 것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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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작은 용기가 세상을 조금 밝히는 순간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조용한 책이다.
하지만 그 조용함 안에 오래 울리는 힘이 있다.
과장된 사건도, 눈에 띄는 영웅도 없는데, 책을 덮고 나면 마음 한쪽이 서서히 움직인다.
이 소설이 전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삶을 바꾸는 건 언제나 거대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작은 선택이라는 사실이다.
주인공 빌이 소녀를 외면하지 못한 이유는 과거의 기억과 닿아 있다.
어린 시절 그는 어른들의 침묵과 슬픔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이였다.
그 기억은 오래전부터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작은 파동처럼 남아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아름다움은 빌이 과거에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그 기억을 내세워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자신과 달리 지금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용기
빌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의 도움은 불완전하고, 위험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멈추지 않는다.
이 지점이 깊게 와닿는다.
사람을 돕는 마음은 언제나 완벽할 필요가 없다.
조금 모자라도, 내 저울 위에서 아주 작게 흔들리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그 미세한 흔들림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다.
우리는 종종 “내가 이걸 해도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에 멈춘다.
하지만 빌의 행동은 말한다.
작은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갈 단서가 된다고.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의 선택이, 어떤 존재에게는 숨 쉴 틈이 된다고.
■ 사소한 것들이 결국 사람을 구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갔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바빠서 지나친 어딘가의 작은 도움 요청,
말없이 힘들어 보이는 사람의 표정,
누군가의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은 듯했지만 외면했던 순간들.
이 소설은 그런 순간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라”라고 말하는 듯하다.
사소한 것들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조금씩 밝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 결국,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빌은 한 아이를 구한 사람이지만,
그 선택은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마주치는 사람들의 시간을 함께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창한 의지가 아니라
조용한 마음의 떨림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의 삶에 작은 틈이 되어줄 수 있다.
그 틈으로 빛이 스며들어 누군가가 다시 숨을 고르고
다시 살아볼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결국 희망의 이야기이다.
작지만 진심 어린 선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시간을 바꾸는 씨앗이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언제나
사소한 것들, 작은 따뜻함, 그리고 멈추지 않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다산책방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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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구토』는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뒤흔드는 소설이다. 주인공 로캉탱이 일상 속 사물과 자신, 그리고 세계를 갑작스럽게 낯설게 느끼며 겪는 “구토”는 단순한 신체적 현상이 아니라 존재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의 충격이다.
이 책의 힘은 사건이나 전개보다, 로캉탱의 의식 흐름을 따라가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던 세계가 사실은 아무 근거 없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드러낸다는 데 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나무 뿌리, 벽지, 사람의 표정—이 의미 없이 “과잉으로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구토의 본질이다.
사르트르는 이 소설을 통해 존재의 불안과 공허함을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로캉탱의 혼란은 결국 “존재의 이유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향해 나아간다.
누구도 대신 정해주지 않고, 어떤 절대적 의미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은 자유롭지만 동시에 버겁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가 기계적으로 살아가던 일상의 틀이 잠시 멈춘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내 삶의 의미는 어디서 만들어지고 있는가?”
이 질문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구토
장 폴 사르트르 (지은이), 임호경 (옮긴이)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
인생이 재미 없을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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